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2.물날. 흐린 하늘

조회 수 1276 추천 수 0 2006.11.23 12:12:00

2006.11.22.물날. 흐린 하늘


‘스스로공부’가 있는 물날.
“엔진에 대해 어제 왔던 삼촌이 가르쳐준 것들을 옮겨 적고,
엄마 차 설명서를 가지고 쏘렌토에 대해 공부했어요.”
류옥하다입니다.
“수정하는 거 하고,
갖춘꽃과 안갖춘꽃, 통꽃과 갈래꽃, 씨방 위치들을 알아봤어요.”
“새의 기관, 공기주머니에 대해서 조사하고...”
나현이와 승찬이였네요.

‘국선도’ 올 마지막 수련.
지난주에 오지 못했던 진우샘도 같이 와서
종찬샘이랑 마지막 인사들을 하였습니다.
이곳의 국선도 수련은 계속되겠지만
곧 군대를 가는 진우샘과 졸업을 하는 종찬샘이 오기는 어렵겠지요.
반듯함과 정갈함으로 수련하는 이의 자세를 잘 가르쳐준 두 분입니다.
사람 좋은 웃음과 정돈된 말투와 깍듯한 인사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본이 되셨습니다.
맑아지고 그만 마음이 다 좋아 수련이 있는 물날은 늘 멀었지요.
어느덧 두 해가 흘렀네요.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할 전통수련법을 찾던 큰 고민도 덜어주셨습니다.
무어라 인사를 드려야할지요...
그리고, 입학상담으로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김기영교수님의 전갈도 있었답니다.

‘연극놀이’.
만들던 극본 갈무리를 했지요.
완성한 장면을 연습할 때도
빚어지는 즉흥적인 상황이 고스란히 극본으로 발전합니다.
어쩌다 오래 의견이 충돌한다 싶을 때
슬쩍 한마디를 보태기만 하면
다시 방향을 잘 잡아나가고 있었습니다.
유쾌해 했고 보는 이도 즐거웠지요.
12월의 모든 ‘잔치 잔치 열렸네’ 날들에 잘 다듬어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때 무대에 올려도 되겠습디다.
“나는 대사가 많은 게 좋아.”
연기하는 게 좋은 승찬이는 뒤늦게 배역을 바꾸고 싶다고 하여
다른 아이들한테 한마디를 듣기도 하였지요.
“형이 한다고 정했잖아.”
“그렇게 하면 복잡해져.”
“한마디로도 중요한 역할일 수 있어.”
연극을 이루는 조화로운 모든 손들을 통해
결국 한 편의 극이 무대에 올려질 수 있다는 걸
잘 알려주어야겠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더라도 말입니다.

‘두레상’.
별똥별이 떨어지는 겨울 저녁의 풍경,
조릿대집의 김장,
귀농 첫해의 수확물을 팔고 나누는 즐거움,
배움방에서의 신나는 시간들,
늦은 추위가 겨울 준비를 차근차근하게 할 수 있게 한다는
저마다의 소식들을 나누었습니다.
상범샘과 동희가 함께 진행을 맡았지요.
어른 하나에 아이 하나를 더해서 두레상을 꾸리기로 한
처음입니다.
낼모레 산오름으로 속리산 천왕봉과 문장대를 밟겠다는 계획을 전하며
가는 차편을 누가 도와줄 수 있겠냐도 여쭈었지요.
김점곤아빠가 선뜻 나서주셨습니다.
그런데 속리산을 오르겠다는 것에 대해
혹 아이들에게 너무 험한 길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네요.
우리 아이들의 산오름 수행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랬다하더라도
담임교사가 이미 충분히 가늠한 바도 있을 텐데,
산오름 때마다 들었던 말을 또 듣고 있으니 아쉬움이 일었습니다.
아이들이 대답을 주었지요.
“1박 2일로 지리산에 가서 산장에서 자고 새벽에 천왕봉도 올랐어요.”
“월악산도 갔고...”
“덕유산도 갔고...”
“이번학기에는 삼도봉으로 해서 우두령도 갔고...”
“우두령에서 괘방령까지 가고, 지난번엔 고개 너머 핏들에 가고...”
그런데 걱정스런 말이 있고 나면 조금 주춤거리게 됩니다.
사고라는 것이 어디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아이들이랑 하는 일이라면 더 조심할 수밖에 없을 진대
혹여 나쁜 일이라도 있으면 그 봐라 위험하다하지 않았느냐 하게 되잖을지요.
가라 가라 등 떠밀어도 쉬운 걸음이 아닐텐데,
걱정하는 부모자리를 이해하면서도(어, 저도 부모네요)
굳이 무리하게 나서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일기도 한답니다.
다섯 번째 계절자유학교를 갔던 대성리의 가을날이 생각납니다.
그때 모둠들끼리 요리잔치를 할 적,
아이들에게 칼을 쥐게 하는 것에 대해
주로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던 친구들의 분분한 의견이 있었지요.
위험하다는 겁니다.
“칼을 어른에게 줘 보세요, 위험하지 않나.”
칼은 누구에게라도 위험한 물건이지요.
“문제는 그것을 잘 다루도록 가르치고 위험을 인지시키는 것 아니겠는지요.
물론 갓난쟁이에게 칼을 쥐어줄 수야 없겠지만
초등학생 정도라면 시도해볼만 하지 않을지...”
그리 대답했던 듯합니다.
그래요, 다칠지도 모르지요.
지난 번 가을계자를 대신한 야은초등 현장학습이 예서 있던 날엔
낫을 든 뒤 한 녀석이 다친 일도 있었습니다.
거친 산오름, 위험하겠지요.
그렇지만 늘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며
(잠깐, 아이들의 수행력에 대한 수위를
너무 높이 잡고 있는 건 아닌가 다시 자신을 보지요.),
그 시간을 통해 자기 생의 어느 지점을 또 성큼 뛰어넘을 것을 믿습니다.
백두대간의 한 자락은 웅혼을 생각게 할 것이며
큰 산은 어떤 곳보다 좋은 배움터가 될 것이고
거친 산을 통해 형제애와 동지애가 더욱 짙어질 것을 또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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