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 4.달날. 맑음

조회 수 1242 추천 수 0 2006.12.07 10:01:00

2006.12. 4.달날. 맑음


학교 본관 뒤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달골에서 내려옵니다.
‘나무 먹는 하마’인 화목보일러를 돌리는 계절입니다.
다사로와 더뎠던 겨울 덕분에 11월에는 나무를 벌었고,
김장하던 날도 추워서 하는 고생은 크게 없었네요.
없이 사는 이들에겐 더없이 고마운 ‘따숨’이었습니다.
볕까지 한껏 드는 오후엔 외창인 바람 많은 낡은 건물이어도
훈기 가득할 겝니다.

지난 11월에 특강을 하고 다녀간 ‘찾아가는 하우스예술파티’ 코파스 식구들이
아이들을 위해 나무조각맞추기를 선물로 주었더랬지요.
오전, 다른 달날들처럼 ‘첫만남’을 하고 ‘찻상 앞에서’ 도란거리다
12월을 어떻게 움직일까 의논한 다음
바로 그 선물을 풀었습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것들을 두 점씩 조립하고,
큰 두 점은 젓가락과 숟가락 모둠이 나뉘어 완성을 했지요.

12월은 ‘잔치 잔치 열렸네’가 이어집니다.
그 끝 16일에는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로 한 학년 갈무리를 하게 되지요.
짧은 두 주 가운데의 주말엔
또 다른 특강도 잡혀있습니다.
‘문화마을-문화지도 만들기’란 제목으로
사진, 조형, 벽화 작업을 하는 시간입니다.
역시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지요.
이틀 동안 낮 10시부터 4시까지 할 참이랍니다.
원 일정은 사흘인 것을 이틀로 줄이다보니
미리 이곳에서 해두어야 할 작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벽걸이등 혹은 편지함을 위해
작은 그림을 그린 오전이었네요.

오후엔 매듭잔치를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하면 좋을까,
시간마다 짚어가며 머리를 맞대보라 하였습니다.
‘국화’는 그동안 그려왔던 것들을 전시하고,
‘사회’에선 바티칸시국이며 세계의 작은 나라들을 알려주자,
춤은 노래 ‘가라’에 맞춘 것을, 단소는 군밤타령아카펠라와 엮고,
연극은 하던 별주부전을 무대용으로 만들고,
‘우리말글’에선 시화를, ‘우리가락 우리노래’는 ‘신아외기소리’에 사물놀이를,
‘숲이랑’ 시간은 모자이크 작품전을 하고,
‘넘의 말’은 각자 영어 노래 하나씩을,
‘손말’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대화를 하고 노래도 같이 하는 건 어떨까,
‘손풀기’ 해왔던 거 전시도 하자...
두어 가지만 의견을 더하고 빼면 되겠다 싶습디다.

남은 오후는 김점곤아빠랑 전승경고모가 아이들과 함께 마늘밭에 있었지요.
짚 깔아 덮어주고, 장대로 눌렀습니다.
“대포다!”
짚단을 배달해온 녀석들이 짚을 펼치는 쪽에다 턱 던져댔지요.
그렇게 놀이 같지 않았더라면 몹시도 손이 시린 날이었답니다.
포도밭도 그리 이불을 덮어주어야 하고,
장작도 패야하고...
그리고 비닐하우스 한켠에 만들기로 한 거름장에는
음식물찌꺼기며가 버려지기 시작했다 합니다.


“아이들이 다 제 나름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어리면 어린 대로.
그리고 그것을 행사하고...”
얼마 전 어디고 아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폭력(뭉뚱그려)에 대해
여러 어른들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과연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운 대로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 안에 이미 있는 문제인가를 심각하게 물어보고 있었지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입에 올리기도 하며
그런 문제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고,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이 되도록 어른들이 안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아침 아이들과 잠깐 ‘왕따’에 대해 나눈 이야기로 좀 무거웠더랬지요.
앞에서 어른들과 나눈 주제의 연장에서 말입니다.
자신이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고 그것으로 무척 마음 아팠다는데,
자신 역시 왕따를 시킨다 했습니다.
모진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가 역시 꼭 같은 시어미가 되더라던가요.
폭력이 폭력을 낳는 거겠지요.
그런데 자신이 다른 이를 왕따 시킨 건 까닭이 있었다 합니다.
“너를 왕따 시킨 그도 이유가 있었을지 모르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를 멈추게 한다든지 하는 순기능(?)을 들고 나와
전쟁을 정당화하는 이들이 있지요.
전쟁에서 아무리 위대한 것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리고 왕따를 시키며 납득할만한 까닭이 있다 하여도,
전쟁이나 왕따가 옳은 길일 수는 없지 않을지요.
처음에 아이들은 왕따를 당하는 한 아이를 제가 옹호하려는 뜻으로만 듣다가
(물론 이곳에서의 왕따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문제도 아니거니와
그 수위라는 것도 그저 아이들 간에 토라지는 정도에 그치지만)
나중에는 ‘왕따문제’가 갖는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 듯하데요.
많은 이들의 헌신과 자연의 사랑으로 자라는 이곳에서
아홉 아이들이 진정 형제인 듯 자라나
평화와 조화의 세상을 위한 좋은 씨앗들이 돼보자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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