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8-9일.흙-해날. 싱싱한 김장배추 같은 날

조회 수 1270 추천 수 0 2006.11.22 18:48:00

2006.11.18-9일.흙-해날. 싱싱한 김장배추 같은 날


흙날 오후, 축구감독 김영재샘이 오셔서
아이들이랑 공을 다루었습니다.
목 빼고 기다리던 시간입니다.
둘씩 등을 맞대고 허리를 돌리며 공을 넘기기도 하고
둘씩 달려가며 공을 주고받기도 하고
역시 둘씩 짝을 지어 공을 차며 달려가기도 하였지요.
축구경기가 있었고
역시 승부차기까지 갔더랍니다.
같이 앞뒤 없이 뛰어댕기다가는
결국 축구특강이 끝나고 아주 드러누웠습니다.
역시 재잘대는 아이들은 멀쩡했지요.

밥알모임이 있는 주말입니다.
김장잔치를 합니다.
흙날 오전에 배추를 다듬어 절이고
오후엔 속을 다듬고 썰었습니다.
“몸매대로네.”
속박이 무를 자를 적
주욱 늘어선 도마에서 나오는 무를 보며
명랑한 우리의 승경고모 또 예의 농담을 쏟아냅니다.
자주 같이 일하는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그입니다.
해날 오전엔 큰 마당가에 불을 피우고
새벽부터 모여 배추를 건져 올렸습니다.
물이 빠지는 사이 속을 버무리고
햇살 퍼져서는 속을 넣고 묻었지요.
“올해는 김장을 인간적으로 한다, 질서정연하게.”
해마다 이곳에서 김장을 한 이들은 한결같이 그리 평합니다.
날도 어찌나 푹하던지요.
올 김장을 진두지휘한 홍정희엄마는
큰 살림은 안 해봤다면서도 시집살이 3년이 그냥 보낸 시간이 아니었던 겝니다.
착착착착 어찌나 규모를 잘 잡던지...
상설 첫해의 무지막지했던 김장 날이 생각났습니다.
날은 차고 바람은 또 어찌나 모질던지,
게다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겨 불까지 나갔잖아요.
아직 규모를 몰라 밭에 있던 모든 배추를 다 끌어와
양은 또 얼마나 많았던지요.
고생한 그때 그 식구들 그립습니다.
마지막 김장독 뚜껑을 닫으며 마음 한없이 푹하였다마다요.

흙날 저녁엔 밥알모임이 있었습니다.
‘물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재정의 투명성을 위해서 학교재정과 공동체재정을 나누고 있지만
이 학교는 단순히 학부모연합체가 아니라
물꼬생태공동체의 바탕 위에 있다는 것,
그런 공공성(?)이 있기에 물꼬를 돕는 많은 손들도 기꺼이 보태는 게 아니겠느냐,
그런 물꼬구조에 대해 다시 잘 짚는 자리였습니다.
이 학교가 단지 학부모모임에서 만든 학교라면
공동체식구들에게도 지금 같은 헌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물꼬를 돕는 손길 역시 그런 학교를 이토록 도울 수는 없지 않을지요.
“학교와 학부모는 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잘 연대해야 할 것입니다.”
“물꼬의 기준은 내가 힘든가 그렇지 않은가가 아니라
이것이 옳고 가치로운가 그렇지 않은가입니다.”
그렇게 덧붙이는 말도 있었지요.
독일 교사가 쓴 책에서 ‘부모의 역할’ 한 구절을 읽기도 읽었습니다.
“이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아이의 환경을 더 이상 부모가 정해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은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모의 직접적인 결정권에서 벗어나 있다.”
물론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는 쓰고 있습니다.
제도학교에서의 관계를 다룬 것이지만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다 싶었지요.

몇 가지 안내도 있었습니다.
2007학년도엔 상범샘이 올 2월 통합교사연수를 받은 뒤
배움방으로 일정시간을 들어오기로 했고,
기존 부모들의 한 해 갈무리 면담이 12월 11일 주에 있습니다.
한 번 들어오면 그냥 이곳에서 주욱 살아가는 게 아니라
물꼬 상설 4기 출범을 앞두고
다시 우리 삶, 그리고 이곳에서의 배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잘한 것은 서로 칭찬도 하고 모자랐던 것은 질책도 하며
물꼬가 지닌 비전을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무엇보다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돌아보려지요.
초심, 초발심, 처음처럼, 첫마음이란 표현이 여럿인 것도
처음 마음의 중요함을 일컬은 것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책 그거 백날 읽어야 소용 없더라며
따로 세미나를 하는 시간 같은 건 없었는데
<오래된 미래>, <새벽의 건설자들> 정도는 필독서에 올려두자 하였답니다.
다음은 물론 이튿날의 김장일정을 의논하였지요.

해날 점심, 일찌감치 김장일을 끝내놓고 느긋이 푸진 밥을 먹은 뒤
한 시간이면 족하다던 학부모들의 모임인 ‘누룽지모임’이
여러 시간이 지나서야 끝나는 통에
아이들이랑 같이 한바탕 하기로 한 대동놀이를 그만 놓쳤습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운동장이 떠나가도록 놀고 있었지요.
그 사이 물꼬미용실도 문을 열어
교무실에서 머리도 깎았습니다.
누룽지모임에선 한 해 갈무리를 다 하셨던 모양입니다.
집집이 사연도 많았겠지요.
서로 잘 풀어가는 따뜻한 자리가 있으니
마음들 참 좋으셨을 겝니다.
사이좋은 사람들은 보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옥샘은 저녁 드셨어요?”
햇발동 청소를 한다고 먼저 달골에 올라왔는데,
나현이가 들어서며 물었습니다.
참 잘 키운 아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지요.
오늘은 창고동에 올라오는 손이 비어
구름다리며 2층 손님방이며 걸레질을 열심히 하였답니다.
창고동 1층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올라온 결에 그만 접었지요.
저녁참을 먹으며 도란거리다
곤했던지 아이들이 일찍 잠든 밤이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1116 116 계자 나흗날, 2007. 1.10.물날. 검은 구름 가끔 지나고 옥영경 2007-01-15 1407
1115 116 계자 사흗날, 2007. 1. 9.불날. 반짝이는 눈밭의 햇살 옥영경 2007-01-14 1032
1114 116 계자 이튿날, 2007. 1. 8.달날. 맑음 옥영경 2007-01-12 1364
1113 116 계자 여는 날, 2007. 1. 7.해날. 눈에 반사되는 햇볕 옥영경 2007-01-11 1468
1112 2007. 1. 6.흙날. 눈, 눈 / 11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1-10 1237
1111 115 계자 닫는 날, 2006. 1. 5.쇠날. 꾸무럭대다 한밤에 눈발 옥영경 2007-01-09 1470
1110 115 계자 닷샛날, 2007. 1. 4.나무날. 맑음 / 오뉘산 옥영경 2007-01-08 1369
1109 115 계자 나흗날, 2007. 1. 3.물날. 는개 옥영경 2007-01-06 1354
1108 115 계자 사흗날, 2007. 1. 2.불날. 반 흐림 옥영경 2007-01-05 1303
1107 115 계자 이튿날, 2007. 1. 1.달날. 흐림 옥영경 2007-01-04 1317
1106 115 계자 여는 날, 2006.12.31.해날. 맑음 옥영경 2007-01-03 1374
1105 2006.12.30.흙날. 얼어서 흐려 보이는 하늘 / 115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1-02 1297
1104 2006.12.29.쇠날. 맑음 옥영경 2007-01-01 1211
1103 2006.12.28.나무날. 눈발 옥영경 2007-01-01 1195
1102 2006.12.27.물날. 푹 내려간 기온 옥영경 2007-01-01 1173
1101 2006.12.26.불날. 맑음 옥영경 2007-01-01 1160
1100 2006.12.25.달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190
1099 2006.12.24.해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44
1098 2006.12.23.흙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26
1097 2006.12.22.쇠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18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