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13.물날. 비 내리다 갬

조회 수 1224 추천 수 0 2006.09.19 16:12:00
2006. 9.13.물날. 비 내리다 갬


흐린 하늘이 꼭 우울하게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달골 중턱의 흐린 아침은
우리를 더욱 맑게 합니다.
비가 조용히 내리네요.
그런데 새가 창을 향해 힘껏 날아들다
그만 부딪쳐 떨어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데려왔지만 그만 숨이 끊어졌지요.
이렇다 저렇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아침입니다.

가을이 왔고,
그 가을로 손풀기 재료로 쓰고 있습니다.
한창 나뭇잎을 스케치북에 옮기고 있지요.
다시 그것으로 종이랑 섞어 작품을 만듭니다.
신기와 종훈이는
뜯어먹은 뼈만 남은 물고기 혹은 외계인을 만들기도 하네요.

'스스로 공부'가 있는 오전입니다.
그것에 대해 다 알지 못합니다.
어찌 움직일 것이냐 물어보지만 그것을 확인하지는 않지요.
그것은 자신의 몫이고
혹여 아무것도 않더라도 그것 역시 자신의 책임입니다.
한 해를 갈무리할 때
무엇을 하며 지냈는가 알 수 있겠지요.
빈둥거리며 한 해를 보냈다면
다른 아이들을 통해 다른 주제를 듣기도 할 테고,
열심히 연구한 아이들을 통해 자극도 받을 테지요.

국선도샘들을 한참 만에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어찌나 반기던지요.
연극도 오늘이네요.
어른극단도 만들어져 요새 단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연극시간에 와서 함께 배운다 합니다.
포도농사 갈무리가 한창이어 한동안은 아이들끼리만 하겠지만.
발레동작으로 몸을 풀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작업은 꽤 긴 시간 합니다.
다음은 ‘연극적 상상’에 대해
‘의자’ 하나를 놓고 즉흥적인 모노드라마가 이어졌지요.
의자는 차표창구, 기차의자, 식당의자, 운전석이 되더니 기차표창구가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양변기가 되기도 하였답니다.

두레상도 오늘입니다.
마을식구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을 받다보니
국선도도 하고 연극도 하는 오늘로 잡혔습니다.
이제부터 어른중심으로 진행해보기로 합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한 의견수렴이라면
아이들이 곁에서 잘 보고 배우겠지요.
돌아보기, 마음나눔, 일나눔, 덧붙임 정도로 꾸려질 듯합니다.
어른들은 아침마다 아이들의 ‘아침을 여는 노래’들로 기운을 받기도 한다 하고
밭을 갈아야 채소거리를 심는데 아직 손을 대지 못해 안타깝다는 농사부,
수확기여서 풍성하다는 마을 식구들 얘기가 있었습니다.
무소유공동체 산안마을 최창호님이
달마다 한 차례 묵어가며 실어다주는 계란(우리 닭도 있지요마는)을 잘 먹고 있다 하고
정운오아빠네서 온 양파로 장아찌도 담을 계획이랍니다.
고구마를 보관하려면 볕 보여 바짝 물기를 없애고
다시 그 열기를 그늘에서 식혀 넣는다는 정보도 있었지요.
김천에서 배가 실려와 실컷 잘 먹었는데
배움방 식구들이라도 가서 일을 하루 돕거나 어른들도 갈 수 있는 날을 받자고도 했지요.
아이들은 자기들일이니 강력하게 꼭 가야 한다며 적극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거기도 급한 일은 해치웠다고 고맙다며 다음에 와 달라 했답니다).
계자를 끝내고 났더니 책방 책들이 엉망이 되었다고 어른들이 걱정했고
책을 애용하는 아이들이 관리에 대한 고민에 빠졌지요.
뭔가 방법이 찾아질 수 있을 겝니다.

한참 만에 한 자리에 다들 모였습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한 두레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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