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8.해날. 맑음

조회 수 391 추천 수 0 2020.04.12 04:09:57



날 참 좋다! 뭘 해도 좋을 날.
코로나19로 거리가 비었다는데,

이 멧골조차 경로당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각자 그간 못다 한 일들을 손에 잡기 좋겠다.

 

숨꼬방 앞에 쌓아둔 대나무를 드디어 손댄다.

아침뜨락 미궁의 한 쪽에 달팽이 모양(살짝)으로 빽빽히 세워

홀로 들어가 하늘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오늘 하얀샘이며 기락샘이며 하다샘이며들 들어왔고 학교아저씨도 있으니

같이 붙기로.

대여섯 발씩 되는 대단히 긴 대나무라 3미터 정도로 일단 150개만 잘랐다.

트럭으로 실어 아침뜨락으로.

그런데 지느러미 쪽에 가로질러 물길 하나 파두고 있었는데

당연 트럭이 지날 수가 없었지.

관을 가져다 그것부터 묻고 올랐다고.

이곳에선 늘 가기로 한 목적지에 이르는 일이 참말 멀다,

발에 일이 채이기 일쑤라.

미궁에 대나무를 내리고,

다들 올라간 걸음에 밥못에서 미궁으로 내려서는 계단을 손보았단다.

그 사이 나는 학교에서 책을 좀 들여다도 보고

천천히 밥상을 준비.

일에서 몸을 빼는 일이 드문데, 호사한 날이랄까.


안나푸르나 마르디히말 트레킹기의 출간을 미루기로 한다.

출판사와 모든 작업을 끝내놓고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지난해 6월에 낸 책도 긴 제목이더니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이번 책도 긴;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

출판사도 막 책 한 권을 인쇄하고 난 직후 코로나 상황을 만났다고.

마케팅비를 많이 책정해서 집행하고 있었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는.


아직도 주요 서점 거래 담당자들이 대면미팅도 해주지 않고,

일반 오프라인 서점 판매는 거의 전멸 상태이니

주변에서도 신간 내는 족족 일주일 만에 손을 드는 상황입니다.

오래 공들인 신간의 운명은 고작해야 출간 1~2주면 판가름이 나는 것이라

신간의 타이밍에 대해서는 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지금은 출판사들 대부분 출간을 미뤄두고 있고요.

말씀대로, 준비 완료하고 조금만 상황이 진정되면 곧바로 내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

살다 보니, 참 고비고비 견디고 다시 희망을 찾고,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것의 반복이네요.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이들이 다시 깨달음을 얻고,

서로 돕고 서로 걱정해주는 것의 큰 에너지를 느끼게 되는

시간들이 되는 듯합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맘 평안하시고요.

내일 표지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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