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30.불날. 거친 저녁 바람 / 왜냐하면...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7.02.03 11:52:00

2007. 1.30.불날. 거친 저녁 바람


< 한동안 이 꼭지를 쉬려지요! >


새로 해갈이를 했고,
먹고 싶었던 나이에 이르렀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지요.
강의실에 앉아서 했던 공부보다
같이 책을 읽고 모여 앉아 토론하며 했던,
세미나라 이름하였던 그 시간을 통해 더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디랄 것 없이 세미나를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
번번이 구성원들이 줄어들었지요.
어찌 어찌 모여서도 준비를 소홀히 해 와서 건너뛰기도 하고
다른 약속에 밀리기도 하고
함께 하는 이들과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습니다.
“둘이 남고 하나가 남을 때에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떠났던 동지도 돌아온다.”
그랬습니다.
셋이라고 어영부영 넘기지 않고
둘이라고 주저앉지 않고 지키고 있으면
다시 그 자리가 부활하고는 하였습니다.
수가 힘이기도 하지만 정녕 질이 꼭 수에 비례하는 것이기야 하더이까.

새해 물꼬도 공동체로서도 학교로서도 규모가 줄었습니다.
‘산촌유학’이란 말이 있지요.
이 나라에는 있는가 몰라도 일본이라든가 다른 나라에서 보았습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몇 달 혹은 한 해를 산골에 가서
인근 학교에 적을 두고 산마을에서 지내는 거지요.
마치 물꼬가 그랬습니다.
도시로부터 온 아이들이 한 해 동안 지내다 돌아가는 것이
꼭 산촌유학센터 같앴지요.
올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또 아이들이 머물다 그리 가게 되었습니다,
삶터를 완전히 옮긴 아이만 남고.
오는 주말 2박 3일 일정으로 네 아이 부모들과
2007학년도를 위한 들살이이자 공동체식구맞이를 위한 절차가 있기도 하지만
지금은 공동체 식구도 다섯(아이 하나 포함)이 전부입니다.
학교에 아이들 역시 몇 되지 않지요.
상설학교 출범 네 해째를 맞습니다.
‘산골공동체배움터’의 정체성도 깊이 고민할 시기가 된 게지요.
하지만!
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아니다 싶은 연을 맺지는 않을 것이며
손이 없다하더라도 생태공동체를 지향하는 이 삶을 놓지는 않을 것입니다.

2007학년도는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만큼 여유도 생기겠습니다.
늘 사람이 모여 만드는 어려움이 큰 법이니까요.
계절학교야 그대로 꾸려가겠지만
상설학교에선 일이 훨 줄겠지요(혼자 살아도 한 살림이라고는 하나).
때마침 아이와 어른을 위한 치유프로그램,
장애아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겠다던 일도 진척이 있겠습니다,
집과 부모가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 사는 일도.
때마다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는 하늘이지요.
새 학년도에 꼭 해보리라던 일도 있었으니
찾아온 한가로움이(하기야 또 살아봐야 알 일이지요) 고맙습니다.
감사하기 언제나 이를 데 없습니다.
당장 다음 주엔 ‘7일 비우기(단식)’에 들어갑니다.
못해도 한 해 한 차례는 하던 것을
이 일에 걸리고 저 일에 걸리며 못한지 세 해나 흘렀습니다.
그 맑음(비우는 만큼 찾아올)을 기다리니 이리도 가슴이 뜁니다.
핑계 핑계 도라지 캐러간다던가요,
이 꼭지도 좀 쉬어볼까 하지요.
글쓰기가 대단한 부지런함을 필요로 하는 일까진 아니었어도
이마저 거른다면 더한 시간이 벌어질 테지요.
사실 몸이 조금 불편한 일도 생겼더이다.
아, 걱정할 만치는 아니구요.

“우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확실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이다.”
위대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오늘 좋은 스승입니다.
‘확실히 잘 모르겠’으니 이 또한 복이겠습니다.

산골 아침이 그것만으로 충분한 덕담입니다.
날마다 그대가 맞는 아침, 예서 쪼개드린 거라니까요, 하하.
나날이 새롭기가 한결 같으소서.
제가 이 아름다운 날 속에 있듯
그대 또한 그러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랍니다.
머잖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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