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 4-5.흙-해날. 비바람 지나다

조회 수 1129 추천 수 0 2006.11.07 15:56:00

2006.11. 4-5.흙-해날. 비바람 지나다


“못 먹는 거 준다 욕이나 안할라나 모르겠네.”
댓마 맨 아래 끝집 할머니가 쌀자루를 들고 오셨습니다.
“엊그제 닭들한테 뿌려주니까 잘 먹더라고...”
묵은 쌀이 있어 나눠주신답니다.
사람은 먹지 못하지만 짐승들은 줄 수 있을 거라며
굳이 건네 오셨습니다.
참으로 많은 그늘 아래서 살아가는 이곳입니다.

바람이 정말 차졌나 봅니다.
어김없이 난로가 놓이고,
아이들은 실타래를 들고 나왔습니다.
손쉬운 아대에서부터 무언가를 뜨기 시작하네요.
더러는 마당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조릿대집으로 몰려가 가면놀이도 했습니다.
신기는 김천 할머니댁에, 정민이는 서울 아빠한테 다녀왔지요.
해날엔 주중의 피로를 푸느란다며 누웠는데
우렁각시처럼 박진숙엄마가 올라와 햇발동 욕실청소를 해주셨습니다.

재작년 댓마 송씨네 아이가 태어난 뒤로
이 산골에서 아이가 운 게 얼마만일지요.
민서가 백일이라고
해날 점심을 마을식구들이며 공동체식구들이 같이 먹었습니다.
온 마을에 백설기도 돌렸지요.

달골에서는 저녁에 짧은 참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주엔 장을 보면서 빵을 넉넉하게 사두었더니
좋은 요깃거리가 되네요.
으레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조릅니다.
“오늘은 안돼...”
곤해 보여 그러겠지요,
저들끼리 대답도 합니다.
샘이 편한 날을 잡아 달라데요.
“불날 저녁!”
“와!”
우리들을 둘러싼 소소한 행복의 시간들이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116 2023. 8.22.불날. 비 소식 있었으나 / 그대에게 옥영경 2023-08-26 386
1115 2022. 4.18.달날. 흐린 오후 옥영경 2022-05-16 386
1114 2022. 1.29.흙날. 흐리다 맑음 / 대중 경제서 두 권 옥영경 2022-02-24 386
1113 2021.12.27.달날. 맑음 옥영경 2022-01-11 386
1112 그리고 2021.11. 1.달날. 흐리다 정오께 맑음 / 천천히 서둘러라; Festina Lente 옥영경 2021-12-15 386
1111 2020.12.14.달날. 새벽 기온 영하 10도 옥영경 2021-01-10 386
1110 2022. 1. 7.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385
1109 2020.12. 7.달날. 흐림, 절기 대설 옥영경 2021-01-09 385
1108 2020.11. 1.해날. 비 / 내가 어려서 부모님께 하던 대로 옥영경 2020-11-30 385
1107 2022. 9.22~23.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2-10-03 384
1106 2월 어른의 학교 이튿날, 2022. 2.26.흙날. 밤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22-03-24 384
1105 2019.12.23.달날. 볕인가 싶었던 볕 옥영경 2020-01-17 384
1104 2022. 9. 2.쇠날. 오후 가랑비 옥영경 2022-09-14 383
1103 2022. 2.24.나무날. 맑음 / 러시아, 우크라이나 진격 옥영경 2022-03-24 383
1102 2021.12.13.달날. 맑음 / 잠복소(潛伏所) 옥영경 2022-01-06 383
1101 2021. 4.29.나무날. 가벼운 소나기 두어 차례 옥영경 2021-05-27 383
1100 2020.12.30.물날. 갬 /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 옥영경 2021-01-17 383
1099 2020. 9.21.달날. 아주 가끔 구름 옥영경 2020-10-20 383
1098 2022. 2.18.쇠날. 맑음 옥영경 2022-03-24 382
1097 2021. 8.20.쇠날. 맑음 옥영경 2021-08-29 38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