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계자 여는 날, 2006.8.7.달날. 하늘이야 말갛지요

조회 수 1350 추천 수 0 2006.08.11 19:26:00
112 계자 여는 날, 2006.8.7.달날. 하늘이야 말갛지요


이 여름의 두 번째 계자, “뜨락 같은 개울물 속 2”를 시작합니다.
아이 마흔 다섯(공동체 아이 하나 포함)과
어른 열일곱(새끼일꾼 하나 더해)이 같이 하네요.
영동역에서 다른 때와 달리
늦은 아이들이 많아 여럿을 불편케 했던 모양입니다.
이 계자에는 유네스코의 국제청년캠프도 함께 꾸려지지요.
열다섯 가량이라 알려져 온 것과 달리
마지막 인원은 여덟(한국 셋, 일본 둘, 이란과 중국,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즈탄).
비자 문제로 혹은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뜻을 접는 경우들이 많다네요.
같은 버스를 타고 들어오며 이미 낯을 익혀놓아
아이들이 곧잘 그들을 찾았답니다.

처음 오는 곳인지라 생뚱맞게 쳐다보는 녀석도 있는가 하면
안다고 반가이 인사를 하는 아이도 있고
왔으면서도 슬쩍 어색해하며 들어가는 이도 있습니다.
“선생님!”
턱 밑에 와서 한참 아래서 올려다보는 세훈이는
이제 초등학생이 되어 다시 왔습니다.
누나 혜원이는 성큼 자라 얼굴을 한동안 들여다보아야 했지요.
야물던 예지가 들어서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기환이 대호 한슬이 재화 성수도 우르르 옵니다.
그 주위가 꽤나 시끄럽겠지요.
소연이가 중 2가 되어 새끼일꾼으로 첫걸음을 뗐고,
역시 동생 지연이도 따라왔습니다.
물꼬 아이들의 영광의 자리 새끼일꾼 입성을 축하했지요.
저 아이 마음이 얼마나 설레고 있을지요.
“어, 정우!”
“옥샘, 짠짜짠짜잔짜... 그거 진짜 재밌었죠?”
“기억하는구나? 네가 다시 와서 정말 기뻐.”
“저두요.”
서로 꼬옥 껴안았답니다.
“이게 누구야?”
다온이와 은비가 사촌 동생 정환이를 끌고 왔습니다.
먼 여수로 이사를 간 뒤 처음 온 다온이입니다.
저 아이 다섯 살 때 우리말꼴공부를 같이 한 적도 있었지요.
세상에, 6학년이 되었습니다.
예슬이도 다시 왔어요,
그 단발머리를 그대로 하고.

처음 온 아이들은 겨우 이름자나 읽어보지요.
“어서와!”
“잘 왔어.”
까치머리 태관이도 오고
작기만 한 지수와 지원이가 살금거리듯 오고
아토피가 힘들겠다 싶은 성준이에
열이 나는 최정민도 들어왔습니다.
큰 놈이라 점잖겠다 싶은 여정민도 오고
게임기를 사준다는 꼬드김에 팔려온(?) 상현이도 오고
후덕해뵈는 민지에, 까불락거리며 형진이가 들어옵니다.
뺀질할 것만 같은 규식이에, 아무리 봐도 헷갈리는 준홍이와 준오가,
그리고 붙임성 좋은 가은이가 왔지요.
주연이와 예슬린이 꼭 붙어서 오고,
정욱이를 거느린 정록이가 엄지발가락을 조심스러워하며 들어서고
참하게 보이나 장난끼도 못잖을 것 같은 호연이와 규연이도 오고
진웅이에 은기 기완이 성재,
채영이 동연이 승엽이 지은이 승수,
그리고 탐색하는 눈길로 보민이가 왔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종훈이와 신기와 류옥하다가 이들을 맞아주었지요.

“저기 다온이 엄마 오세요.”
“선생님!”
아이구, 동생 둘을 뒤로 하고 서성희님 들어섭니다.
서성희님, 벌써 십여 년은 됐을 걸요,
물꼬 논두렁(후원회원)이라는 자리가 생기고 그 초기부터 여태
당신 아이들에게 갈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긴 세월을 끊이지 않고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시는 분입니다.
큰 놈 하번이가 왔던 열두 번째 계자 ‘하루볕이 무섭다데’는 지금도 생생하지요.
그 동생 하림이는 초등 2년 때 글쓰기공부를 가회동에서 같이 하였더랍니다.
지금 공동체식구 수습과정을 밟고 있는 홍정희엄마랑은
물꼬에서 꼭 한 번 있었던 ‘어른 계자’에서 서로 만난 적도 있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랜 시간은
그 결의 떨림이 얼마나 큰지요.
수다라도 좀 떨지 했더니 바쁜 줄 아시고는
부엌에서 물 한 잔 마시고 돌아가셨네요.
살아라, 살아라, 잘 살아라,
그렇게 사람들이 이 여름 대해리 골짝을 들러주시나 봅니다.

전체 틀과 공간 쓰임 안내가 끝난 뒤 점심을 먹고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와 그 뙤약볕에 공도 차고
염소를 좇아다니기도 하고 개들 앞을 오락가락도 하더니
책방에서 책에 빠졌다가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숨꼬방에서 일찌감치 뒹굴고 있는 녀석도 있습니다.

“큰 모임하자!”
큰모임과 모둠모임을 통해 서로 소개도 하였지요.
이 자리에서 엿새를 같이 보낼 이들은 어떤 사람인가,
특히 다른 나라에서까지 온 이란의 Haji Somaiieh, 키르기즈탄의 Tairov Medet,
일본의 Sakata Mami와 Umezawa Maki, 그리고 중국의 Li Qile는
미완성의 글집을 그림으로 완성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자기 관심들을 전했지요.

고래방으로 건너가 대동놀이를 합니다.
우리 전래놀이를 다른 나라 사람들과 나누는 거지요.
애고 어른이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고간에
아이들 놀이는 만국공용어랍니다.
야아, 이 더위에 벽이 무너져라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달리기도 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네가 놀았던 법을 나누었지요.

비 오듯 내린 땀을 그으러 수영장 ‘태평양’으로 달려간 저녁답이었습니다.
발목까지만 물을 담근다는 청년캠프의 원칙이 있었으나
우리 아이들 힘에 밀려 다 풍덩!
Qile는 애 아버지가 따로 없었지요.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아이들을 양손에 달고 돌아왔더랍니다.

청소는 지난 계자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이번 계자는 첫날부터 청소를 짬짬이 하며 지내게 되네요.
아이들도 먼저 마음을 내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합니다.
“우리 학교 급식실은 먼지가 많은데,
물꼬는 안 그런 것 같아 좋아요.”
그 덕에 여정민으로부터 학교 칭찬도 들었네요.
그러고 보니 계자를 백한 차례 치르는 동안
물꼬는 식중독사건 한 번이 없었습니다.
위생을 위한 진한 화학약품 한 번 쓰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부엌샘들의 공이 컸겠습니다.

밤늦게 어른들이 모인 가마솥방.
“계자동안에 아이들의 세세함과 작은 변화를 읽는 것도 큰 기쁨이겠지만
오랜만에 다양한 색깔로 빛을 머금고 오는 녀석들을 보는 것도 큰 재미”는
승현샘 같이 자주 오는 품앗이샘들이라면 너나없이 느끼는 거지요.
재화가 새끼일꾼처럼 대동놀이 때도 (달리는 애들과 부딪히지 않게)애들을 뒤로 붙이고
물놀이 가서도 깊은데 가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더랍니다.
아무래도 또 보는 아이들의 변화는 얘깃거리이지요.
“샘들이 늘 말씀하시는 계속 오는 아이들에 대한 그 느낌을 좀 알겠다.”고
홍정희 엄마도 얘기를 더하네요.
지난 계자는 착착 알아서 움직이는 활발한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등 붙이고 서로 지역조사해가며 움직임이 작은 분위기라고들 합니다.
하기야 더 지내봐야지요, 첫날 분위기를 믿을 일은 못되지요.
“외국인들, 아이들 눈높이로 적극적으로 융화될려고 애쓰는 모습,
말도 안 통하는 서로일텐데...”
아이들과 외국인들과 관계가 원활히 빨리 동화되어 신기했다는 이은영엄마입니다.
소개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시간 갖고 그러며 친해지고
물놀이까지 갔다 오는 시간쓰임이 좋은 하루여서 더 가깝지 않았는가 싶답니다.
외국인들은 우리말로,
반면 우리는 영어로 간단하게 주고받는 말들을 통해
드러나는 서로의 애씀은 참으로 따뜻했지요.
어이됐든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느끼는 잔잔한 분위기”가
이번 계자를 시작하는 느낌이라고들도 하네요.

더러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옵니다.
“**를 보면서 정말 지난 계자에서도 나왔듯이
(발달했다는 이 사회가 외려)장애를 구분 짓고 ‘돈 장사’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승현샘도 한소리를 했지요.
이번에도 감정조절 집중력조절이며 약을 챙겨온
장애아로 분류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도 같이 사는 아이가 있는데 ‘문제’로 삼자면 또 한이 없지요.
하지만 그 아이 어제는 소나기 쏟아질 때 집에 달린 모든 문을 닫아놓데요.
문득, 일상을 그리 가늠하고 살면 멀쩡하지 않나 싶더이다.
괜찮다, 괜찮다, 그리 살아가면 아니 될지요...

한 밤, 어른들은 가마솥방에서 아이들 얘기에 한창인데
정록 승수 재화 정우가 베개를 던지며 자려는 모두를 오래 불편케 해서
원성이 건너왔지요.
상범샘이 마당으로 내보냈는데, 장순이는 무슨일인가 하고 내내 크게 짖어대고
저들은 저들대로 수런거리느라 더 소란했네요.
“아니, 저것들이 반성하는 기미도 없이...”
“무슨... 분해서 어쩔줄 몰라 하고 있지요, 서로 상대 때문이라고...”
아, 이렇게 아이들 세계로 또 들어가는 계자네 싶데요.


올 여름 계자에 자원봉사로 오겠다던 이가 오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일이란 게 늘 변수가 많은 법인지라 그리 대수로울 것도 아니지만
교무실과 몇 차례 오고간 메일이 생각을 많이 하게 했지요.
그는 처음 오는 품앗이에게 제대로 안내를 하지 못함에 대해
다소의 불쾌감을 가지고 오지 않겠다 하였거든요.
우리도 더 친절함이 필요했겠고
한편 그 사람 역시 마음의 준비에도 모자람이 있을 수 있었겠으나
올 수도 있고 오지 못할 수도 있는 사람의 일인데
그 끝이 썩 개운치 않음은 마음에 오래 남더이다.
좋은 곳에서 만나고자 했던 서로입니다.
적이 될 까닭이 없고 미워할 까닭은 더욱 없지요.
깊이 사과한다 했습니다.
학교 실무쪽에서도 더한 준비를 해나가겠노라 전하였지요.
좋은 자리, 다시 연이 닿기를 바랍니다.

또 하나.
요 앞전 시카고에 머물 적 인터넷매체에 글을 이어 쓰고 있었답니다.
그 글 가운데 한 편은 어느 잡지사에서 싣고 싶다고 했고,
편집할 거면 미리 요약본을 보내 달라며 게재를 허락했지요.
곧 온 소식은 줄여놓은 글이 스스로도 못내 미안했던지
‘언잖아하시면 어쩌나’ 조심스럽게 온 메일이었습니다.
글이 제 자리가 있을 진대 글의 질감이 달라진 듯해서 실을 뜻이 없다 전하며
“되려 그대가 언잖을까 걱정”이라는 메일로 답을 했지요.
그런데 그가 다시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그런 제 마음을 잘 받고 좋은 글로 다시 만나자며 이번 호 잡지를 보내 오겠다 했습니다.
주고 받는 말이 조심스럽고 마음을 살피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하겠습니다.
특히 얼굴도 보지 않고 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그리하야 우리는 좋은 연 하나를 맺었더랍니다.

‘마음’ 나눔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계자 첫날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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