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7.쇠날. 맑음

조회 수 1165 추천 수 0 2006.11.20 12:12:00
2006.11.17.쇠날. 맑음


슈레드핏자를 먹으며 달골 아침을 시작합니다.
오븐 예열을 오래 해둔 걸 잊어
그만 도우 아랫부분이 타서 긁어야했는데도
마냥 행복한 아이들입니다.
토스트에 쨈을 바르고 우유에 요걸트도 덧먹었습니다.
사람 행복하기에 별 게 없단 걸
쇠날 아침마다 아이들을 통해서도 보지요.

오늘 ‘숲이랑’에서는 가지 않았던 길을 갔습니다.
저수지로 오르는 길이었는데,
“와, 이것 좀 보셔요.”
청미래가 어찌나 굵던지요.
“햇볕이 많이 닿아서 그런가 봐요.”
“아, 예뿌다!”
노린재나무열매가 고운 보랏빛으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태우면 노란재가 남는대서 노린재나무래네.”
“옥샘, 이건 무슨 나무예요?”
덩굴식물에 까만 열매가 둘씩 마주 보고 있는데,
저도 모르는 것이었지요.
돌아와서 책을 뒤적였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네요.
다른 도감을 봐얄 것 같습니다.
겨울눈도 더 여럿 봤고,
저수지가의 볕 좋은 곳 마른 수풀 사이에 묻혀 참도 먹고 내려왔답니다.

이번학기 ‘넘의말’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한 사람씩 노래며 여태 했던 것들을 자기 수준에 맞게
외웠다 했습니다.
곽보원 엄마는 정말 재원이지요.
밭일도 여물고 머리도 잘 깎고 뜨개질도 잘하며 악기도 잘 다루십니다.
올 한 해 아이들과 오랜 영어교사의 경험을 잘 나누어주셨지요.
정말 정말 애쓰셨습니다!

손말도 마지막 시간입니다.
손말에 서툰 교사 탓에 동영상을 잘 활용했네요.
옷차림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손말을 통해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 시간이었길 빕니다.

부엌에선 장을 봐 왔습니다.
김장을 앞두고 이곳에서 없는 것들을 구하러
이금제엄마랑 홍정희엄마가 다녀오셨지요.
전승경고모부터 시작하여
한 밤엔 영양에서 무배추를 싣고 김상철아빠 김정희엄마가 들어왔습니다.
낼 이른 아침부터 배추를 절일 참이랍니다.
그런데 이은영엄마가 병원에 입원을 하였네요.
추운 날씨에 김천일을 하고 돌아온 날부터 힘에 겨운 듯하더니
급기야 곡성 사과밭에 가서는 사다리에서 떨어지기까지 했다 합니다.
일이야 남은 식구들이 또 잘 나누면 되니
걱정일랑 접고 빨리 자리 털기를 바랍니다.
거친 대해리의 삶이 고단키도 하겠구나,
마음이 내내 쓰입니다.
빈자리가 그를 더 생각키네요,
얼마나 든든한 마을 식구인데...

한가위에 밥알들이 공동체식구한테 한 선물이라고
책상에 내내 놓여있던 것이 있었습니다.
도서상품권들이 든 봉투였지요.
오늘에야 공동체식구모임을 하며 잘 나누었습니다.
공동체식구들은 가난하다는 핑계로 달래 나눠드릴 게 없어
겨우 짓고 있는 농사거리나 나눌 뿐인데
때마다 이런 선물을 다 받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 덧붙임;

올 가을 학기 마지막 ‘호숫가 나무’.
‘아이들이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중심생각이었지요.
그동안 아주 무거웠던 시간과 달리
오늘은 재미있는 질문들을 가지고 신명나게 풀어냈습니다.
“세살 코끼리반 아이들에게 묻겠어요.”
그러면 유아반 아이들답게 대답들을 예쁘게 했지요.
“우리는 해님반이예요.”
네살 아이들이 모인 곳입니다.
곁에 앉은 나머지 아이들은 다섯 살 달님반이 되었네요.
숫자가 나오는 물음은 마지막 3번이 늘 정답이니
오염수치를 모른다 해도 잘 알아맞힙니다.
별 걸로 다 유쾌한 우리 아이들이랍니다.
그러는 가운데 쓰레기를 만드는 삶에 대해
이곳에 사는 어른들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였지요.
소박하게 덜 쓰고 산다면서
실제 우리는 이곳에서 그리 살고 있는가 잘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아이들 생활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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