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5-26.흙-해날 / ‘찾아가는 하우스예술파티’ 워크샵


이틀 동안 이어진 특강이 있었습니다.
일곱의 어른들이 찾아와 진행한 ‘찾아가는 하우스예술파티’가 그것입니다.
퍼포먼스, 마임, 춤, 연극이 뒤섞인 시간이었지요.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눈부신 가을을 즐기느라고...”
흙날 2시, 유난히도 도타운 11월의 햇살을 안고
코파스(KOPAS) 샘들이 빠듯하게 맞추어 들어오셨습니다.
배움방은 아침부터 나무를 때 데워놓고
고래방도 온풍기를 막 돌리기 시작했지요.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지 의논을 하고 앉았는데
아이들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파라 합니다.

흙날 3-5시.
창작현대무용을 하는 ‘on & off’의 한창호샘, 김은정샘이
아이들과 음악에 몸을 싣고 고래방을 물처럼 흘렀습니다.
두 분이 먼저 보여주는 것을 씨앗삼아
서로 움직임을 만들어 보이기도 하고
춤동작을 따라해 보기도 하였지요.
몸의 어떤 부위끼리 강하게 맞닿았다가 풀고
다시 맞대기를 반복하며 춤사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입으로도 해요.”
입술을 꼭 다물고 종훈이가 달려옵니다.
“으, 으, 으....”
오늘도 낯선 사람들 왔다고
담임교사 치마폭을 잡고 졸졸 따라다니는 종훈이랍니다.

5-7시.
배움방으로 건너가 연극을 하였습니다.
‘이름 없는 팀’의 예기샘과 예플러샘이 진행하셨지요.
“무엇이 평화라고 생각하세요?”
평화를 주제로 들고 오셨습니다.
‘호숫가나무’에서 다루었던 백범일지의 한 문장이 마음에 남기도 했나 보지요,
공원에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심는 자유가 평화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지요.
모두가 남을 배려하는 것,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
어떤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
먹을 가는 것,
옥샘이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
엄마 아빠 품에, 옥샘 품에 안기는 것,
다른 존재들과 함께 사는 것, ...
“친구랑 노는 것이 평화입니다.”
신기는 그리 썼습니다.
“학교 다니는 게 평화롭다.”
종훈이는 이리 쓰고 있었네요.
이야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라크전쟁에 닿았고
서서 오줌 누는 순간조차 불안한 아이들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군기지가 들어서서 이제 노래(‘저녁놀’) 속에서만 그릴 수 있는
대추리 도두리의 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곳이 삶의 터전이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향한 마음으로 나아갔지요.

해날 10시 30분.
두 시간동안 연극이 이어졌습니다.
학교 큰대문을 들어서면 있는 소나무를 무대배경으로 놓았지요.
이라크 아이들에게, 그리고 황새울을 빼앗긴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평화를 나누기 위하여
아이들은 평화의 배를 띄우고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썼지요.
그런 다음 저마다 생각하는 평화를 몸에 입혀
4시 공연에서 20여분 무대에 서기로 하였답니다.

점심을 먹은 뒤 두 시간은 춤이 이어졌지요.
몸으로 박 맞추기, 몸 함께 쓰기와 따로 쓰기도 하고
무대에 선보일 음악을 전통가락에 맞춰 만들어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해날 낮 4시, 작은 잔치가 있었지요.
한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동네 어르신들 오십사 마을 방송도 해두었던 터이지요.
겨울동안 도시 아들네로 나가있는 분들이 많다시더니
그래도 열댓 분이나 오셨더이다.
“방송 찍나 보네.”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이가 있으니
멀찍이 돌아서들 안으로 들어가시고 (그게 아닌데...),
그래서 소나무 가에서 평화를 전하는 아이들 공연은
학교 식구들이며 부모들만 관객이 되었더랬지요.
고래방에서는 상 위로 부침개와 막걸리가 놓였습니다.
백설기를 했는데, 아차 싶었지요,
날도 찬데, 시루떡이 나을 걸 그랬습니다.
“그냥, 막걸리나 하자고...”
뫼시고 놨더니 차린 것 없는 상이 못내 걸립니다.
어르신들은 잡채가 있어야 잔치인줄 아시는데...
“아이구, 번번이...”
그래도 할머니들의 반가운 인사가 이어지지요.
“내가 안 올라다가 교장샘 얼굴 본지가 하도 오래 돼야서...”
남기원할아버지의 인사입니다.
“우리 아저씨 아프고는 처음이잖아.”
인숙이네 할머니의 오랜만의 방문이시지요.

‘문화마을 들소리’의 전현숙샘 박수빈샘이
설장구에 이어 춘향가 한 대목을 들려주자
금새 흥이 난 어르신들입니다.
대해리의 대표가수 조중조할아버지가 빠질 수 없으시지요.
“에라만수 에라대신 대활연으로 서리서리 내리소서.”
당신도 한 소리 해야겠다며 성주풀이를 읊조리셨답니다.
“우리 교장샘이야말로 목이 얼마나 좋칸디...”
오래 같이 지내왔다고 할머니들이 학교 편에 빈치사를 하며 치켜세워도 주셨지요.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었지요.
“올해는 찰벼를 많이 했더만, 그거 다 누가 먹어?”
“누가 먹긴, 그 왜, 뭐지, 도와주는 사람들도 나눠줘야지...”
산골 노인네들이 뭘 알겠나 싶겠지만
어디요, 이래저래 시간이 흐르니
물꼬를 대신해서 다른 어른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분도 계십디다요.
세월입니다, 시간의 힘입니다.
오직 유구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살 일입니다.

아이들 춤이 이어졌고 그 춤가락이 객석으로 옮더니
모두가 무대로 나가 손에 손을 잡고 군무를 췄지요.
하얀 겨울 빈 들의 학처럼 말입니다.
장구와 쇠가락이 신명나게 흥을 돋우고 있었지요.

“소리 한 번 더해봐!”
어르신들의 주문에 소리꾼들이 응답을 한 뒤
둘러앉은 상마다 공연감상이 있었겠지요.
할머니 한 분이 막걸리 사발을 채워주며 다가앉으십니다.
“교장샘, 나 한글 좀 가르쳐줘.”
그렇지 않아도 작년부터 해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경로당에 신문을 넣어 드렸을 때,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이가 불과 서넛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뒤로
숙제 같던 일이었지요.
다른 어르신들과 생각을 모아 본다셨고
저는 저대로 준비를 하겠다 말씀드렸답니다.
가슴 설렙니다.
새 해를 준비하는 발걸음에 한층 흥이 났습니다려.

코파스의 이정희샘이 아이들 선물을 마지막으로 내밀고 떠나셨습니다.
나무조각맞추기입니다.
몸을 쓰는 예술형태를 전문가들과 해보면서
‘예술교육은 전문가들에게’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귀녀겨 들을 필요도 있겠다 싶던 시간이었답니다.
귀한 발걸음 이 산골까지 디뎌주셔서
고맙습니다.
“백기형, 고마워요!”
또 다른 자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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