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30.흙날. 얼어서 흐려 보이는 하늘 / 115 계자 미리모임


계자 마지막 준비를 안팎으로 하였습니다.
상범샘이랑은 안에서,
젊은 할아버지와 기락샘은 바깥을 두루 확인하고 챙겼지요.
홍정희엄마는 매듭잔치를 끝내고 겨울방학을 시작하며 인천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걸음으로 가마솥방에 필요한 장을 보고 들어오셨습니다.
이번에는 교실에서 자지 않고
물꼬생태공동체에서 쓰는 농가 두 채(곶감집과 조릿대집)에서 자려니
교사(校舍)공간 말고도 일이 많았지요.
살던 이들(‘마을식구’라 부르는 학부모들)이 워낙에 살뜰히 가꾼 집이라
땔감도 있고 바람막이도 잘 되어 있다지만
손을 맞으려니 갖춰야할 게 또 여럿 있었네요.
농가에서 자겠다는 까닭이야 여럿이지요.
교실에서 자려면 밤새 누군가가
물먹는 하마처럼 나무 먹는 괴물인 화목보일러의 아궁이 앞에서
한두 시간마다 확인을 하며 나무를 넣어야 하니 그것도 참 힘든 노릇이고,
한편 산골에 와서 농가에서 자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도 같고,
아무래도 교실보다는 훨씬 자는 느낌도 집이니까 낫지 않을까,
게다 따뜻하기로도 더 나을 테고...

백열다섯 번째 계절자유학교(115 계자) ‘어른미리모임’을 했습니다.
울산에서 교사로 3년을 보내고 잠시 대학원에 교환으로 가 있는 현진샘,
교대 4학년으로 임용고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보름샘,
고 2때 연을 맺어 서른 나이가 되는 세월동안 물꼬의 식구처럼 손발이 되어온
어떤 말로도 든든함과 고마움을 설명할 길 없는 형길샘,
새끼일꾼(주로 초등 때 계자를 다녀갔던 적 있는 중고생 자원봉사)으로 오마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러 온 다옴형님,
동생이 이곳 계자를 다닌 연으로 역시 새끼일꾼이 된 또 다른 현선형님,
그리고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했습니다.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초등 2년부터 물꼬 계자 아이였고
고교생이 되어서까지 새끼일꾼으로 오는 수진형님도 있고
물꼬 상설 아이의 보호자인 전승경고모도 있으며
역시 학부모인 마을에서 같이 사는 박진숙엄마도 계자를 함께 꾸립니다.

‘2007학년도 마친보람’(다른 학교로 친다면 통지표쯤?)과 해 마지막까지 씨름을 하느라
계자 속틀도 늦게야 넘겨 글집(아이들이 계자 기간동안 쓰는 안내책자) 역시 늦어졌지요.
한 주 전부터 손에 잡고도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애태웠더랬습니다.
일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한 탓에
다른 이들이 야삼경 지나도록 글집을 복사하고 엮고 해야 했지요.
어째 늘 사는 일이 이리 서툰지...

새해엔 제 손에 든 일들이
마감날까지 쫓기며 쓰는 원고 같지 않게 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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