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계자 이튿날, 2007. 1. 8.달날. 맑음

조회 수 1364 추천 수 0 2007.01.12 14:45:00

116 계자 이튿날, 2007. 1. 8.달날. 맑음


< 주몽도 없고 대조영도 없고 >


“어려서인지 어수선하고,
집중하고 침묵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여러 샘들 말대로 요가와 명상을 하는 아침 해건지기 시간이 그러하더니
침묵하면서 오직 대상을 굵은 연필로 도화지에 옮기는 ‘손풀기’ 역시
여느 계자랑은 많이 달랐지요.
손풀기 시간만 해도, 묵언으로 보내기는 어렵더라도
소곤거리거나 낮은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쓰는데
이번에는 통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일반학교에서 5분명상조차도 아주 힘들다는 게 흔한 소리지만
예서는 또 용케 아이들이 신기할 만치 이곳이 주는 고요를 유지해왔던 터입니다,
불과 네닷새의 날들이더라도.
(상설학교에서야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간이지요,
날마다 밥 먹듯 하는 시간이니.)
남은 날들이 어떨까 많이 궁금합니다.
그런데 고래방이
겨울 이른 아침 들어가기에는 너무 추운 곳이라 더 어려움이 있었을 겝니다.
좀 더 일찍부터 안을 데우면 다를 수도 있지 않을지요.
내일 아침은 서둘러야겠습니다.

‘열린교실’.
연만들기에 우식 찬호 종수 경주 재용 기민 용빈 기현이가 들어갔습니다.
꼬리연이었지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김상철아빠의 숙련된 솜씨 아래
화선지에 그림도 정성스레 그려 넣고 댓살을 붙였데요.
바람이 없어 내일 날리자 두었다던가요.

지선 승아 연정 수현 조은 은하 윤정 정우 동휘는
단추랑 놀았습니다.
입상도 만들고 벽걸이에 목걸이에 팔찌에...
공동체에 사는 아이가 도움꾼으로 들어와서
아이들이 글루건을 쓰는 걸 도왔지요.
“나도 몰랐는데 미술에 소질이 있나 봐요.”
정우 저도 제(자기)가 만든 벽걸이가 멋있나 봅니다.
그런데 동휘가 쌓은 탑에서 단추 몇 개가 떨어졌습니다.
“그게 정말 예뻤는데...”
모두 안타까워했지요.
실패해서 다시 도전하겠다고 하던데
더 재밌는 교실이 뵈면 마음이 다를 걸요.

‘한땀두땀’은 그만 폐강 되어버렸습니다.
교실에 대한 정보가 없어 그런 거라고
아리샘은 혼자 열심히 쿠션을 만들어
열린교실이 끝나고 서로 보여주는 ‘펼쳐보이기’에서 광고를 했지요,
바로 이런 거 만들려 한다고.
아이 몇이 다가가 관심을 보였는데, 누가 그랬다데요.
“내일 소파 만들러 갈게요.”
거실에서 쓰이는 뭔가이기는 했는데 쿠션이 생각이 나지 않으니 그랬겠지요.
내일 소파가 어찌 만들어지능강 구경가야겠습니다.

‘한코 두코’에는 화영 기덕 민상 나현 자누가 들어갔습니다.
민상이는 마치 어른이 하는 것처럼 숙련되게 해서 모두 놀랐지요.
“우리 학교에서는요...”
그가 다니는 학교 영훈을 어찌나 자랑스러워하던지요.
아이들 모두 완성도가 높아서 뿌듯했다고 맡은 샘들이 전하데요.

예령 태겸 현진 종훈 건 준호 동한 범순 해온이는
‘뚝딱뚝딱’에 들어가 망치질과 톱질을 했지요.
첫날이 그렇듯 망치질 톱질 기본기를 익혔습니다.
망치질은 모두 통과를 했는데,
톱질은 종훈이만 자격증을 받았다나요.

“구석에서 속닥거리고...”
정말 성래 호일 석진 성식 하늘 재용이는 방 한구석에 모여
매듭을 엮고 있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세 가닥의 실로 시작했더니
어렵지 않게 익히고 끝까지 수월하게 하더라데요.
그런데 펼쳐보이기에 좀 전에 연을 들고 나와 자랑을 하던 재용이가
매듭을 들고 또 나왔지요.
“재용아, 너는 연이었잖아.”
재용이는 두 탕 뛰었던 것입니다.

흔히 ‘다 좋다’에는
뭔가 하고는 싶은데 열린교실 가운데 딱히 들어갈 게 없는 아이들이 모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열린교실 모든 게 좋아서 들어왔다는 아이들이었지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교실로 파견을 보냈다나요.
나은 자누 화영은 '한코두코'로, 연정은 '단추랑 놀기',
태겸 예령 건이는 ‘뚝딱뚝딱’으로 갔답니다.

승호 재화 기수 현우는
저들끼리 ‘다 싫다’를 만든 셈이었네요,
따로 교실 이름이 적혀있진 않았지만.
책방에서 책도 읽고 무슨 꿍꿍이들인지 모여 뭔가 속닥거리고 있었지요.
“저것들이 몰려다니며 꽤 시끄럽겠는 걸.”
아니나 다를까 소란합니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 벌어지는 움직임도 좀(조옴) 풍성한지요.
점심에 류옥하다는 자주봐서 친하게 여기는 동휘와 수현이를 데리고
동쪽개울 모험에 나서기도 했네요.
“하다 지금 뭐해요? 하다가 상심(?)했을 거예요.
자기가 재미난 곳을 알려준다고 해서 갔는데
우리가 너무 춥다고 하고 그러니까...”
찬호 우식 성래 정현이는 새끼일꾼을 도와 청소도 했다합니다.
“우식이는 귀엽게 딴 짓해서 용서(?)해줄 만했고,
성래는 나름대로 열심히,
찬호는 정말 무지 무지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모두방이 산뜻해졌더랬지요.

낮 2시, 우리가락을 하러 모였지요.
중창으로 부르는 노래 하나 뚝닥 배워 신나게 부른 뒤
이제 풍물을 해보자며 일어서서 악기를 챙기는데
아주 큰 소란이 있었습니다.
북채까지 집어던져서 혹이 나기도 했던
정현이와 정우의 큰 싸움이었지요.
계자 이틀째인데 벌써 네댓 차례는 부딪치나 봅니다.
어쨌든 분위기가 어그러지고 나니까
다시 모으는데 시간이 걸리고 힘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풍물은 또 얼마나 아이들과의 좋은 놀이인지요.
금새 익혀 마당에서 하는 공연판도 꾸며보았더랍니다.

‘보글보글’로 넘어갑니다.
겨울이니 역시 김치가 주재료랍니다.
은하 조은 지선이가 김치수제비를 신청했지요.
예령 태겸 화영이가 핏자에 사람이 많아서 넘어오기도 했네요.
예령이가 큰 도움꾼 노릇을 했다 합니다.

김치부침개는 나은 해온 자누 윤정 용빈 종수 건 류옥하다가 부쳤습니다.
종수 땜에 더 재밌었다지요.
요새 종수는 한창 셈놀이를 배우나 봅니다.
“참새가 3마리 있었어요. 한 마리가 날아갔어요. 몇 마리 남았을까요?”
계란 3개를 두고 그러더라지요.
“2마리!”
“네, 맞았어요!”
나은이가 일을 많이 거들었다 합니다.

기덕 연정 수현 기민 승아 재용 성래 우식이는 호떡을 구웠습니다.
다들 잘 나눠먹으라고 아예 조각조각을 내서 다른 방에 나누어 주데요.
"저 호떡 두 개 먹었어요."
조각 두 개를 먹어도 호떡 두개가 된 거지요.
다옴 현선, 두 새끼일꾼이 지난 계자부터 세 차례에 걸쳐 호떡을 만들고 나니
기름을 내내 만져 속이 다 울렁거리더라지요.
“이제 다른 거 맡겨주세요.”
“전문가가 되도록 하지.”

김치떡볶이에는
종훈 하늘 성식 규빈 범순 호일 경주가 들어갔습니다.
“떡볶이를 떡국떡으로 해요?”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고추장이 많이 들어갔다는 둥 말 많은 툴툴이들이
그런 중에도 야채 썰고 음식은 남기면 안 된다며 싹 긁어먹고...

현진 민상 동한 준호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었지요.
“열정을 가지고 칼질을 했어요.”
샘이 그러데요.
호박이며 당근 감자 어묵이 제각각의 질감을 가지고 있어
어린 아이들이 들어와서 칼을 쓰며 하나 하나 그 느낌을 재밌게 나누었다 합니다.
“호박은 쉽게 썰어져요.”
얼어있던 어묵은 녹으라고 난로 위 주전자뚜껑에 담았는데
질겨져서 써는 재미가 또 달랐다지요.
그런데 민상이가 아이들한테 타박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때부터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눈물 흘리면서 할 것 다하고(물론 대동놀이에서 뜀박질도 하고)
그러면서 입은 어머니가, 아우가 보고 싶고 그랬지요.

김치핏자에는
현우 기수 정현 종수 재화 승호 기현 찬호 태겸 예령 화영이가 신청을 했습니다.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일이 되니
어떤 방법으로 7명이라는 정원대로만 남을 것인가 의논하라 하고 방을 나왔는데
태겸 예령 화영이가 보이지 않데요.
물었더니 그냥 갔답니다.
하고 싶음을 접고 마음을 써서 다른 데로 가준 거지요.
기현이가 칼질을 참 재밌게 했고
승호 찬호는 한 사람씩 볼을 잡아주며 반죽 젓기에 힘을 쏟았습니다.
“하나 둘 셋!”
모두 후라이팬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뚜껑을 열어 핏자치즈가 다 녹았으면 소리 지르며 춤도 추었답니다.

보글보글방이고 어데고 꼭 빠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마음이 상했건, 잘 어울리지 못했건
저마다 까닭이 있기 마련이지요.
석진이가 혼자 책방에 있었습니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데요.
무슨 일이 있었음직도 하겠으나
꼭 다 알아야 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 마음을 다 알 수도 없을 테고.
문제는 꼭 그 일을 끄집어내서 풀지 않더라도
마음을 푸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겁니다.
관심과 뭐 그런 거요.
나중에 끌어다 볶음밥이며 챙겨주었는데, 잘 먹었지요.
그리고는 기분이 좋아졌더랬습니다.

샘들이 아이들 잠 뒷바라지를 하고 가마솥방에 모이면
교사하루재가 열시도 넘어 되지요.
곶감집 아래채엔 김상철아빠가, 조릿대집엔 젊은 할아버지,
숨꼬방에는 홍정희엄마가 그 시간을 지킵니다.
“아이들이 물꼬 와서 사람 되는 것 같애요.
정우도 어제(여러 차례 다투던)랑은 많이 다른 모습이고...”
“우리 학습(특수) 애들은 너무 낯선 것에선 매력을 못 느끼고,
어린 애들도 그렇지만, 한두 번 경험해봤던 것을 잘 하는 것 같더라구요.”
영화샘과 아리샘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하루 사이에도 성큼 친해져서
그 사이에 벌어진 일들로 샘들의 난롯가 수다가 길지요.
샘들은 아주 작은 정보를 가지고 아이들을 서서히 감지해갑니다.
(일부러라도 더 많은 정보를 원치 않습니다.
우리 눈으로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지요.
정보가 선입견이 될까봐 경계합니다.)
그런데 어른들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도 보지요.
어른들이 미처 못 보던 순간을 보기도 합니다.
심지어 아이들의 행동특징이나 갈등상황들을 더 잘 보기도 하지요.
그게 또 어른들한테 정보가 됩니다.
온종일을 넘어 잠까지 같이 자니
아이들 성격이나 특징이 더 빨리 드러납니다.
엄마의 말투가 여과 없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장애아동이 더 심하기도 하지요, 그 가정의 모습까지도.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하루하루 아이들 얘기를 충분히 나누는 현장이라면
어느 배움터고 긍정이고 희망이겠다 싶데요.

우리 용빈이는 ‘TV편성표’입니다.
주몽도 없고 대조영도 없고 연개소문도 없다며 안 오겠다던 아이지요.
(텔레비전 없고 인터넷도 없어 안 온다는 아이가 용빈이만 될까요...)
요새는 멜로드라마를 섭렵하고 있다 합니다.
지난 여름 다녀가고 한 철 내내 자유학교노래를 불로초등노래로 바꾸어 부르고
예서 불렀던 노래들을 내내 흥얼거리고 다니더라나요.
아직 어려 자주 울었던 지난번과 달리
잘 섞여 있답니다.
기현이는 치아에 문제가 있어 말하는 게 조금 어눌합니다.
그런데 자기도 약자인데 나서서 남 챙겨주는 것은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잘하기도 하구요.
그를 통해 또 배웁니다.
나은이와 자누는 사람들이 다들 자매인줄 알았습니다.
나은이가 잘 챙겼지요.
좋은 인연을 만났습니다.
해서 자누의 언니 해온이는 해온이대로 일정에 흠뻑 빠질 수 있었지요.
그런데 저녁에 자누가 토했지요.
열이 높지는 않으나 감기증세와 피로가 겹쳐 보입니다.
내일도 가뿐하긴 어려워 보이는데...
“이 빠졌어요.”
종수도 동휘도 이가 빠졌습니다.
그런 순간에도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움이 차오릅니다,
성장의 한 지점을 여기서 통과한다 싶어.
용빈이도 이가 빠졌다지요.
또 누가 빠졌다던데...
정현이는 화를 잘 냈습니다.
그렇다고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한없이 자기고집을 부리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상황을 전환시키려는 시도와 행동을 하면 힘들지만 따라와요.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걱정을 들었는데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아리샘이 곁에서 많이 돌보아주었답니다.
재화는 토끼사냥을 가고 싶다지요.
“별이 너무 예뻐요.”
화영이는 어둠이 내린 마당을 나서다 하늘을 보며 그랬습니다.
민상이도 승아도 태겸이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었네요.
성래는 아침에 밥을 못 먹겠다했는데
수민샘이 다섯 숟갈만 먹으라 하니 먹습디다.
현진이가 이제 이곳을 너무 잘 누리고 있어서 보기 좋았지요.
수현이는 뭐 말을 보탤 게 없었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흐름을 타고 잘, 아주 잘 움직이고 즐기고 있었답니다.
범순이도 두 번째 오니 편안해 보였습니다.
2주를 내리 보내고 있어서, 일정이 바뀌고 구성원이 새롭다 하여도,
지루하진 않으려나 걱정했던 동휘 정우도
표정이 좋아보였지요.
“누구는 동환이라고 하고 동안이라고 부르고 아니면 동현이라 하고...”
동한이는 이름에 얽힌 사연이 많나 봅니다.
규빈이는 열린교실을 할 때는 관망하는 눈초리더니
보글보글방에선 자리를 잘 찾아가 있데요.
현우랑 기수는 왕뚜껑(즉석라면 상품 이름이랍니다.)이 너무 먹고 싶다네요.

"상범샘, 이거!"
아리샘이 봉투 둘을 내밀었습니다.
학급 아이들을 데려왔는데
부모님들이 인사를 한 모양입니다.
그것을 물꼬 논두렁답게 후원금으로 내줬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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