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계자 사흗날, 2007. 1.24.물날. 맑음

조회 수 1283 추천 수 0 2007.01.27 01:56:00

117 계자 사흗날, 2007. 1.24.물날. 맑음


< 퍼포먼스: 눈발 흩날리는 10년 뒤 >


늦은 동이 트는 겨울 아침,
7시가 막 지난 시각 고래방으로 어른들이 하나둘 들어섰습니다.
‘하나, 둘, 셋, 넷, ...’
‘백 하나, 백 둘, ...’
108배가 먼저 끝난 이는 앉아 ‘깊이 바라보기'를 합니다.
절집에서 하는 이 방법은 그것이 갖는 특정 종교를 떠나
좋은 명상법이고 좋은 몸수련법이기도 하지요.
아무 생각이 없이 오직 스스로 되내었습니다.
‘저이가 고요하기를,
저이가 평화롭기를,
저이가 고통이 없기를,
저이가 행복하기를...”
함께 절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원했습니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재현샘이 한하운의 시를 낭송했습니다.
시를 읽고 외는 운치를 주고 싶었지요.
시가 있는 문화를 만나게 해주고팠지요.
올 겨울의 앞 일정에는 챙기지 못했는데
아이들도 많지 않고 여유가 있으니
시를 쓰는 형길샘이 시와 음악을 준비해주었더랬습니다.

아침 밥상에는 야채죽이 나왔습니다.
상원이와 명한이 마주 앉아 주고받는 얘기 좀 보셔요.
“아, 짜장면(자장면) 먹고 싶다!”
“나는 라면!”
“서울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라면!”
“슈퍼마켓에서 파는 라면!”
마치 서울만 있는 듯이 말입니다.
“아, 여도 있어, 다만 안 주는 거지.”
아니 대해리를 뭘루 보고 말입니다.
여기 오면 예서 먹지 못하는 것들이 그리워질 밖에요.
통닭, 쥬스, 햄버거,...


‘손풀기’ 시간에 형길샘은 뒤란에서 장작을 팼지요.
저런 젊은이를 절망케 하는 사회라면 분노하고 저항하겠다는 다짐이 들었습니다.
몸과 머리가 같이 잘 발달한,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사람이지요.
오늘은 하루만에도 사물의 윤곽을 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몇 아이들이 그린 어제 오늘의 그림을 견주어 살펴보았습니다.
다들 놀라데요.
보름샘은 깜짝 놀랬습니다, 극명하게 다르다고.
“정말 그럴 줄 몰랐어요.
그냥 날마다 그릴 때는 몰랐는데(지난 계자도 왔으니)
한 아이의 변화를 한 눈으로 보니 정말 확연하게 틀리더라구요.
손풀기를 왜 하는지 알았어요.”

‘들불’.
얼음이 얼었으면 얼음골에 갔겠지요.
날이 푹해 들에 나간 겝니다.
들에서 불놀이 한 거다,
새끼일꾼 소연이 이리 쓴 대로 말입니다.
“어디가요? 밖에 나가요? 저어기로요?”
“응.”
“와아, 밖이 재밌어.”
“안은 재미없어?”
“안도 재밌어요, 다 재밌어요.”
명한입니다.
두텁진 않은 햇살이었으나 얇지도 않았지요.
“추워요.”
“그래야 따뜻한 게 더 맛이 나지.”
형길샘이 웅크리는 아이들을 독려합니다.
무슨 피난민 행렬처럼 리어카에 후라이팬이며 나무며 종이상자를 싣고
물꼬 새터논으로 갔지요.
지우 선우는 이제 새로운 아비를 찾았습니다.
재현샘을 쫄쫄 따라다니지요.
“아무래도 과거가 의심스럽다.”
어쩜 저리 애 키우는 아빠처럼 할 수 있으려나요.
엊저녁엔 씻긴 뒤 로션을 어찌나 잘 발라주고 있던지요.
“이 논은 괜찮아요?”
설록 비어있더라도 남의 논밭에 함부로 들지말라 일렀더니
윤하가 걱정합니다.
“여기랑 아래, 그리고 위, 이 세 다랑이는 다 우리가 농사지어.”
아이들은 딱 그 세 논 안에서만 놀데요.
논을 빠져나가지 않고 노는 겁니다.
안전지대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도 또 이번 계자 아이들의 특징이랍니다.
하늘이 산을 에워싸고 산이 마을을 둘러치고
논 가운데다 장작불을 우리가 두르고 있었지요.
피어오르는 연기...
“처음 먹어봤어.”
고구마를 이렇게 굽는 것도 처음이고
구운 걸 처음 먹는 이도 있다데요.
“집에 가서 구워달라고 해야지.”
겨울바람을 맞으며 산속 논 한가운데서 불 피우고 굽는 이 맛이 게서도 나려나요.
손이며 얼굴에 검뎅을 묻히면서 맛나게도 먹었답니다.
상범샘은 곁에서
휴대용버너에 팬을 올려놓고 은행을 구웠습니다.
종이상자를 잘 가져가기도 했지요.
바람막이로도 잘 썼습니다.
인절미도 왔지요.
이 겨울 첫 계자를 다녀갔던 보름샘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부러 학교까지 올라와 챙겨다 주었지요.
후라이팬 주위에 딱 달라붙은 세훈이와 성욱이
인절미 굽는 냄새에 취해버렸습니다.
“한번만 맡게 해줘요.”
냄새만 맡게 얼른 휘익 열었다 닿았는데 그 사이 코들이 벌렁벌렁...
얼마나 행복해 하던지요.
그렇게 기대된 인절미였는데
애들이 먹었다고 해서 못먹게 된 성욱이 그만 삐쳤지요.
한참동안 저만치 논두렁에 앉았는데 새끼일꾼 지윤이가 데려왔습니다.
소연이는 저 말은 아니 듣고 지윤이 말에 성욱이가 오자
애들 달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은근히 샘나 했지요,
특히 남자 아이들이 지윤이를 잘 따른다고.
나중에 물었습니다, 비결이 뭔지.
“활 만들어준다 했어요.”
고구마도 다 꺼내고 남은 숯불에도 은행을 넣었지요.
톡! 톡!
그 때마다 놀라며 그것을 튀어나온 걸 잡느라 소동을 벌이기도 하였는데,
마치 여름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듯 재미가 있었지요.
톡!
터져서 속이 빠져 날아간 걸 수빈이가 얼른 잡았습니다.
“아이, 더러워.”
윤하가 곁에서 얼른 그랬지요.
“수빈아, 여긴 서울 먼지랑 달라. 괜찮아, 털어.”
수빈이가 잡고 있던 걸 털어서 입에 쏘옥 넣었습니다.
그제야 윤하의 저 안타까워하는 표정, 내가 잡을 걸 하는.
그 수빈이 껍질도 깨서 잘 씹어 먹었지요.
무던한 저 아이의 부모님이 궁금해졌더랍니다.
눈 내린 지 한참이 지났으나
논두렁 아래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있었지요.
근영샘이며 우르르 눈싸움도 벌어졌더랬습니다.
“정말 맛있었다. 처음으로 얼굴에 숯도 묻혀가면서...”
새끼일꾼 혜진이도 아이들처럼 신나했습니다.
각자 뭘 해도 하나도 걸릴 것 없는 분위기,
참 자연스럽고 참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돌아올 땐 리어카 끄는 재미도 솔찮았지요.
“그거 뭐야?”
현빈이 주머니는 구운 은행으로 불룩하였더이다.

‘구들더께’는 점심시간의 여유와 이어져
더욱 한가로웠습니다.
샘들이 더 즐거워하는 시간이지 않았는지.
잠시 느긋이,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
은결 상원 준영 수정 준석 태현 경중 병완 기륜...
상범샘과 형길샘은 아이들과 공을 찼지요.
오래도 하데요.
“잠깐하고 그만할랬는데 하나둘씩 자꾸 붙기 시작하더니...”
그렇게 마음을 몸을 내는 저이들, 참으로 대단합니다.
좋은 교사들입니다.

“열린교실 하자!.”
아이들이 원하는 교실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단추랑 놀기’.
준석 유진 현빈 태현 명한이가 갔지요.
현빈인 집을, 명한이는 쥐를, 유진이는 브로치, 준석이는 곰,
태현이는 비행선, 세훈이는 총을 만들었습니다.
지우도 와서 기웃거리고,
마을아이 종훈이와 공동체아이 류옥하다도 같이 했지요.

‘한코두코’.
나연이 수빈이는 어제에 이어 계속 했는데,
실이 부족해서 그 실력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지요
(나중에 다른 실을 이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지인은 금새 배워 컴컴한 데서도 계속 뜨개질 중이고
지민이는 역시 예상대로 묵묵히 스스로 열심히 하더라지요.
“샘, 우리끼리 잘 할 수 있으니깐 좀 누우세요.”
감기 기운이 있어 퀭한 현애샘을 편히 쉬게도 한
훌륭한 딸들이었답니다.

‘연’.
“오늘은 네모연을 만들었습니다.”
기륜 성욱 병완 은결 선우가 펼쳐보이기 시간에 연을 들고나왔지요.
“가오리연인데... 그게 가오리연이에요.”
“이름을 바꿨다는 말입니다.”
은결이는 구름 걸린 산과 해를,
선우는 땅콩, 성욱이는 무지개,
병완이는 새를 그려넣었습니다.
“무슨 새야?”
“그냥 새요.”
“독수리 아닌가?”
옆에서 기륜이가 그리 말하자
“물총새 아닌가?”
그랬지요. 자기 그림이면서..
기륜이는 뭐든 제대로 하려합니다.
연에 붙인 댓살이 똑바르도록,
꼬리가 조금이라도 삐뚤면 바르게,
그렇지만 손이 따라주지 않아 잘 안되니까 속상해하고 울먹거리고 그랬습니다.
끝에는 또 얼레의 실이 얽혀 또 투덜거리고 말았지요.

‘매듭’은 폐강됐네요.
현빈이 혼자 신청했으나 ‘단추’에 가버렸지요.
보름샘은 혼자 애들이 중간중간 흩뜨려놓은 실들을 정리한 뒤
연을 만드는 아이들을 도왔습니다.
“구들더께때 여자 아이들이 매듭실을 찾았는데,
그때 실을 주며 조금씩 알려주었더니
서로 서로 가르쳐주고 그러더라구요.”
폐강의 원인이지 않았나 싶답니다.

소정 선호 경이 윤하 새해는 바느질을 했습니다, ‘한땀두땀’
각자 쿠션을 하나씩 만들었지요.
바느질은 곧잘 했으나 매듭짓기가 안돼 근영샘이 도왔다지요.
선호랑 소정이는 마지막까지 혼자서 다했고
선호는 동생들 하는 일까지 도와주었다데요.
경이는 쿠션에 못쓰는 옷에서 떼낸 솜도 둘러쳤고
윤하는 단추로 눈 입도 붙였지요.
“선생님 비단이에요, 뭐예요?”
펼쳐보이기에 들고 나온 걸 보며
병완이는 그런 질문을 다 하데요.

‘뚝딱뚝딱’.
상원 경준 준영이가 했습니다.
“힘 세고 큰 애들이 없었어요.”
일단 오는 애들 열기도 적고 들어온 애도 적고,
그것이 또 이번 계자의 특질이더라지요.
다른 때는 큰 애들뿐 아니라 사내애들이 우르르 들어가 교실이 넘치거든요.
오늘은 어제와 달리 망치질과 톱질을 다 통과하였답니다.
“하루만에 다 했어요?”아이들이 펼쳐보이기에서 자격증을 내보이자
어제 톱질을 통과하지 못한 명한이가 안타까워했지요.
“잘 못하다가 잘 하게 되는 게 보이고 그런 게 재밌데요.”
상범샘이 그럽디다.

‘다 좋다’.
순규 다희 수정 주현 수연이는
재활용품을 이용한 만들기를 했습니다.
길가의 쓰레기들을 모으고 계곡에서 돌도 하나 주워왔지요.
물에 간 순규는 물속 생물에도 관심이 많더랍니다.
순규는 ‘파브르’거든요.
건전지 페트병 스치로폼 돌 새끼줄 파란색 굵은우드락 솜 나무막대는
글루건과 여러 도구를 통해
‘10년 후의 물꼬 생태마을-자유마을’(2014년)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펼쳐보이기에서 작품을 들고나오자 반응이 대단했지요.
순규가 서서 스치로폼으로 눈을 뿌렸습니다.
“그 아이의 진지함과 열성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형길샘이 그리 썼습니다.
순규의 저 진지함...
아무것도 아니라면 너무나 하잘 것 없는 행위에 불과하나
아, 얼마나 진지한가요,
생은 아무것도 아니면서 저렇게 또 순간순간 존귀하고 진지한 것이 아니겠는지요.
게다 청소를 해온 걸로 만들어진 마을,
우리들의 꿈을 아이들이 나누고 있고...
울컥하였습니다.
이런 질감이 정녕 좋습니다.

열린교실 뒤 펼쳐보이기가 끝나고
아이들이 저녁 징에 맞춰 가마솥방으로 달려간 뒤
유진이와 어둠이 내리는 창 아래 있었습니다.
단추를 엮고 있었지요.
“좋다...”
아이들과 이렇게 도란거리는 일, 참 좋았지요.
그 아이랑 속속들이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지요.
더 깊이 한 아이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니까요.
글쎄, 유진이가 기륜이 친누나더라니까요(어제야 알았지요).
기륜이만 계자를 왔었기에 누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거든요.
반가움 더하였답니다.

어둠이 내리는 학교가 떠들썩하였습니다.
오늘은 숨바꼭질이던 걸요.
“이번 애들은 지독하데...”
아이들이 기어이 상범샘을 찾아냈지요.
사무실에서 창고로 쓰는 컨테이너에서.
“모든 문에 번을 세우더라고...”
류옥하다까지 나서서 아이들을 문마다 지키게도 했다지요.
그러니 안 잡히고 배기나요.

오늘의 대동놀이는 고래방이 아니라 모두방에서입니다.
슬라이드로 동화 한 편부터 보았지요.
숲 속의 겨울밤 이야기입니다, 꼭 예 같은.
“갑자기 사각사각 벽을 긁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두 외쳤지요. 뭐라고?”
“살려주세요!”
우리는 모두 살려 달라 외쳤지요, 대본을 연습한 것처럼.
“...시간이 지나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어둑한 가운데 친한 사람들과 슬라이드동화(변사를 통한)를 보는 것은
행복이다.”
형길샘은 하루를 정리하며 그리 또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집중이 정말 신기하더라,
모든 샘들이 그랬지요.
“아주 빠졌던데요.”
대동놀이는 엉치기놀이 한 판한 뒤 손놀이로 갔습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가지고 놀았지요.
옛 얘기는 이야기로 놀이로 아무리 울겨 먹어도
또 재미가 짜지는 재료지요.
옛 사람들의 삶이, 옛 사람들의 이야기의 깊이가 한이 없습니다.

한데모임에서 설전이 있었습니다.
왜 남자들만 힘들게 학교 밖을 나가 오르막을 올라 잠을 자러 가느냐,
남자 애들의 툴툴거림이 있었지요.
그런데 말을 예쁘게 좀 하지 그런 식으로 밉게 말할 게 뭐냐,
우리도 너들 불편한 것 이해한다,
여자 애들입니다.
“남녀간 큰 싸움이 될 뻔하였는데...”
일단 수습은 되었네요.
양쪽 이야기를 듣다가
밤새 그럴래, 상황을 잘 이해하겠는 샘들한테 넘길래,
하나를 택하라 하였지요.
하나는 나쁜 거고 하나는 좋은 게 어떻게 선택이냐 따지는 이도 있었는데,
네, 맞습니다.
선택이 아니지요.
엄밀히 말하면 그건 선택의 질문이 아니라 말 그만하라는 말입니다.
농이지요.
소수의 의견을 왜 무시하냐,
여자 애들 몇이 계속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런, 이런, 이런,
무엇이 소수의 의견인가요,
오늘의 핵심은 남자 아이들이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아이들이 논술과 토론이라는 이름 아래 논쟁을 하고 싶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론이란 게 뭐겠는지요.
논의의 영역과 받아들이는 영역이 있지 않겠는지요.
이 문제의 가장 중심은 남자 아이들이 힘들다는 사실이었는데 말입니다.
씻고 난 뒤 찬바람 속으로 가는게 쉽지 않지요,
게다 오르막을.
만약 이랬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남: 우리 너무 춥고 힘들다.
여: 그렇구나. 힘들었겠다. 우리가 그래서 더 편하게 잤구나. 고맙다. 이제 우리가 갈까?

토론의 전제는 상대방의 처지에 서 본다는 것, 그를 이해한다는 것 아닐지요.
물론 그것이 터무니없는 요구까지도 다 받아들여주고 이해하라는 말은 아닐테구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더 깊이 배우는 길이지요.
나 자신도 잘 안 되는 일을 아이들을 통해 거울을 보듯 바라봅니다.)
말하기를 즐긴다거나 논쟁하기를 즐기는 게 토론은 아닐 겁니다.
온 나라가 논술과 토론의 과외와 학원의 열풍지대입니다.
열 살 박이 아이가 책을 읽고 그것으로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그 아이의 삶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도 묻지 않은 채
일간지들마다 논술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수십만원을 들여 사교육을 살찌우는 한 부분이 되고 있답니다.
논술과 토론이 사유를 깊게 한다는 게 그나마의 까닭이라나요.
‘사유’는 말하기 좋아하는 논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외려 침묵을 통해 그리 되는 게 아닐지요.
한편, 요새 물꼬는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오래 해오고 있습니다.
만장일치제라는 신라의 화백제도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냈던 지혜로운 방법이었지요.
그런 회의방식을 잘 익히려하고 있답니다.

주현이가 또 눈물 비쳤습니다.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애요.”
주현이는 축구 좋아하는데 애들은 칼싸움에 심취해있다던가 해서 그런 게 아닐까,
누나 수정이의 진단이었지요.
“주현아, 엄마도 네가 많이 보고 싶을 거야.
하지만 주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여기까지 널 보낸 것은
이제 엄마를 떠나서도 씩씩하게 지내는 법을 익히라는 뜻이었을 게야.”
그러면서 또 성큼 클 겝니다.
성욱이는 1등 신랑감이라지요.
그릇에 물기를 탁탁 털며 예쁘게도 쌓는다 합니다, 숫자 세어가면서.
컵 정리에 아이들이 설거지하면서 놓치기 쉬운 반찬그릇까지
잘 엎어놓는다지요, 물 빠지라고.
“이곳에 오면 욕설을 자제하는 게 보인다더니
정말 그렇더라구요.”
아이들도 이 좋은 자연 안에서 순화되어가는 듯하다는
보름샘의 관찰도 있었습니다.
자잘한 일들이 어디 이런 것만 있었을까요...

“내가 점점 건강(?)해지는 것 같다.”
새끼일꾼 해진이 날적이에 그리 썼습니다.
다음은 지윤이 글입니다.
“옛날엔 힘든 거 모르고 샘들이 다할 때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오늘 열심히 하다 보니 옛날 모둠샘들께 고마움을 느꼈다.”
부모 마음도 그리 알아가는 거지요.
“이번 애들이 어리다는 게,
보통 한 두 번 하다 마는데 아직까지 해요.
통로에 신발이 있으면 첫날 옥샘이 말한대로
‘신발이야! 밟자, 밟자!’ 그러면서 또 하고 또 한다니까요.
재밌어요.”
재현샘은 아침에 시를 읊어주고 밤에 책 읽어주며 좋은 느낌과 함께
교사가 지녀야할 능력 중에 하나가 좋고 튼튼한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지요.
“사흘쯤 되니까 아이들이 자리를 찾아가요.
경중이와 기륜이만 해도 같이 와서 엄청 친하게 지내더니
그 다른 성향 따라 자기 자리로 가요,
기륜이는 사내애들 칼싸움하고 경중이는 누나들 주위를 서성이고.”
사흘째니까 흐름도 수월합니다.
이번 애들의 순함이 드러나
계자 때마다 거의 문제가 되는 통로에 널린 신발이나 팽개쳐진 책이
이번 계자는 무난하게 안내대로 잘 정리되는 편입니다.

감기가 돌 모양이에요.
현애샘이 몇 시간을 누웠다 일어났고
형길샘도 상태가 안 좋습니다.
나연이도 열이 나서 저녁에는 누웠지요.
이 산골에서야 쉬는 게 가장 큰 약입니다.
약이 없어서도 아니고 병원이 멀어서도 아닙니다.
이곳의 자연스런 치유방식에 대한 얘기지요.
내일은 몸이 가벼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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