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계자 여는 날, 2006.8.21.달날. 소나기

조회 수 1543 추천 수 0 2006.09.02 10:39:00
113 계자 여는 날, 2006.8.21.달날. 소나기

* 이제야 ‘다시’ 씁니다.
하이고, 진이 한바탕 빠지는 일이 있었지요.
아, 글쎄 8월 20-21일 길기도 하였던 날을 글로 잘 옮겼더랬습니다.
살뜰히도 썼는데,
아이들 이름자 한자 한자 짚으며
숨이라도 크게 쉬면 기억이 달아나 버릴 새라
열심히 기록을 하였겠지요.
그런데 그만 디스켓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더랍니다.
복구센터에 보내보기도 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네요.
날아가고 나니 더 가치로운 게지요, 뭐.
되살려 쓰느라고 써보지만 어디 처음 만큼이기야 할지요...


2006 여름, 백열세 번째 계절 자유학교가
< 뜨락 같은 개울물 속-3 >이라는 제목으로 엿새의 문을 엽니다.

정욱이네는
지후 영후에 이어 드디어 네 살이던 막내 상욱이가 일곱 살이 되어 같이 왔습니다.
승엽이가 동생 채현이에 친구 박상헌(박상/오상헌과 구별하여 그리 부름)이랑 왔고
재혁이가 병수랑 도현이를 데려(?)왔네요.
수민이가 이제는 애기살이 빠진 얼굴로 친구 오상헌(오상)이랑 함께 왔고
경산의 ‘버스노선귀신’ 우리 연호도 변함없는 얼굴로 왔습니다.
지난 겨울의 유명인 ‘웰컴투동막골’ 재이도 환한 얼굴로 들어섰고
경민이가 외사촌 고주완(고주)이랑 손 붙잡고 왔지요.
그리고는 새로운 얼굴들입니다.
정연이랑 지은이가 나란히 왔고
이순 이준 한주완(한주/고주완과 구별하여) 주희가 한 아파트에서 왔으며
멀리 울산에서 자원이가 동생 희정이랑,
아는 아이 하나 없이 용감하게 들어선 백림이는 한익이랑 벌써 친구라도 됐는 양 들어서고
사회복지기금 운운하는 똘망한 종영이,
이름도 한 번 불러보지 못하는 새 유진이랑 태희 다현이가 들어서고
용빈이랑 기현이 조은이 종수가 같이들 왔고
경태와 예원이가 친구네 동생이라는 동찬이를 애지중지 데려 왔습니다.
이들을 물꼬 상설학교 승찬이와 정민이 창욱이 종훈 류옥하다,
그리고 마을 아이 효민이가 맞았습니다.
아, 창욱이는 고모네 갔다가 아이들과 같이 들어왔네요.

이번 계자엔 아리샘이 맡고 있는 특수학급 아이들과 장애아로 분류되는 아이 둘,
그 여섯이 함께 합니다.
중중장애라 하지만
자조기술(혼자 옷 입고 씻고 화장실가고 이동하는 능력을 이리 부른다지요)이 있는
아이들이랍니다.
신체장애아에게야 이곳 시설이 형편없지요.
(물꼬가 돈을 벌고 싶다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때문일 거라고
오래전부터 얘기했던 바가 있었더이다.)
영동역에서 부모들이 더러 묻더라나요,
물꼬에는 장애아를 위한 특별한 치유프로그램이 있냐고.
뭐 대단한 무엇이 있을 라구요.
‘특수’에 대한 이해가 없이도 ‘그’를 치유할 수 있는
‘자연적인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살필 뿐입니다.
이 자연이, 여기 함께 하는 이들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굳이 이곳의 치유법이라면 치유법이 아닐 지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
이곳에선 장애아를 그리 부릅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요?”
“도와줘요.”
아이들이 그리 대답하데요.

물꼬에서 지내는 법과 공간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쓰게 될 글집에 자기 관심을 쏟아 표지를 만들고
엿새 동안 한 식구가 될 모둠끼리 시간을 보냈습니다.
3모둠은 물놀이겸 옥수수를 따기로 이야기가 모아졌다지요.
구워 먹을까요, 삶아 먹을까요?
이준이가 삶아먹자 했다나요.
“우리만?”
재이가 모두가 먹게 하자 했답니다.
옥수수가 익었습니다.
이 계자를 위해 이 아이들을 위해 익어주었습니다.
“하늘에서 옥수수가 떨어진다!”
밭에 들어간 이들이 밭두렁으로 옥수수를 날리는데
팝콘이 흩날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감동이더라나요.
100개도 넘어되게 땄더랍니다.
“아프리카사람이예요.”
“하얀 사람 나왔어요.”
“인디언 추장이예요.”
종류도 얼마나 갖가지던지요.
이런 기쁨을 준비한 농사부의 열택샘은 지금 멀리 대구에 있습니다.
얼마나 사랑을 쏟았을까요.
그를 위해 한 보따리 보내자고들 하였지요.

물놀이를 갑니다.
다른 모둠들은 벌써 다 젖어 있습니다.
점심엔 소나기가 한 줄기 지나더니
때마침 비가 그어주었지요.
한켠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옥수수를 굽는데
팝콘 옥수수가 있어 예제 튀어올라 모두의 흥을 돋웁니다.

369물놀이로 불이 사방팔방 튀기도 하고
저 편에선 찰방찰방 발목을 적시며 놀고 있었지요.
평화, 평화입니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들꽃을 꺾어 샘들을 주었습니다.
얼마나 큰 선물인지요.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몸들을 끌고 와 고래방으로 들어섭니다.
이어달리기를 하며 몸을 푸는 사이
샘들은 경기중인 농구장에서 보는 것처럼
수건으로 물을 닦아내기도 합니다.
전래놀이가 신명나게 이어지고
그리고 이번에 새로이 등장한 ‘사람 되기’,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새가 되더니 기어이 사람으로 태어나는 소망을 이루는 놀이입니다.
“감동적이야!”
샘들이 더 신이 났지요.
우리는 모두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땀깨나 흘렀더이다.

점심에는 지치도록 공을 찼던 아이들입니다.
공 하나로 모두가 그런 신명을 낼 수 있다니...
개구리 흉내도 내며 놀고 신발도 던지며도 놀았습니다.
저녁에는 이순이 승찬이 도현이들이 묵찌빠를 하며 놀았지요.
시간과 시간 사이는 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사건이 함께 하는지요.
그 속을 물속처럼 유영하다보면
잉크 한 방울이 물속에서 번지듯
그리 마음이 기쁨으로 번져갑니다.
한주완이 엄마 그립다 우울한 저녁을 보냈고,
용빈이가 그예 울음을 터뜨렸으며,
이른 새벽부터 오느라 진을 뺀 희정이가 열이 올랐더랬지요.
새로운 아침은 새로운 몸과 마음이 될 수 있을 겝니다.

샘들 하루재기가 길기도 합니다.
“인스턴트로부터 차단된 문화!”
어제부터 세이샘은 물꼬 계자의 핵심을 간추려주기로 작정했나 봅니다.
이곳의 먹을 거리에 새삼 고마워하게 되데요.
“생각보다 열악한 곳에서 생각보다 큰 꿈”을 꾸는 물꼬를 처음 들어선 지원샘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하다(물꼬 상설아이)가 여기 사는 애냐 물어요.”
그런데 그리 물었던 아이가 그랬다지요.
“불쌍하다. 컴퓨터 게임도 못하고...”
정말 불쌍한 걸까요?
구슬샘은 아이들 잠자는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은 소회를 말합니다.
동화책을 읽은 지도 오래고 읽어준 적은 더욱 없는데
제목이 뭐냐, 빨리 읽어 달라,
그리고 읽는 동안 너무나 고요했던 시간을 통해
‘아이와 동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나 봅니다.
자유의 개념에 대해 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는 영주샘은
현장에서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소망을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것, 일정을 생각하는 것,
아이들 생각을 이끌어내는 활동들이 인상적이었다 합니다.

아무래도 그 어느 때보다 장애아에 대한 이야기도 깁니다.
계자에 장애아가 늘 서넛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다른 때에 견주어 좀 더 되지요.
“학년구분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데요...”
이곳에선 그들이 두드러지지 않지만(나이대가 다 섞여있어)
일반 학교에선 또래들끼리 모아 놓으니 장애아와 비장애아의 간격이 더 크고
그래서 그들이 더 버겁고 사는 게 더 힘들다 합니다.
누구를 위한 학년구분인가, 무엇을 위한 행동발달제인가를 물었지요.
“세이샘 아리샘, 이런 샘들이 학교 현장에 있어 마음이 든든합니다.”
귀한 방학에도 그들은 이런 곳에서 땀 흘리고 있습니다,
뭐라도 배울까,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그리고 그들을 통해 물꼬는 또 배웁니다.

물꼬 이야기도 이래저래 전하게 됩니다.
“우리는 제 아이와 동시대를 살아갈 아이들한테 관심을 갖습니다,
내 새끼만 잘 키워서 절대 행복할 수 없겠기에.
그래서 이 시대 모든 아이들을 향해 눈과 귀를 두고
그들과 같이 나눌 것들을 찾습니다.”
“사는데 뭐 별 길이 없다 싶습니다.
나날이 살아가는 것, 자기 소명을 찾아보는 것 아니겠는지요.
이 길도 저 길도 있을 텐데, 좀더 낫다 싶은 대로 사는 게 중요하지 않을 지요.”
“내 아이가 썩 내켜하지 않는 일을 이곳에서 시키게(?) 될 때
그것이 과연 억압이기만 할까요?
때로는 우리 삶에 ‘기꺼이 감수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 지요.”
“나, 가족, 그 너머의 것들을 만나야 하는 것도 우리 생의 깊은 책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아이가 ‘레 미제라블’을 읽으며 앞으로 어찌 살아야할지를 결심했다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칠 거라데요. 어린 날 그런 결심을 하지 않은 이가 어딨을까요. 하지만 우리 생이 우리 살고픈 대로 어디 살아집디까. 그런데 그 아이 그러기 위해서 지혜도 키우고 힘도 기를 거랍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잘 먹을 거라데요.
그 아이는 이러저러 가난에 대한 구조를 이성적으로 알았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단지 가난한 사람, 그들이 가슴이 아프니까 그런 결심을 했을 것입니다. 환경문제도 그런 것 아닐까요. 이러저러 나쁘니까 안 해야된다고 이성의 영역으로 생태주의자가 되는 이도 물론 있겠으나 저기 풀이 저 강물이 아프구나 그래서 내 가슴이 이다지도 아프구나 그러니 아프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감성’에서 출발하기도 할 겁니다. 길섶의 풀이름을 알고 외고 하지 않더라도, 그런 거 몰라도 저기 저런 게 살아가고 있구나 저이를 아프게 하지 말아야겠구나...
어쩌면 가치관은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데요. 이곳에서 그런 감성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아리샘이 2년만에 대해리에 왔습니다.
‘울컥’하데요.
같이 보낸 십여 년의 시간, 그리고 각자가 겪은 어떤 설움들도 있어 그랬을 겝니다.
“물꼬 할미 만나러 오는 것 같앴어...”
제 무릎앓이를 위해 칼슘보강제란 걸 사들고 와서 내밀었지요.
“어려운 시간 물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위로였어요.
거기 당신이 있고...
당신, 여기 있어야해, 있어야 한다니까...”
만남이 은혜롭다, 새삼스러웠지요.
물꼬 역시 어떤 이상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어도
다른 삶을 끊임없이 꿈꾸고 옴지락거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아, 하나 더!
KBS의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하는 ‘세상의 아침’에서
인생2모작이란 제목으로 귀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모양입니다.
그들의 공통적인 큰 고민이 교육이더라며
나름의 대안으로 ‘물꼬’같은 공간을 많은 이들이 소개하더라나요.
그래 잠깐 다녀갔지요.
8월 23일 물날 2부 방송 끝 무렵에 잠깐 등장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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