2006.12. 9-10.흙-해날 / 특강; 문화마을-문화지도 만들기


흙날 오전, 눈이 되지 싶더니 비가 추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메고 안에서 인물 사진을 찍다
처마 아래서 비 젖는 마을을 담고 있었지요.
서로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고
그가 모르게 여러 표정을 담기도 하였습니다.
점심 밥상 앞에까지 목에다 걸고 가더니
이제나 저제나 저들을 부를까 뭉치로 모여서는
잠시 쉬고 계신 진행샘을 쳐다보고 있었지요.

올 마지막 특강이겠습니다.
국무총리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신나는 예술여행’에서
‘문화마을-문화지도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대안문화학교 달팽이’ 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첫날은 사진가 이기원샘과 도움꾼 초희형님이 진행하고,
이튿날은 화가 최진욱샘과 정순이샘이 함께 합니다.

1시 30분.
바람은 좀 싸늘합니다만 다행히 비가 멎어주었지요.
아이들은 차를 타고 달골에 올랐습니다.
멀리보이는 마을을 담기도 하고
가까이 보이는
물방울을 얹은 나뭇잎이며 가지 끝의 겨울눈, 벌레의 집을 찍기도 하였습니다.
참 예뿐 대해리입니다.
다시 차에 올라 민주지산 들머리 물한계곡까지 갔지요.
빠알간 열매와 돌돌거리다 바위를 넘어오느라 이루는 하얀 포말과
얼어붙은 돌과 말라버린 풀과 대롱거리는 겨울 나뭇잎이
아이들 수다 같은 재잘거림으로 우리 눈을 붙잡았습니다.
아이들은 놀아가며 한껏 담았지요.
오는 길에도 차를 멈추고,
겨울 숲을 이루기는 한가지일지라도
가지며 모양이며 제각각인 먼 산의 나무를 담았습니다.
흘목에서 우리 마을로 들어올 적엔 눈발이 날렸지요,
오래지 않아 그친.
들머리를 막 벗어난 곳에서 잠시 멈춰
멀리 석기봉을 시작으로 좌우로 펼쳐진, 눈을 인 산줄기와
마을 길 왼쪽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학교를 거슬러보며,
그리고 마을 앞길에 멈춰 마지막으로 학교를 찍었답니다.
돌아와서는 서로가 찍은 걸 감상도 했네요.

“내년에 카메라를 다섯 대 교체하는데...”
아주 오래된 것도 아니라지요.
겨우 서너 해된 것인데, 지원을 받게 되어 바꾼다 합니다.
달팽이학교샘은 그걸 물꼬에 기증해야겠다는 다짐도 주셨답니다.
아이들이 카메라에 담은, 지금 우리를 둘러치고 있는 이 세계는
곧 사진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해날 10시.
시간이 되기 전, 정말 성실한 분들이셨습니다,
아이들도 샘들도 모였습니다.
미리 그려서 보냈던 그림이
두께가 3센티미터 조금 안되는 나무판에 옮겨져 도려져 있었지요.
먼저 사포로 거친 모서리들을 문지른 뒤
아크릴물감으로 색을 입혔습니다.
“많이 해봤나 봐요...”
먹던 놈이 잘 먹고 해본 놈이 잘 한다던 말처럼
아이들이 참 거침없이 노련하게 한다 칭찬을 들었습니다.
재료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마구 쓰지 않는다며 잘 배웠다는 칭찬 또한 들었답니다.
넉넉하다 하여 마구 쓰는 건 물건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마다요.
그렇다고 재료를 아끼느라 주춤거린다는 말은 아니구요.
산뜻하게 칠해진 집과 연꽃과 사과나무와 새와 물고기들이
이제 기원샘 앞에서 전구를 달았고 벽걸이 고리가 달렸습니다.
그리고 온 방을 환히 밝혔지요.
최진욱샘과 정순이샘을 따라온
초등 5년 운용이와 2년 준용이가 물을 긷는다거나 붓을 빠는
좋은 도움꾼이 되어주기도 하였답니다.

1시 30분.
점심을 먹은 뒤 마당으로 모였습니다.
기원샘과 초희형님은 다른 일정으로 먼저 떠났지요.
아이들은 학교 구석구석을 스케치북에 담았습니다.
돌탑도 그리고 소나무도 살구나무도 그리고
징이며 게시판이며 자유학교 글자도 그려 넣었지요.
학교상징물을 만드는데 바탕이 될 자료랍니다.
이것을 기본으로 진욱샘이 디자인을 하면
이번 일정의 조형물만들기를 맡은 이정우샘이 철로 작업을 하여
안성에서 보내오기로 하셨지요.

여유로이 일정이 끝나자 아이들이 다 쏟아져 나왔고
진욱샘과 기락샘, 상범샘도 마당에 섰습니다.
축구지요.
잘도 뜁디다.
4시, 모두가 떠났네요.
“아이들이 참 행복해보여요.”
지난번 특강의 코파스 식구들도 다른 위탁형대안학교와 견주어 그리 말해주더니
이 분들도 얼마 전 다녀온 한 곳의 아이들과 너무 다른 표정이라 전해주었습니다.
그저 고마울 일입니다.
고구마를 찐 뒤 썰어 말린 빼때기와 은행을 조금 나누었지요.
산골살이 답례가 겨우 그러합니다.
귀한 걸음, 귀한 시간,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참, 대구에 나가있는 공동체식구 열택샘이 다녀갔습니다.
흙날 점심, 보따리 보따리 상자를 이고 지고 들어섰지요.
예 제 아이들 함성이 터졌습니다.
흙날 특강 뒤엔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눈싸라기 날리는 마당 한켠에서 기락샘과 장작도 패고
공동체식구들과 솔잎술도 기울인 뒤
새벽 1시, 어른들이 모인 숨꼬방에서 아시안게임 8강 남북한전을 같이 보았지요.
해날 아침에 떠났답니다.
좋아보여서 좋았습니다.
이제나저제나 올 날을 꼽지요.
어데서고 소중한 사람일 것입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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