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1.흙날. 맑음 / 밥알모임

조회 수 1171 추천 수 0 2006.10.25 09:04:00

2006.10.21.흙날. 맑음 / 밥알모임


밥알모임이 있었습니다.
낮에는 겨울 날 준비를 했지요.
학교 큰 녀석들까지 나서서 연탄 1000장을 들이고
5톤의 나무를 잘라 간장집 곶감집 조릿대집으로 땔감을 날랐습니다.
“손이 무서운 건지, 시간이 무서운 건지...”
언제 할까 싶던 일들이 어느새 다 제자리에 가 있었지요.
비가 온다 하니 김천 신기네 널린 나락도 담으러
일 젤 잘하는 세 사람이 붙어 다녀오기도 했네요.

밥알모임이 있었습니다.
학교 안내하는 날을 앞두고 학교 상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지요.
“‘물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계속해야 합니다.
자주 들으면 이해도 되고,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가는 방법이지 않을까...”
그래서 학제에 대한 세세한 안내와
학기 흐름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네요.
내년부터 학교농사를
‘물꼬생산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밥알들이 주관하기로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오갔습니다.
“참 다른 세계에 있다. 답답하다.”
공동체식구들의 한결같은 심정이었지요.
그런데 부모들 또한 그럴 것입니다.
이미 이곳에 사는 공동체식구들의 사유는 이 시대의 보편과 다르다는 거지요.
산입니다.
그러나 넘어서 갈 일이고 그것이 바다라 해도 건너야할 거리겠습니다.
“정 땜에 사는 곳이 아니고
물꼬의 이상에 동의해서 나날이 소박하게 사는 곳이었으면...”
어느 부모가 그랬지요.
그리고 그 이상을 구현해가는 방법까지도
동의해가는 과정이 필요하겠습니다.

가마솥방에서 조금 느슨하게 모임이 이어졌습니다.
공론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재밌습니다.
이건 ‘사는’ 겁니다.
논쟁과 언쟁과 토론을 즐겁게 바라볼 수도 있겠습디다.
좀 우스운 표현이지만
대표로서 교장으로서의 ‘숙명’이거니 하며 마음이 한결 밝아졌습니다.

새벽 세 시가 넘어갑니다.
이제 그만 내일 행사 준비도 해야지요.
달골로 홀로 올라와 뒤척입니다.
나날이 사는 일에 여유가 없어서
밥알들이 이 곳에서 뿌리내리는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기도 했겠습니다.
그런데 살아내는 일은 어디나 똑같지요.
다 힘들고 다 제 처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관계를 어렵게 하는 하나는 기대치가 아닐까 싶데요.
이곳에 오는 이들은 ‘공동체’에 사는 이들에 대한 기대가 있을 테고
학교 또한 이런 곳을 선택해서 온 부모에 대한 기대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결국 다 똑같은 것 아니겠는지요.
사람살이 어데고 매한가지일 테지요.
그래도 이곳이 주는 매력은
갈등이 일 때 많은 근원이 훨씬 제 마음에 있다는 걸 빨리 알아차리며
얼른 마음을 돌아보는 일 아니겠나 싶습디다.
나도 내 마음에 들게 살아지지 않는 게 생일 진대
누가 누구의 기대를 채울 수 있을까요.
‘내가 바라는 학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내가 바라는 부모’도 역시 없지요.
밥알들은 새 터전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생활을 해나가는 일에다
학교에까지 일손을 보태야 하는 어려움들이 있고,
공동체는 공동체대로 학교를 꾸리고 나날을 살아내고 일을 도모해가야 하며,
교사는 교사대로 그 어려움이 있겠습니다.
이곳의 교사라는 게
긴 방학이 있다거나 정규수업 뒤 4시 30분에 퇴근하는 교사가 아니지요.
내 아이 하나로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지라도
모아서 놓고 보면 정작 내 아이가 교사를 힘들게 하는 존재일 수도 있잖을지요.
훈장의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속설이 어디라고 다를까요.
그런데 이곳은 교사자리가 공동체구성원자리가 마을구성원자리가
따로 떼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어렵지만
반면 그 모두가 함께 어깨 겯기에 삶이 더 든든한 이 곳이 아닐는지요.

아, 그리고
역시 회의는 짧아야겠습니다.
“어차피 공식석상은 소통에 한계가 있다.”
홀로 하지 않는 바에야 어디고 조직이고 여기라고 다르지 않은데
소통과 이해가 조직회의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한 아버지의 말씀이 있었지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일찌감치 공식 얘기를 접고
가마솥방으로 자리를 옮겨 곡주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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