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조회 수 2154 추천 수 0 2003.12.26 11:16:00
얼마 전
한 청년이 다녀갔습니다.
걸어서 여행을 하는 가운데 있다하였습니다.
영동 읍내 기선샘의 소개로 물꼬를 왔더랬지요.
닷새쯤 머무르며 손 보태고 가겠다더이다.
아이들은 그를 불량스님이라 불렀습니다.
스님같진 않은데 머리가 짧은 탓이었겠습니다.
"연습이지. 이제부터 세어서 닷새여야지."
닷새를 앞두고 그랬더니
또 선뜻 마음을 내주었습니다.
첫눈이 그 즈음 내렸지요.
그 눈을 상규샘이랑 같이 맞아서
식구들이 더 좋아했던가 봅니다.
통닭 내기하던 야구하며
밤새 나누던 얘기하며
일 짬짬이 풋풋한 시간들도 많았더랍니다.
살아온 시간들을 들려주던 상규샘 생각이 나네요.
어쩜 그리 얘기를 쫀득쫀득하게 하던지...
상규샘 나가던 그 아침,
떠나는 손님들로, 들어오는 이들로, 무던히도 북적였댔습니다.
발 아픈데 바르라고 챙겨주려던 목초액과
꺼내놓고 삶아주지 못한 달걀을
그 날 저녁답에야 생각해내었지요.
못내 이것저것이 아쉽습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컸던
상규샘입니다.
지금도 어느 길 위를 걷고 있을 테지요.
아무쪼록 건강했음 좋겠습니다.
곧 다시 온다 하였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116 2007.10.25.나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11-06 1285
1115 2007.11. 2.쇠날. 바람 옥영경 2007-11-13 1285
1114 2011. 6.12.해날. 황사인가 / 단식 7일째 옥영경 2011-06-18 1285
1113 146 계자 닫는 날, 2011. 8.12.쇠날. 해, 반갑다, 그리고 다시 내리는 가랑비 옥영경 2011-08-29 1285
1112 10월 15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0-28 1286
1111 12월 24일 나무날 흐리다 눈 옥영경 2005-01-02 1286
1110 2006.4.11.불날. 저녁에 갠 비 옥영경 2006-04-15 1286
1109 2007. 9. 1.흙날. 구멍 뚫린 하늘 옥영경 2007-09-23 1286
1108 2011.10.29.흙날. 흐리다 늦은 밤 부슬비 옥영경 2011-11-11 1286
1107 2005.11.29.불날 / '플로렌스'인의 목소리 옥영경 2005-12-01 1287
1106 2006.12. 5.불날. 흐림 옥영경 2006-12-07 1287
1105 2008.11.26.물날. 갬 옥영경 2008-12-10 1287
1104 2011. 4.14.나무날. 맑은 옥영경 2011-04-25 1287
1103 2011. 6.29.물날. 볕 쨍쨍 옥영경 2011-07-11 1287
1102 2011. 7.27.물날. 비 며칠째 옥영경 2011-08-03 1287
1101 155 계자(2013.7.28.해날~8.2.쇠날) 갈무리글(8.2.쇠날) 옥영경 2013-08-07 1287
1100 11월 5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1-19 1288
1099 2006.4.6.나무날. 흐린 것도 아닌 것이 옥영경 2006-04-10 1288
1098 2007. 5.19.흙날. 빗방울 소나기처럼 지나다 옥영경 2007-06-03 1288
1097 2011.11.10.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1-11-23 128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