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8.물날. 맑음

조회 수 1057 추천 수 0 2006.10.20 19:21:00

2006.10.18.물날. 맑음


물꼬에서 아이들이 하는 프로젝트
(특정주제를 가지고 전방위로 공부를 해나가는 통합교과)에는
개인이 하는 것과 집단이 하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스스로공부’는 앞의 경우이며 ‘숲이랑(중심생각공부)’은 뒤의 것이지요.
스스로공부는 물날 오전을 쓰며
(물론 자기가 관심 있는 주제이니 어느 때고 눈과 귀가 열려있겠지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계획을 묻기만 할 뿐
그것을 따로 확인을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작할 때
지난주에 어떤 것들을 하였나 물어주지요,
각자의 작업을 격려해주고 동기가 될 수 있도록.
오늘은 또 어찌들 보냈을까요?

지난주엔 진행하는 샘들께 죄송하리만치 부산스러웠는데,
한가위를 보내고도 한참 시간이 흘렀으니
오늘 ‘국선도’는 좀 나았으려나요?
같이 들어가 보지를 못했는데
저들 말로는 자알 했다 합니다.

‘연극놀이’.
이젠 전체의 형태를 흩뜨리지 않으면서 모둠춤을 추는 아이들입니다.
고전발레동작으로 몸을 먼저 풀지요.
엉덩이를 쑤욱 내밀거나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봉에 매달렸었는데
상체를 직선으로 유지하면서 몸을 옮기는 것도 이제 곧잘 합니다.
무대에서 신체를 키우고 줄이는 것을 하다,
감정이란 얼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온 몸에 있다는 것도
그것을 우리가 보고 사는 식물들을 자신의 몸으로 옮겨보며 표현해보았지요.
이어, 같은 대사여도 사람에 따라 어떻게 다를 수 있는 지를
전래동화에 나오는 인물을 통해 해보기도 하였습니다.
“늘 너무 짧아.”
아이들의 아쉬움이지요.

‘두레상’
수확의 기쁨에 농사를 짓는 구나,
그동안 키웠던 것들을 거둬들이며 하는 생각들이라지요.
오늘 고추밭에서는 지고추로 쓰일 고추를 훑고
건너에선 깨를 털었다 합니다.
지금 비어있는 밭은 씨를 뿌리기엔 늦었으니
뒀다 마늘을 다 심기로 합니다.
하우스에 채소를 서둘러 솎아먹어야겠다는 소식도 전하네요.
“이제 나락 널고 말리는 게 일이겠네요.”
몇 해 이러고 사니
농약과 비료 없이 짓는 물꼬농사에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지요.
강하게 야단치듯 않고 그저 아쉬운 마음으로
그렇게 소출이 적어 어쩌냐십니다.
그러면 곁에서 신씨할아버지가 그러신데요.
“학교는 유기농이야!”
꾸역꾸역 해나가고 있으면 시간이 흐르는 속에 보는 것도 자연스러워지겠습니다.
“나가 있는 사람 생각도 나고...”
너나없이 농사대장 열택샘을 많이 생각키는 요즘인가 봅니다.
열택샘이 농산물 운송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냈고
요새 한참 양파를 실어 나르는데 한 상자를 보내마 했다네요.
그렇지 않아도 지난 해날 밤에 아이들이 무척 그리워하기 대구로 전화 넣었더니
동생이랑 서울에서 하룻밤 묵고 내려올 거라 어머님이 말씀해 주셨지요.
손전화도 생겼습디다.
다시 해야지 했는데, 다른 공동체 식구랑 그 사이 연락을 닿았네요.
한가위 때며 바깥에서 온 사람들이
함부로 아이들 자전거며 험악하게 다루어 망가진 일들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들을 해서 다음 물날에 모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달 밥알모임에서 나눌 이야기도 정리했지요.

저녁, ‘호숫가 나무’.
오랜만에 참 재미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학기엔 어른들과 함께 ‘경건의 시간’을 같이 해보았으나
진행에 서툰 점도 많았고 잘 안됐지요.
이번 학기엔 실제 지난 2년간 해왔듯
아이들과 더 깊이 하는 사유의 시간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첫째 마당.
너도 나도 남 따라 하며 소유가 확대되면서
얻기 위하여 헤친 산하로 그만 황폐해지고
결국 어느 모진 비바람 불던 날 사라진 싸릿골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두 번째 마당.
머리에 생각의 길을 만드는 작업을 했지요.
물음을 놓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집이란 무엇인가를 ’물었지요.
“편안하게 쉬는 곳!”
“그럼 아픈 사람이 병원에서 편안하게 쉬니까 그게 그에게는 집이겠네요?”
“나만의 공간!”
“저는 똥눌 때 화장실이 그런데, 그러면 화장실이 제 집입니까?”
아주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며도
생각의 끈을 놓치지 않고 주제에 다가가고 있었지요.
세 번째 마당은 깊은 명상으로 갈무리를 하였습니다.
결국 우리들은 집을 무엇으로 정리했을까요...
11월부터는 쇠날 아침으로 ‘호숫가나무’를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밤이 짧아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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