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 9.나무날. 비

조회 수 1252 추천 수 0 2006.11.10 13:05:00

2006.11. 9.나무날. 비


오늘은 아이들이 별방에 다 모여 자고 있습니다.
열 시가 한참을 지나도록 뒤척이다 잡니다.
“젤 무서웠어!”
‘무서운 이야기’ 이어달리기에서
아이들이 그토록 조르던 ‘밤밭-2’를 지붕 아래 더그매에서 들려주었지요.
무서움의 수위 조절을 하느라고 했건만...
사실 그보다는 이제 새 기수들도
‘무서울 준비’가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디다.
우리 샘이랑 하는 공부가 가장 재밌고
우리 샘이 읽어주는 이야기가 가장 신나고
우리 샘이 하는 무서운 이야기가 젤 무서운,
그런 관계말입니다.

요즘은 배움방에서 정리하는 손길을 자주 느낍니다.
“정리 당번을 챙기고 있는 거야?”
이번 달을 시작하며 단 한차례 던져주었던 말일 뿐인데
아이들은 날마다 돌아가며 하고 있답디다.
‘헉!’
그 정리라는 것이 어른 눈에 차는 양껏이야 못될 지라도
저들깐엔 맡은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티벳길’에 있는 숲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아예 손풀기도 게서 합니다,
소나무 줄기 앞에서.
오늘 주제가 나무껍질이거든요.
우리는 숲을 걸었고 나무 하나 하나를 만졌으며
그 촉감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들끼리 저만치 몰려들 가기도 했지요.
“그런데요, 신기, 창욱이, 정민이형이 죽을 뻔했는데,
낭떠러지 쪽에 비가 내리면 흙이 밀리고,
비가 그 전에 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다 구하고 나니까 와서, 하늘이 도와서...”
낭떠러지라는 게 얼마나 높은 거였겠으며
죽을 뻔한 게 얼마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었겠냐만
류옥하다는 하늘을 보며 늘 고마워하는 이곳 사람이 다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숲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무 이름자 하나를 모른들 무엇이 그리 문제일까요,
이 숲이 그저 선생입니다.
그리고 노박덩굴나무도 만났습니다.
창욱이가 모두에게 보여준다고 열매달린 걸 꺾어왔지요.
세 갈래로 갈라진 껍질 위에 빠알간 열매가 어찌나 앙증맞던지...

돌아오는 길,
댓마 새집 희두아저씨네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무를 거두고 계셨지요.
실하기도 실합디다.
“어르신들 농사지으신 걸 어찌 얻어먹어요?”
그냥 지나려는데 굳이 한 사람에 하나씩을 앵겨 주셨답니다.
고마운 그늘입니다.

수영 가는 날이지요.
“하다가 멈춰서 작은 아이들을 봤는데
큰 애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나현이 말대로 정말 이 편에서 창욱이 신기 종훈이,
비 내리는 오늘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은 덕에 레인 하나를 차지하고는
신나게 자유형 팔돌리기도 하고 발차기도 하고 음파도 하고 있었습니다.
신기는 250미터를 다 발차기로 갈 수 있게 되었지요.
“깊은 물에서 조금씩 돌아다니는 게 재밌었어요.”
창욱이입니다.
정민이도 건너와 같이 하고,
나중에 모두가 건너왔지요.
큰 아이들을 맡아 있던 승환샘도 이 편으로 건너와서 같이 끝인사를 했습니다.
“이제 선생님께 보낼 준비 다 해놨거던요,
다음 주엔 큰 놈들 연습 제가 시키고
샘이 작은 아이들을 좀...”
드디어 유아풀장에서만 놀던 녀석들도 이제 대형풀로 진출입니다요.


어느 기업에서 추진하는 교육지원사업에 응모를 해놓고 있습니다.
그 덕에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얻었고,
그래서 정작 필요한 서류를 만드는 일보다 지나간 시간들을 짚느라
지난 주 불날 밤을 꼴딱 새었더랬지요.
좋은 소식을 기다립니다.
지난주에는 또 퍼포먼스, 마임, 춤, 연극을 아울러서 워크샵을 여는 일에
신청을 해놓았더랬습니다.
전문가들이 2-3일 머물며 아이들과 작업을 하고
마지막에 공연물을 올리는 과정이지요.
그 서류가 통과되어
11월 25-6일 우리 아이들이 하게 되었다는 연락이 오늘 왔습니다.
“곁에서 저희 대표님이 통화를 하고 싶다고...”
“제가 아는 분이신가요?”
저 쪽에서 전화를 바꾸었습니다.
“여보시요!”
세상에, 선배입니다.
“야아, 백기형, 얼마만이예요?”
“어, 나는 내가 대표로 있는 줄 알고서 신청한 줄 알았는데...”
몰랐습니다.
“호주에서 언제 왔어?”
그게 언젯적 얘긴데,
그러고 보니 본 지야 한참이어도 간간이 연락을 하고 지냈는데
산골에 들어와 사는 최근 4년여는 통 소식 몰랐지요.
“여전하데...”
선배도 여전하십니다.
예술계에서 당신 몫을 아주 잘 해내고 계시나봅디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이듬해,
한달 여를 날마다 찾아가서 퍼포먼스를 부탁했던 적이 있지요.
결국 선배는 당신의 원래 일정을 포기하고
‘삼풍대참사 1주기 추모예술제’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또 같이 일할 일이 생겼네요.
연이 고맙습니다.
12월에도 무용단을 초대하는 일을 신청해놓았는데,
와서 공연도 하고 춤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랍니다.
잘되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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