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계자 기록을 하며 교무실에서 맞는 아침.

샘들이 일어나기 전 고요하게 맑은 여름 아침빛이 쏟아진다.

사는 일이 고맙다.

 

샘들, 알람소리에 눈들이 마주쳤는데 다시 감아버렸다나.

그러다 어느 순간 놀래서들 일어났다고.

170계자 여독이 아직 남았을 걸 무에 바쁜 일 있다고...

 

해건지기.

팔단금 대배백배 호흡명상.

멧골 아침의 소리가 창으로 넘쳐 흘러들어왔다.

팔단금이 아주 단순한 동작이고 그리 힘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땀이 흐른다고.

그렇다, 아주 느린 호흡인데도 운동량이 꽤 되는.

지윤샘은 집에 가서도 이런 시간 가지면 힘이 될 것 같다고.

 

아침밥상에는 빵과 어제 만든 복사잼, 포도잼, 스파게티소스, 샐러드와 드레싱이 올랐다.

 

일수행·1- 먼지의 나라’.

옷방을 다 뒤집어 정리를 하기로 했다.

상자마다 계절별로, 윗옷과 아래옷으로, 어른과 아이로,

구분이 없지 않았으나 어느새 뒤섞여 있는.

계자 준비위로 샘들이 모일 때면 으레 하던 일이기도.

이번에는 계자를 마치고서.

지윤샘은 집에서도 빨래 담당이라 익숙한 일이라지.

그냥도 좋은 데 일하면서 손발 잘 맞아 좋다고들.

먼지가 많아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다.

 

낮밥은 콩국수를 내기로 한다.

혹 먹고 싶은 게 있냐 물었고, 지윤샘이 자신의 영혼음식 콩국수를 말했다.

요새는 집에서들 콩물을 잘 내지 않는다고, 냉면육수 사는 것처럼.

더구나 콩물은 금방 시기 때문에 버리는 게 더 많기도 하니.

두유로 해먹기도 하더라.

엊저녁 당장 콩을 담갔던.

불려놓은 백태를 삶아 껍질을 벗기고 갈다. 아몬드도 넣고 깨도 더해서.

여기서 기른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고명으로.

인생콩국수였다고들.

이장님댁에서 왔던 복숭아 바구니를 돌려드리며

계자에서 남겨진 음료와, 빵을 구워 잼과 함께 새참도 보내다.

댁에서 왔던 복숭아 남은 걸로 만들었던 복사잼도.

 

일수행·2-풀의 나라

충분히 쉬고.

옷방에서 찾아낸 민복이 세 벌, 하다샘 7,8학년께 입던 옷.

그것을 일복으로. 무슨 절집 단체복 같았네.

소풍가듯 학교아저씨와 달골 아침뜨락에 오르다.

늦은 오후 아침뜨락에 들어가 들머리 풀들을 매다.

모기나라에 사람 왔다 소문 소문 났더랬네.

저녁이 빨리 내리는 달골, 어둠이 밀어내서야 나오다.

샘들이 보글보글방으로 밥을 짓기로 한 끼니이나

들일을 하고 와 차리기가 쉽지 않을 것.

그냥 하던 손으로 내가 뚝딱하겠노라 했네.

대왕 가지구이가 놓인 저녁밥상!

 

일수행·3-먼지나라’.

다시 옷방으로.

이제 좀 속도감이 붙는다고들 한다.

 

23시에야 하루재기.

아이들 계자 때는 그들을 건사하느라 좀 종종거려야 하는 면이 있는데

지금 속도가 자신에게 딱 좋다는 지윤샘.

물꼬 운영일도 의견을 모아보는.

부속사업 하나로 사회적기업을 구상 중인데 윤지샘이 고민 중.

지윤샘은 아리샘이 맡은 물꼬캠퍼스화 더하기 땅 프로젝트펀딩 일에

펀딩을 해봤던 경험을 공유키로.

실의 나라(한땀두땀, 드륵드륵; 바느질과 재봉질)도 있고,

꽃의 나라(예술활동)도 있고,

하고 싶은 혹은 해야 할 일들이 줄 섰는데

우리는 얼마나 할 수 있을까...

 

, 170계자 사흗날 기록을 마저 해서 누리집에 올리다.

왼편 눈 아래 볼, 오른편 눈두덩이가 퉁퉁 부었다.

아침뜨락 가장자리 풀숲을 낫질 하느라 얼굴을 묻고 있었더니

그곳에 사는 벌레들이 쏘아댄.

눈을 뜨기 힘들고 그만큼 시야가 좁다.

올해 내는 책 원고 2교 수정도 들어가야는디. 18일 마감.

 

내일은 산오름이 있다. 계자가 끝나면 짬을 내서 으레 하는 버섯 산오름.

못 들어가는 해가 더 많지만.

좀 이른 듯도 하지만 비 여러 날 내린 뒤라 버섯들이 오르고 있을 것.

도시락, 오이, , 모기약, 모기퇴치제, 행동식, 화장지, 물티슈, 수건,...

짐을 꾸려둔다.

 

돌아간 아이들은 고단을 잘 풀고 있을까...

아팠던 아이들은 또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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