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9.나무날. 정오 개다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2012.01.03 22:10:41

 

흐린 하늘, 살짝 눈 덮인 마당,

그리고 대배 백배와 선정호흡으로 하는 해건지기.

수행을 하고 있으면 물꼬에 닿는 인연들이 끊임없이 눈 앞에 다녀갑니다.

그리고 특히 전날의 스쳐간 시간들이 들어서지요.

엊저녁 대해리로 들어오던 어둑한 곡선 길에서

조금 놀란 일 있었습니다.

아저씨 하나 비틀거리며 가장자리를 벗어나

한참이나 길 중앙 쪽으로 들어와 걷고 있었지요,

빠른 속도 아니어 다행이었지,

검은색이었던 터라 잘 뵈지도 않아

다른 날의 속도였으면 사고 나기 딱이었겠는.

자주 선배가 명심하라 일렀더랍니다,

아는 길이라고, 사람 없다고, 맘 놓고 다니지 말라고,

밤엔 꼭 중앙선 쪽으로 차를 더 붙이고 다니라고.

썩 놀랐던 것도 아니라 그만 잊었는데

대배 하는 가운데 그 장면이 들어왔던 게지요.

서로 감사한 일이다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황금마차 언제 와요?”

계자 준비위를 꾸린 샘들,

어제 들어왔는데 벌써 산골에 꽁꽁 묻힌 듯한가 봅니다.

단 게 그리운 게지요.

이제나 저제나 고개 뺍니다.

“와, 왔다!”

음악 소리 듣고 나간 샘들 좇아 들어와서는,

“화목토 열한 시쯤 온대요.”

생글거리며 과자를 한 아름 부려놓았지요.

계자 준비위 샘들은 오늘도 옷방 정리에 힘을 쏟았습니다.

옷방 옆 모둠방으로 상자들을 끌어내와 죄 열어놓으니

온 방이 그득합니다.

그것들이 다 어디 있었더란 말인가요.

시간은 자꾸 밀려 오늘도 옷을 벗어날 수 없었던 샘들.

“거 봐라. 그런 거 하나도 시간이 이리 걸린단다.”

때마다 설거지도 하고,

한 끼는 준비해놓은 음식들을 차리는 것도 샘들이 맡았지요.

그렇게 시간을 좀 벌게 해주었더랍니다.

149 계자에 올 아이들 집에 전화를 돌리다 잠시 거기 들러

밥바라지 선정샘 따라오는 세 살배기 세현이 옷도 좀 챙겨두지요.

세현이 형 성빈이가 다섯 살부터 왔더랬는데,

그 아이 여덟 살 다 가도록 그거 한번을 못하더니,

이렇게 샘들 미리 들어와 준비위로 움직이니

이런 짬이 다 납디다려.

 

아이랑 문을 고쳤습니다, 현관문부터.

드릴을 들고 문틀과 문짝에 자석을 붙였지요.

천천히 조금 조심해서 닿으니

닫히면서 자꾸 미끄러졌던 문이 드디어 닫혀 붙어 있었지요.

어떤 어른들은 와서 전체 벽을 밀어야 한다고도 했고,

어떤 이는 섀시를 전체적으로 다시 다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했으며,

섀시 전문기사는 와서 보지 않아 길을 알 수 없겠다 했던 일이랍니다.

만세 부를 만했지요.

그리고 비닐로 된 문풍지도 틈에 붙였답니다.

다음은 가마솥방 바깥 나무 미닫이문.

그러니까 옛날 학교 교실문 말이지요.

두 차례나 고쳐봤지만,

그건 정말 정교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어떤 일은 되고 어떤 일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시도하는 것이고,

어떤 일은 성공하여 문제를 해결 한다는 것이며,

실패는 좋은 훈련이 된다는 사실이지요.

 

녹슨 톱들 사포질을 하고 있던 류옥하다,

교무실로 좇아왔습니다.

“물 나와요!”

뜨거운 물만 나온다지만

얼어있던 흙집 세면대 물이 나온다 했습니다.

“와아아아아아...”

곧 찬물도 나온다는 다음 소식.

아, 몇 날을 애먹인 일이었더랍니다.

10시 40분 학교 떠나가라 소리쳤습니다.

 

“수돗물 틀어두었다고, 착한 일한다고 잠그면 안 돼!”

산골 수도는 겨우내 그리 조금 틀어놓아야 합니다.

강조했다고 샘들 잊지 않고 그리 해두고들 숙소로 갔지요.

그런데, 그게 그만 더운 물 쪽이었네요.

에고, 그나마 너무 늦지 않게 교무실을 나섰던 참이라

더운물 덜 버렸더랍니다.

전기로 데우는 온수통이랍지요.

자, 예 와서 물을 틀어둘 땐 찬물 쪽으로 꼭지를 밀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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