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계자 사흘째, 2006.8.9.물날. 소나기

조회 수 1491 추천 수 0 2006.08.17 00:02:00
112 계자 사흘째, 2006.8.9.물날. 소나기


이른 아침,
그늘진 곳에서 침묵하며 학교 마당의 풀을 뽑고
지난 큰 비에 무너져 아직도 치워지지 못한 돌탑을 치우고
한 패는 학교 둘레를 걸었습니다.
물꼬에서 키우는 쪽빛 하늘을 낼 ‘쪽’도 보고
하우스에 들어 토마토도 따서 옷에 슥슥 닦아 먹기도 하였지요.
호두와 감과 밤, 그리고 은행을 보며
풍성할 가을에 대한 기대를 같이 가져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키르기즈탄 노래를 들으며 한솥엣밥을 먹은 아침이었답니다.

열린교실은 콩밭 매던 IYC 식구들도 내려와 같이 합니다.
그들이 내려오면 아이들의 관심이 온통 그들에게 쏠리고
그들 또한 워낙에 잘 어울려주고 있지요.

상현 정우 준홍 기환 태관 호연 정욱 정록 승엽 성재가
일본의 마키와 상범샘이랑 같이 톱질 망치질을 했습니다.
“오오키나!”
망치며 목공실에 있는 것들을 들고 마키가 일어로 알려주었지요.
일일생활일어도 했다나요.
2-3일 하면 설계도를 주려고 했는데,
이번 계자는 하루만 뚝딱이를 하네요.
언제부턴가 뚝딱이의 첫날은 톱질과 망치질 자격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합격을 시켜주고 싶은데...”
땀은 비 오듯 하고 혼자만 안돼서 눈물범벅이 된 승엽,
마지막 1센티미터가 도저히 들어가지 않아 애를 태웠지요
(그 승엽이 만두 한개 반 먹었다고 그 눈물 또 다 달아났지요).
열린교실이 끝나고도 숨꼬방 앞에서는
망치질을 하는 소리와 몇 그림자가 어스름녘까지도 어른거리데요.

옷감에 물들이러 주연 예지 예슬린 형진 성준 승수 진웅 민지가 갔습니다.
일본의 마미와 필근샘이 이은영엄마랑 같이 했지요.
“우리 동네 보건소 소장님댁 산에서 퍼온 황토로...”
동네 이야기도 들려주었다합니다.
자기 옷을 가져와서 작업을 한다하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나요.
둘씩이나 하나씩 자기 통에 넣어서 작업할 수 있게 하니
서로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이 처음부터 없더라 합니다.
필근샘은 바지에다 황토 손자국을 찍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였지요.

다온 은비 지은이는 보미샘이랑 ‘한땀두땀’을 했습니다.
주머니를 만들었지요.
IYC 식구들이 미리모임을 같이 하지 못해 흐름이 쉽지 않으리라 했으나
제 때 제 때 교통이 잘 되어
자리들을 잘들 찾아갑니다.
이번 계자가 품앗이 일꾼 자리가 많이 비어
열린교실 강좌를 맡을 이가 아쉬웠는데
보미샘이 또 이렇게 제 자리에 앉았네요.
‘자연물로 그림놀이’와 ‘한땀두땀’을 같이 놓았는데
보미샘이 훌륭한 도움샘이 되고
물꼬에 익은 다온이가 도움꾼이 되어 순조로운 시간이었답니다.

자연물로 하는 그림놀이는
바깥에서 이것저것 구해온 것들로 공동작업을 하자 하다가
들꽃책갈피를 만들기로 합니다.
키르기즈탄의 머뎃과 종훈 여정민 소연 지원 류옥하다가 같이 했지요.
미리 두툼한 책에 끼워 말려놓지 않아도
즉석에서의 질감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른 교실 아이들이 자주 기웃거리며 감탄해주었지요.

김은숙엄마가 가은 채영 예슬 지윤 형진 보민 정환 기완 대호 동연, 규식, 예지 혜원
그리고 이란의 소마이에, 지은샘과 실다루기를 하였습니다.
매듭을 하였지요.
4자 매듭은 한 줄마다 두 차례씩 엮어주어야 하는 걸 잊고
한 번씩만 엮어 자꾸만 꼬여 애를 먹었다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의 멋이더라며 새로운 매듭을 탄생시켜놓았네요.
대호는 그 무표정한 얼굴로 얼마나 진지하던지요.

중국의 칠르와 승현샘은 젊은 할아버지랑
아이들을 데리고 놀잇감을 만들었습니다.
혜원 기완 은기는 활을 만들고,
한슬 성수 재화 준오는 물총을 만들었다네요.
“이 할아버지랑....”
칠르를 일러 그리 부르며 아이들은 친근감을 표시했는데
많은 경험을 통해 가진 그의 안정감이 준 느낌이겠습니다.
그는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세세한 관심을 갖고 있고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이 시간 시간들이 어떤 철학적 바탕을 가지고 있는지를 질문하더라지요.
“칠르는 애들 대하는 게 벌써 달라요. 꼭 우리 품앗이 같은...”
그는 계속 이 학교를 열심히 탐구하고 있답니다.

그런 일이 다 있었어요.
‘다 좋다’ 폐강!
원하는 교실이 없을 때 그런 아이들끼리 모여 교실을 여는 것인데
이번 아이들이 어려 그런지
아님 한껏 즐길 수 있는 다좋다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들 관심 있는 게 용케 열린 교실과 맞아떨어진 겐지
신청한 아이가 하나도 없었답니다.

점심을 먹고 저마다 쉬고 있을 무렵이었지요.
일본의 마미와 마키가 아이들 속에서 축구를 하는데,
뻥뻥 잘도 차는데,
아하, 저런 아이들 속으로의 집중이 저들을 따르게 하는 구나,
아이들이 마미와 마키를 유달리 좋아하는 까닭이 저거겠다 싶더이다.
정록이는 줄기차게 고기 잡으러 가자 졸라댑니다.
정록 승엽 정욱 종훈 진웅 승수 기환이가 샘 하나를 붙잡아 개울로 갔지요.
이런, 소낙비에 쫄딱 젖어서 돌아왔네요.
무섭게 내린 그 소나기 열려있는 창문으로 들이쳤는데,
숨꼬방에 잠시 누웠다 천둥소리에 급히 교실로 돌아온 새끼일꾼 소연이 형님,
마른 걸레를 가지고 교무실로 뛰어들어 컴퓨터부터 해서 책상 바닥이며 모두 닦았지요.
새끼일꾼, 그 자랑스런 이름!

우리가락시간이었습니다.
한 분과 얘기가 길어 새벽녘에야 50여분 눈을 붙인 간밤이었지요.
목이 그만 잠겨 한껏 소리를 지르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교사의 조건과 여건은 참으로 중요하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어제 했던 게 있어
저들이 목청껏 소리를 받아주었지요.
풍물에는 일어서서 걸으며 손으로 장단을 충분히 익히며 시작했습니다.
IYC 식구들도 같이 장구 매고 소고 들고 줄을 이었네요.
그렇게 공연이 한 판 있었지요.
그런데 오데서 화장실 냄새 풀풀입니다.
“제가 똥을 지리는 버릇이 있어요.”
하루에 두 차례씩 그러고 있는, 다녀간 적도 있는 아이입니다.
늘 그걸 보아야 하는 부모 마음은 얼마나 힘겨울까요.
그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의 똥 싼 바지를 빨고 별 일 아니다, 나아질 거다 위로하는 거지요.
그 아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이 공간을 같이 쓰는 아이들도 고맙습니다.
일반 학교라면 택도 없는 일이라 합니다.

오늘의 보글보글은 특히 재미납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 음식이 함께 하니까요.

키르기즈탄의 ‘스트리피냐’는
가지볶음에 토마토와 드레싱을 얹은 요리입니다.
쏘마이에랑 보미샘도 같이 했지요.
은비 다온 예슬린 정환 가은 성수가 예쁘게 장식을 하고 있데요.

일본식 핏자인 ‘오꼬노미야끼’와 일종의 스시 비스무레한 ‘고모꾸주시’도 있었습니다.
고모꾸주시라면 일본식 볶음밥쯤 되겠습니다.
굴소스며 아스파라거스 들은 그네가 준비를 해왔지요.
한슬 여정민 정우 보민 재화 민지 지은 예지 준오 동연이가
길게 늘여 앉아 삘삘 땀 흘리며 볶고 굽고 있었네요.

중국의 ‘지아오즈(교자)’는 중국식만두입니다.
지은샘 필근샘이 함께 했고
주연 대호 기환 규식 채영 혜원이가 속을 넣어 빚었네요.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더운 가마솥방에서
피를 만드는 손이 모자랄 것 같아 저도 붙었지요.
양에 대한 규모가 없어 아쉬웠지만
가마솥방 엄마들이 급히 속을 더해주기도 하셨답니다.

우리 요리로는 떡볶기와 타래과와 두부탕수가 방을 만들었지요.
떡볶기도 한과도 두부요리도 외국 사람들이 무리 없이,
아니 대부분이 좋아하는 것이라
엊저녁에 회의에서 고민들깨나 하며 열기로 한 요리방이였지요.
늘처럼 떡볶이에 열댓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두부탕수는 글쎄, 폐강이었네요.
외국요리에 대한 관심도 관심이었고,
‘육’자 하나 붙여놓으면 우르르 몰릴까 봐 두부탕수까지만 썼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들어온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폐강이 되어도 샘들끼리 요리를 해서 내놓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요리들에 도움꾼으로들 붙었지요.
타래과는 지수 은기 규연 호연 지윤 지원 형진 종훈이가 만들었습니다.
생강이 싫다더니 완성된 것에는 눈독들을 어찌나 들이던 지요.

뜨거운 한 여름날 오후를 보글보글하는 음식 앞에서 보냈으니
그 몸들이 어땠을 라나요.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낮인데요.
큰 마당에서 대동놀이로 물세례를 받습니다.
가마솥방 엄마들도 끌려(?)나왔지요.
“계자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살구나무 아래서 축구골대 앞의 물통까지 달려가
물바가지로 서로를 흠뻑 적시는 겁니다.
짐작대로 달려가는 이들끼리만이 아니라
진행자가 달려오는 이들한테 물을 뿌리기도 하고
달려온 이들이 진행자한테로, 또 줄을 선 이들한테로도 뿌리며
온통 온통 다 젖었더랍니다.
머뎃은 야생마라는 별명처럼 끝까지 도망을 잘도 다녀
아이들을 애깨나 태웠답니다.
더러 감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서 구경만 하는 이도 있었는데
마지막의 샤워기의 물 뿌림은 피할 도리가 없었지요.
그리고, IYC 식구들이 아이들 샤워를 도왔습니다.

고래방에서 같이 손말도 하고 동화도 보았지요.
여름 밤 영상으로 예쁜 동화 하나 보고 듣는 시간입니다.
하늘오름을 앞두고 마음 준비도 하지요.
승수 이놈의 자슥, 바닥에 드러누워 말끝마다 토를 달았지만
아이들이 전혀 개의치 않고 잘도 봅니다.
그의 장난도 마치 구색처럼 여름밤의 작은 풍경을 만들었지요.

무어라 말해야할지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나이를 먹어도 아직 서툰데,
우리 새끼일꾼들을 보면,
한 번 오고 두 번 오며 ‘말할 줄 아’는 그들입니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이 그러하듯.
새끼일꾼에서 품앗이로 자란 이들을 보아도
딱히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름대로 교육하는 이입네 하고 온 이들보다
더 깊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교육을 보는 예리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계자 도움꾼으로 함께 하는 새끼일꾼 자리는
그처럼 큰 성장의 자리랍니다.
제게 고만한 아이들이 있다면 열일을 제치고 새끼일꾼으로 보낼 것입니다.

오늘은 손님 한 분 계셨네요.
IYC의 전체 진행팀에서 조우진님이 과정을 살피러 오셨습니다.
“IYC 성격을 잘 모르겠어요. 40년이나 됐고(사실 한국은 몇 해 안됨)
왔던 아버지가 아이를 보내고 한다는데...
12개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데
지역 상황 일정을 고려하고 잡아야 하지 않을까,
두 달 동안 준비를 많이 한다면서...”
얘기를 나누었던 상범샘은 아쉬움이 많나봅니다.
두 달의 알찬 준비에서 소홀한 부분을 보게 되는 것일진대
어떤 이들이 물꼬의 계자에 대해서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겠구나 싶데요.
각자의 주 목적과 방향성에서 하는 준비가
다른 공간의 사람에겐 다르게 이해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쨌든 좋은 공간의 사람들이 서로 잘 만나서
세상을 아름답게 꾸리려는 애씀이 더 크게 보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해의 주제였던 “Challenge Today Change Tomorrow”대로
이 젊은이들의 현장공부가 내일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또한 간절히 바란다지요.

“하루흐름에서 즐거워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컸어요.
되게 여유롭고 자유롭고...”
샘들이 보는 오늘의 아이들 모습이었습니다.

불날 저녁과 물날 아침의 느낌이 다르다지요.
아, 이제 다 갔네 싶다는 승현샘,
그러게요, 이제 다 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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