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계자 나흗날, 2007. 1.25.나무날. 맑음

조회 수 1363 추천 수 0 2007.01.30 12:40:00

117 계자 나흗날, 2007. 1.25.나무날. 맑음


< 굴려야 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건빵이 오늘 물꼬 곶감집에 있었지요.
“오르내리느라 힘이 필요하니까...”
씻은 뒤 찬바람 속으로 자러 가는 곶감집 사내 아이들을
엊저녁 한데모임에서 아침마다 건빵 세 개로 위로하마 하였더랬습니다.
그 덕에 힘이 솟아 이불도 개고 나오더라나요.
“모자라요, 내일은 여섯 개 주세요.”

달골 올랐습니다.
오늘은 ‘해건지기’가 요가 명상을 지나 셋째마당까지 있는 날.
“저기 좀 봐!”
우리가 향해가는 봉우리에
이 골짝을 둘러친 산 가운데 가장 먼저 햇살이 닿고 있었지요.
“달 같애요.”
“그래서 달산이지.”
이름 없던 동네 앞산은 그래서 오늘부터 달산이 되야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 계곡도 달골인 게야.”
원두막에 올라 학교를 둘러친 대해리 마을을 내려다보며
물꼬가 머금은 꿈을 나누고
우리 마음에도 소망 하나 품어 잊지 말고 바램을 채우고 또 채워
좋은 세상을 만들자 하였지요.
“맛있다.”
달골포도밭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포도로 달인 즙입니다.
“아침이 훨씬 낫더라구요, 춥긴 해도.”
지우 선우가 양 주머니 하나씩을 차지하고 오르내린 재현샘이
곱은 손을 연신 비비며 그랬지요.
여느 날보다 추운 아침이었습니다.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졌던 새해 다희가
난롯가에 바짝 붙어 섰지요.
“그래, 이제 손가락이 붙었어?”
보름샘이 물었더니 그렇답디다.
풍성한 마술과 기적의 이곳입니다요.

오를 땐 남자애들과 갔다
내려올 땐 여자 아이들 속에 달골을 내려왔지요.
그길로 숨꼬방에 아직 누운 나연이 병문안도 갔습니다.
“어제는 내가 말을 막았다.”
방을 바꿔달라는 엊저녁 한데모임에 대한 얘기를 꺼냈습니다.
태현이며 목소리 크고 툴툴거리는 큰 사내애들을 보며
마음이 상했을 것도 이해하지만
그들과 다르지 않게 받는 여자 아이들도 좋아보이지는 않더라 했지요.
“겨울 산골에서 그들이 오가는 일이 분명 불편하고 힘들다.
불편한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
정말 그렇겠다 합니다.
미안하다 합디다.
나연이며 유진이며 수정이며 큰 여자 아이들이 말을 잘 알아듣고
방을 한 번 바꿔 주자고까지 마음을 헤아려나가데요.

주전자를 놓고 ‘손풀기’를 한 뒤
보글보글방이 이어졌습니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도 벌떡 일어나
만두를 빚는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을 같이 읽었습니다.
이번 계자 아이들은 유달리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듭니다.
“우리도 만두를 빚을라 그러지요.
저어기 세훈이 만두소가 자꾸 나오잖아,
형길샘 눈 좀 뜨고, 근영샘 손이 너무 느리잖어,
태현이 침 튄다, 침,...”
그렇게 신나게 빚어 구워 먹고 쪄먹고 끓여먹기로 하였답니다.
“만두소를 넣어서 만두피를 어떻게”
“야무지게!”
“또 어떻게!”
“단단하게!”
“또!”
“굳세게!”
“그리고!”
“빈틈없이!”
그렇게 네 모둠으로 방을 열고,
만두피를 한 방이 만들기로 하였지요.

‘야무진 만두’.
운동장을 2바퀴 돌고 오랬다나요.
지인, 준석, 태현, 병완, 세훈, 명한, 상원.
이름들만 보아도 그 소란이 충분히 짐작이 되다마다요.
차츰 커지던 만두는
나중에 만두피를 죄 이어 온갖 왕만두가 되더니만
결국 태현이가 아주 밀가루를 가져다 반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진지해서 새끼일꾼 소연이 눈이 뎅그래지기도 하였지요,
못보던 모습이라고.
후라이팬 반보다 큰 왕만두를 빚은 태현이는
그걸 구워 보자기방과 나눠먹었습니다.
길쭉한 모양에 동글동글 단추를 단,
꼭 저(자기) 같이 아기자기한 병완이의 왕만두는
단단한만두방으로 갔고
태현이꺼보다 조금, 아주 조금 작은 준석이의 왕만두는
굳센만두방으로 보내졌네요.
“우리가 먹으면 안돼요?”
명한이와 세훈이의 왕만두는 간절히 원한 그들 손에 갔는데
결국 반밖에 못 먹더라지요.
상원이의 만두는 만들어 놓고 주인이 어데로 사라져버려
마침 마을에서 놀러온 종훈이 차지가 되었지요.
그리하야 야무진만두방은
자칭 ‘만두부침개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나 어쨌다나요.
지인이 그 소란한 틈에서도 마지막까지
야무지게 야무진 보통만두를 빚었다지요.

‘굳센 만두’.
유진 나연 은결 수연 기륜 경중 현빈 윤하가 들어갔습니다.
“말 잘 듣는 큰 아이들이 우선 오니, 즐겁게 할 수 있었는데요...”
보름샘의 느리고 긴, 그리고 재미난 수다가 시작되었지요.
이들의 밀가루장난은
한밤 샘들하루재기에서 녹화중계방송되었더이다.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은 만두 때문에
모범생 은결이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지요.
하라는 대로 굳세게 만두피를 닫아야하는데 말입니다.
“우리 모둠만 이상하면...”

순규 수정 주현 준영 수빈 새해 지우 선우는
‘단단한 만두’방을 신청했습니다.
만두피가 시간이 좀 걸려 전기놀이도 하며
단단하게도 만두를 빚었습니다.
얼굴을 바꿔가며 배달꾼을 쓴 덕분에
다른 모둠보다 더 빨리 만두피를 공급받아 즐겁기 또한 더하였다지요.
형길샘이 아무래도 바이러스장염으로 보여
숨꼬방에 쉬러 간 자리를 중간에 근영샘이 들어가 채웠지요.

‘빈틈없는 만두’.
지민 다희 성욱이가 오붓하게 샘과 앉아
끝말잇기도 하고 만두소도 볶아먹고,
만두를 “배 터지게 먹었다.” 합니다.

‘보자기’.
반죽을 하고 만두피를 생산해내기까지 시간을 버느라
사온 만두피를 방마다 먼저 나눠주고 시작했습니다.
소정 선호 경이 류옥하다가 함께 했지요.
“얌전하게 정성들여 잘 빚데요.”
질지도 질기지도 않은 반죽 덕에 만두피 상태가 좋으니
만두소를 싸기도 좋았을 겝니다.
마칠 녘엔 기계로 내는 만두피 못잖던 걸요.
나중에는 수빈이도 와서 손을 보탰습니다.

그 만두, 방마다 구워먹고
만두피를 만드는 보자기방도 멕이고
찐만두와 국만두를 위해 가마솥방으로도 보내졌지요.
찌고 끓인 만두는
구운 만두로 부른 배 사이로 잘도 들어갔습니다.

“샘, 얼음땡!”
재현샘이 잠시 쉬는 사이 병완이가 찾았습니다.
“어제 얼음땡을 하자 길래 저도 모르게 내일 하자고 한 모양이에요.
그 시간에 하고 싶은 걸로 들었는데,
그게 중요했던 거지요.
(아이 말을)가벼이 넘길 게 아니구나...”
애들이야 지칠 줄 모르지요.
잠깐 그림놀이 전에 쉬어보려던 재현샘,
아이들의 체력 앞에 일어서서 얼음땡을 해야만 했답니다.

‘그림놀이’ 했습니다.
아이들이 만드는 교실입니다.
퍼즐, 책 만들기, 지점토, 찰흙놀이, 그리기, 사람그리기, 설치미술,
단추랑 놀기, 한땀두땀, 한코두코, 매듭, 뚝딱뚝딱, 곤충 만들기...
“보글보글방도 해요.”
“했잖아.”
“재료도 없을 거야.”
애들이 먼저 말리데요.
그렇게 교실이 통폐합되었지요.
비슷한 성질끼리라거나, 혹은 재료를 같이 쓰는 것끼리라거나.
그리기와 사람그리기는 그리기로
지점토와 찰흙놀이는 흙다루기로
곤충만들기와 뚝딱뚝딱은 뚝딱뚝딱으로...
“최소 4명은 돼야 교실을 열 수 있습니다.”
“세 명으로 해줘요.”
곳간을 관장하는 상범샘을 설득하여
최소단위가 3이 되었지요.
“모이면 대장을 정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에서 할 것인가,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샘은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따져 확인을 받아서 모두방을 나갑니다.”
결국 네 교실로 압축되데요,
지점토 상태가 좋지 않아 흙다루기도 단추랑에 더해져.

명한 성욱 세훈 순규 현빈이는 목공실로 갔습니다.
성욱이는 간밤 꿈에서도 뚝딱뚝딱을 했다 합니다.
“야아, 힘들었겠다.”
열린교실 때 자격증 못 딴 걸 못내 안타까워하던 명한이
드디어 톱을 들었습니다.
45분동안이나 톱질을 하였습니다.
마음이 달아 뒤에서 언제 (다)할 거냐고,
빨리 해야 한다고 성욱이가 안달입니다.
“불합격시켜요.”
그 성욱이 제 시간이 다 못해
밥 먹고 통과시험을 보기로 했다나요.
“보니까 아닌 거야. 비뚠 거야. 불합격인데...”
불합격이라 하니
눈길을 어디 둘지 모르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는데
상범샘이 그예 자격증을 주었다지요.
하여 자격증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생겼습니다요.
“다 박았어요.”
장난감을 만들겠다며 들어왔는데
좀 놀다 말겠지 했던 현빈입니다.
상범샘도 깜짝 놀랐답니다.
톱도 자격증을 따겠다고 시작했으나 시간에 지고 말았네요.
세훈이가 의외로 잘했습니다.
역시 살이 좀 붙더니 힘도 좋아졌나 봅니다.
파브르 순규는 곤충을 만들러왔다가
덩달아 망치질 톱질을 연습했지요.

‘설치미술’에는 아홉이나 들었습니다.
수정 주현 다희 지인 태현 준석 상원 나연 유진.
주전자 물로 “자유학교 물꼬”라고 마당에다 글씨를 쓰더니
큰 돌 작은 돌 골고루 들고 와
“예술적으로 되게 정성스럽게”(재현샘 왈) 놓고
대나무 마른 이파리까지 따서 그곳을 꾸몄지요,
큰 돌에서부터 작은 돌로 획이 그어지기도 하고
밑그림을 고쳐도 가며.
안에서 펼쳐보이기를 하니 다른 이들이 못 보면 어쩌나 걱정이었다는데
오며 가며 본 아이들의 반응이 대단했더랍니다.

새해 수빈 준영 병완 윤하는 단추랑 놀았습니다.
흙다루기에서 건너온 경중 기륜 은결이 종훈이도 같이 했네요.
새해 수빈이는 목걸이를,
경중이는 벌써 가방에 싸서 못 봤구요,
기륜이는 거북이를,
은결이는 브로치를,
준영이는 팬더를 셋이나 더 만들었습니다.
지인이는 강아지 발자국을,
그리고 병완이는 생쥐에 미니카까지 내놓았지요.

“보름샘을 주세요.”
소정 선호 수연 지민 경이는 바느질을 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선호는 뼈다귀, 수연이 지민이는 하트,
소정이는 티셔츠모양의 작은 쿠션을 만들었지요.
경이는 너무 숭숭하게 바느질이 되어 솜이 삐져나오자
펼쳐보이기에서 수정이의 다른 작품을 들고 나왔답니다.
그것도 보기 좋데요.
이 분위기는 저녁 무렵에도 이어졌는데,
무슨 가내수공업 아르바이트생들이냐며
상에 다닥다닥 붙어 매듭을 매던 1기 때(115 계자)의 아기자기함이
이번에는 덜 난다 아쉽던 보름샘에게도 다사로운 시간이었답니다.
유진이며 나연이며 몇 여자애들이 이불로 무릎을 덮고
빈방에서 매듭, 뜨개질들을 평화롭게 하였다데요.
그 곁에서 앉은 보름샘,
자신이 할머니 같더라나요.

아이들이 그림놀이를 할 적
뒤란에서 재현샘과 근영샘은 장작을 패보았습니다.
1시간동안 2개!
그래도 팔이 다 후들거리더라지요.

‘손말’하고 내일의 산오름 준비를 위해 슬라이드로 동화 한편 읽고
대동놀이가 이어졌습니다.
누가 그랬더라,
“따뜻하고 좁은 공간에서 하니 더 집중되고 열이 올라서” 흥에 겨웠지요.
두 패로 나뉘어 도형을 몸으로 만들다
숫자도, 글자도 만들고
그러다 주어진 사물을 표현하였습니다.
굳어 있다, 어찌 할지 몰라 하다가
차츰 분위기가 올라가고 있었지요.
“나무!”
한 패는 아침마다 하는 요가에서 나무동작을 모두 하고
다른 패는 모두 모여 잎이 무성한 큰 느티나무를 만들었습니다.
차츰 생각이 느슨해지고 자유로워지더니
주어진 과제의 모양에만 집중하던 것이
의미를 살려 사물을 표현하는 것으로 발전하데요.
“자전거!”
자전거를 사실적으로 몸을 더해 만들어내는가 하면
다른 한 패는 모두가 누워 발로 페달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굴려야 해!”
유진이가 외쳤댔지요.
그 자전거 타고 하이킹을 떠났습니다, 그 밤에, 저 우주로.
“애 같애요.”
땀 뻘뻘 흘리는 재현샘한테 소정이가 그랬지요.

새끼일꾼들이 어른들과 흐름을 같이 하느라 죽을 맛일 텐데,
잠이 모자라서도,
아주 잘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로 가면
마지막 교실 뒷정리도 그들의 몫이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은 아이들 깨우러 갔던 새끼일꾼 셋이,
달골에서 내려와 누운 나연이를 들여다보러 갔더니
거기서 후다닥 일어났지요.
9시가 다 되어 말입니다.
피로가 좀 풀렸으려나요.
“아아아아~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ㅠ”
기차표시간 미루고 더 오래 있다 가고 싶당”
새끼일꾼 지윤이는 하루 갈무리에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 에고, 누워있는 나연이 포도즙을 못챙겨줬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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