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6.흙날. 눈, 눈 / 116 계자 미리모임

조회 수 1237 추천 수 0 2007.01.10 22:28:00

2007. 1. 6.흙날. 눈, 눈 / 116 계자 미리모임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간밤부터 펑펑 내리쏟는 눈에 장은 어찌 보나 했는데
대구 나가있는 열택샘이 어제 끌고 들어왔던 대형트럭으로
가마솥방엄마를 태우고 읍내 갔습니다.
얼마나 적절하게 그가 왔는지...
물꼬에서 이런 기적을 만날 때마다
정말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싶지요.

오늘 하루를 쉬고 다시 다음 계자를 합니다.
동휘 정우가 내리 두 주를 이곳에서 보내기로 하여 머물고 있지요.
어제는 목욕도 다녀왔답니다.
새끼일꾼 현선이와 다옴이도 다음 계자를 함께 하고,
김광옥님이 잠시 일을 도우러 와서 식구들 밥을 해먹이고 있습니다.
동휘랑 정우를 건사하는 일도 하셨지요.
기락샘은 계자를 하는 도중에 시카고로 돌아갔고,
닿자마자 논문 발표가 있어 텍사스의 샌안토니오로 날아간다 했습니다.
아름다운 도시를 남편과 함께 가 볼 기회를 놓칠 때마다 아쉽지만
계자의 흥도 못잖지요.
류옥하다 역시 계자 중에 다른 공동체마을에 다니러 가
엿새를 머물다 돌아올 참입니다.

대구의 논두렁 진선주샘이 옷가지를 보내오셨습니다.
“나도 내복 좀 사주면 안 될까?”
얼마 전 아이가 댕강해진 제 내복을 보며 그랬는데,
마침 이렇게 생겼습니다.
철마다 때마다 고맙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보내와 채워진 물꼬 옷방에는
공동체식구들이 평생을 입어도 못다 입을 옷들로 넘치고 있답니다.
다 고마울 일입니다.

형길샘은 다음 계자를 준비해주느라 남았습니다.
늘 해도 낡지 않는 말,
한사람의 성장을 보는 건 참으로 큰 기쁨이지요.
그가 큰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때라고 아니 그랬던 것도 아니지만.
교생실습을 나간 것이 계기였을까요?
그가 고교 3년이던 때 물꼬랑 맺었던 연입니다.
그간 꾸준히 이 학교에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 했지요.
제가 다른 나라 공동체들에 머물고 있던 두어 해,
물꼬를 굳건히 지켰던 이들 가운데도 그가 있었습니다.
현장에 가서도 좋은 교사가 될 겝니다.
그런 교사가 많아져서 희망입니다.

저녁 7시, 116 계자 미리모임을 합니다.
“옷(* 옷방에 있는 여벌옷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코디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지난 계자는 봄날이어서 덜 고생했는데,
이번 계자는 눈이 와서 더 재밌을 수도 있겠습니다.
안 좋은 상황이 더 좋을 수도 있겠지요.”
지난주에 머물렀던 새끼일꾼 현선이형님과 다옴이형님이 같이했고,
형길샘이 전체 속틀을 잡는 일에 함께 의논을 하며 위와 같이 말해주었으며,
새끼일꾼(중고생)에서 이제 품앗이일꾼(대학생이상)으로 승격한
수민샘과 영화샘이 든든하게 앉았습니다,
물론 공동체식구들이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오고 싶었는데, 참 오랜만에 왔습니다.
안 온 동안에도 안 오려 했던 게 아니라 굉장히 오고 싶었는데 시간을 못 내서...
오고 싶었던 만큼 오게 된 계자여서 설레고 새롭게 시작하는...
눈이 왔으면 좋겠다, 물꼬에서 눈 맞으면 참 좋겠다 했는데...
그렇다고 대설주의보까지 바란 게 아닌데...”
영화샘이 그랬지요.
대학1학년 때부터 품앗이였던 아리샘은
이제 5년차 교사로 특수학급 아이들 다섯을 데리고 내일 같이 들어올 거고,
처음 새끼일꾼이 되는 지은이형님도 그 편에 올 것이며,
새끼일꾼 선아형님은 동생이랑 같이 영동역에서 합류하며,
물꼬 상설학교 학부모 한 분과 마을에 사는 식구 한 분,
뭐라 표현을 다할 길 없는,
우리에게 매순간 겸손을 가르쳐주시는 논두렁 널바위 홍사숙샘도 오실 테고,
또 누군가가 때늦게 연락을 받고 달려오기도 할 겝니다.
샘들 자리가 많이 빈다고 며칠 전까지도 걱정했던 이번 계자였는데,
신기하게 또 이렇게 여러 손발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날마다의 기적을 체험하며
어찌 이 일의 선함을 믿지 않을 수 있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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