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계자 나흘째, 2006.8.26.나무날. 소나기

조회 수 1328 추천 수 0 2006.09.09 10:38:00
113 계자 나흘째, 2006.8.26.나무날. 소나기


날은 개었으나 아직 젖어 있는 산길을 걸었습니다.
아침, 요가와 명상을 한 뒤 달골에 올랐지요.
연보라빛 작은 나비들이 길바닥에 닿을락 말락 낮게 날고 있었습니다.
113 계자의 또 하나의 귀한 선물입니다.
이 아침을 어데서 예비하고 있다 나타난 걸까요.
호박꽃 사이에서 벌도 날고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이리 걸었겠구나,
아침마다 십리를 걸어 계곡을 지나고 산을 지났다는 우리 엄마가 가던 길도 이랬겠구나...”
상념에 잠기더라는 어느 샘도 있었지요.
10년을 준비하고 세운 학교, 그리고 10년 뒤의 생태마을, 또 10년 뒤의 아이들 나라...
첫날에 듣기도 했지만
산자락에서 대해리 마을 한가운데의 학교를 내려다보며 듣자니
물꼬의 꿈이 더욱 마음을 치더랍니다.
“10년, 구체적 생각 못했는데, 그리 생각해야겠구나...”
물꼬의 꿈, 바램이 10년씩 이어져가는 것처럼
자신의 꿈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들 하였습니다,
막연한 꿈이 아니라 구체화시켜나갈 꿈.
"물꼬 스케일 느껴지면서..."
달골을 둘러보며 물꼬랑 함께 해온 시간에 자부심이 일더라는 품앗이 일꾼도 있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작은 느낌’들이 유지되어 기뻐다 했지요.
“저는 농부가 될 건데,
경산 옆 영천에 자유학교도 세워서 아는 모든 나라 사람들을 초대해서...”
연호의 꿈입니다.
희망!
달골에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요.
물꼬에서 기른 토마토를 한 입 물고 내려온 결 고운 아침입니다.

오줌을 싼 아이가 그 옷을 그대로 입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귀엣말로 물었지요.
옷을 죄 가방 뒤 장에다 넣어두고 있데요.
더는 갈아입을 옷이 없는 게지요.
옷방에 있는 여벌옷을 갈아입히고
빨래통으로 옷을 보냈습니다.
캠프장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내는 공간이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집에서 살듯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수 있어 좋은 계절학교입니다.
저도(자기도) 얼마나 개운할지요.

‘나도 건축가-3’이 이어집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들이 아이들에게서 샘솟아 나왔다. 아지트를 어떻게 꾸밀 것인가를 의논하는 과정이 이뻤다. 그 속에서 생각을 내고 역할 분담을 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각자 자신의 개성과 생각을 한껏 발휘하였다.”
지선샘은 이리 쓰고 있었지요.
“아이들에겐 잘하는 것보다 모두가 참여해 자신의 것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느꼈다.”
‘잘하는 것’보다 ‘모든 걸 해볼 수 있’는 방향으로 두는
물꼬에서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합니다.

1모둠.
집 이름도 그냥 <집>입니다.
맞춤하게 ‘나도 건축가-3’이 끝났다네요.
곳곳에서 자기 할 일들을,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했더랬습니다.
연호가 만드는 편지함(역시 아메리칸 독수리가 등장합니다)에는
도현이가 도와주고 있었지요.
택배 박스도 문 앞에 만들어 놓았네요.
누구보다 정연이가 너무나 신나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학년 놀이방과 저학년 놀이방, 그리고 그 사이에 잠자는 방이 있었지요.
저학년 방에는 안전을 위해 밧줄이, 그리고 매트가 깔려있었습니다.
(아니, 언제 고래방의 요가매트는 거기 깔렸답니까.)
다른 모둠에게 아지트 설명도 얼마나 적극적이던지요.
간밤에도, 너도 나도 자랑하고 싶어했다던 아이들입니다.
“미국 일곱본 스위스... 자랑하고 싶어요.”
열개도 넘는 나라를 들먹이며 알리고 싶다 한 건 역시 연호입니다.
(그러니 용빈이가 벽체 우드락을 부순 것을 용서할 수 없을 수밖에요.
“(용빈이가)사과했잖아.”
“아직은 용서할 때가 아니예요.”)
도현이는 건축가가 되면 이걸(이 계자의 이 시간을) 얘기 하겠다 합니다.
“많은 시간 거기서 보내고 싶어요. 자고 싶어요.”
이순입니다.
낼은 자고픈 아이들은 자라 할 참입니다.

2모둠.
<아이들의 성>답게 아이들이 와글거릴 것 같은 집입니다.
신문지로 온통 벽을 둘러쳐서
안 읽던 신문도 거기서 읽게 되는 집,
아이들을 위한 여러 장치가 재밌게 얽힌 집,
툭툭 장난이라도 치고 싶은 집입니다.
지붕엔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3모둠.
이글루 같은 느낌의 집입니다.
‘모두 참여’, 그래서 신이 더 나더랍니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들의 아지트에 만족해서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지요,
꼭 이 모둠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백 % 순결한 집>
사람 낚시를 하는 집이랍니다.
사실은 함정, 모험의 집, 귀신의 집인데
안심하고 들어가라고 이름을 그리 붙였다나요.
그렇게 들어섰다 깜짝 놀라는 거지요.
머리 부딪치고 몸이 감기고...
천장이 선풍기 아래라 시원한 집이라고도 합니다.
고래방의 씰링팬 하나가 도는 아래였거든요.
수민이가 입장권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네요.
놀이공원이니까요.
아지트 주변을 청소해주면 입장권을 주자고 결정했다 합니다.
다른 모둠 아이들은 이 집을 들어가려고
정말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있었지요.
“어째 한익이 네가 청소를 다하고 있더라...”
덕분에 고래방이 환해졌네요.

4모둠.
어제 두 번째 시간에 거의 마무리해서
오늘은 어슬렁어슬렁 아기자기한 활동들을 하고 있었지요,
종이접기나 무늬오리기 같은.
끼리끼리 놀기도 하다 서로 집을 보여주는 시간에 부랴부랴 달려들 왔습니다.
<의자집>
“여러 종류의 창문이 있는 집, 반짝이줄이 특징이지요.”
“천장에 창고(선반)도 있어요.”
“지붕이 투명하여 밤하늘을 보며 자지요.”
“눈 내리는 것도 볼 수 있어요.”
노크하면 사람을 내다 볼 수 있는 작은 비밀의 문도 있다네요.

집집이 일어나 자랑들을 하는데
어찌나 잘 듣고 있던지요.
누가 이번 계자 아이들이 집중도가 떨어진다 했던가요.
앞에서 말을 하고 있으면서도 놀라웠답니다.
아, 그런데, 그만 잊었지 뭐예요.
집을 세우고 같이 지신밟기를 하자 했는데,
배운 가락으로 한바탕 노자 하였는데...

‘보글보글’이 이어졌습니다.
점심을 위한 요리 겸 먹을거리 잔치로,
일곱 개의 방이 열렸습니다.
그러느라 건축교실 샘들이 나가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요.
또 뵐 거니까...

감자부침개.
감자를 벗기고 강판에 갈았습니다.
“감자부침개는 감자가 주원료여야지.”
밀가루를 거의 쓰지 않자 했으니 감자가 무지 들어갑니다.
승엽이는 간 감자가 모자라겠다 싶을 때마다 물었지요.
“더 가져올까요?”
부리나케 달려갔다 와선 열심히 갈았습니다.
정리한 그릇들을 가마솥방으로 잽싸게 들고도 가고
행주를 들고 와 싸악 상도 닦았지요.
“집에서는 생전 안 해요.”
열심히 감자를 깎고 있던 동생 채현이가 한 소리했지요.
승엽이 무안할까 얼른 편을 들어줍니다.
“원래 그러는 거야, 집에서까지 하면 힘들잖아.”
종훈이와 류옥하다는 상차림에 쓰일 꽃을 구해왔습니다.
삼잎국화가 활짝도 피었습니다.
졸음에 겨웠던 찬솔이도 감자를 갈고 야채를 썰려고 일어났지요.
입이 야문 종영이는 마음은 또 여려
자꾸만 여럿 속에서 치이기도 했으나 금새 풀었습니다.
“다른 방들은 벌써 음식을 돌리는데...”
만지작거리고 싶은 게 많은 종수 때문에 일이 더뎌지자
지후가 그랑 놀아주는 일을 제 일로 삼았습니다.
어찌나 자연스럽게들 자리들을 찾아가는지,
이 아이들과 오래 오래 이같이 살아도 좋으련, 싶었지요.
다른 이에 대한 배려라든지를 아직 전혀 모르는 아이가
다른 방에서 배달되어온 음식을 혼자 다 먹은 일이 있었는데,
‘강한’ 두 아이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짜증을 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흔쾌하지는 않아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임을 아니 그리 문제 삼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방해를 하는 게 틀림없고,
다른 사람을 불편케 하는 게 맞긴 하지만
그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훌륭한 배움이겠습니다.
그런 마음을 타고난 이도 있겠으나,
가르치고 또 가르칠 일이겠습니다.

감자수제비.
기현 조은 경민 고주완 정연이가 같이 했지요.
어제의 그 맛난 수제비가 방만해져서
오늘은 속이 익지도 않은 채 나왔더랍니다.
반죽이 좀 뻑뻑했다나요.
그래도 여전히 국물은 시원도 하였지요.

감자샐러드.
예쁜 케Ÿ暘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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