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22.흙날 / 달골 아이들집(햇발동과 창고동)은 어떻게 세워졌는가

빗방울 뿌리다 날이 갰습니다.

이 글은 아주 아주 오래 써왔던 글인 셈입니다
오랫동안 쓰고 싶어 했고,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오늘을 애타게 기다려왔거든요.
그렇다고 그것이 무슨 글의 완성도를 뜻하는 것은 아님은 물론이다마다요.

달골 아이들집(햇발동과 창고동)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2014년 즈음 그 뼈대가 만들어질 대해리 이 골짝의 생태마을에서
메인빌리지('중심마을'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는 무언가 모자란)가 될 자리인 달골의
들머리집이 생긴 것입니다.
운동장 같은 다락을 빼더라도 45평인 햇발동(1층 25여 평, 2층 20여 평)과
50평의 창고동(1층 38여 평, 2층 12여 평)이 들어섰지요.

물꼬생태공동체는 달골 아이들집을 어떻게 지었던 걸까요?

1. 집이 있어야 했지요

아직 물꼬 스스로 집을 세울 힘은 없는데,
집이 필요했습니다.
조릿대집(학교 뒷마을인 댓마의 농가)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2004학년도를 살며
가끔 '돼지우리'라는 낱말을 떠올리고는 하였지요.
여자 아이들이랑 저, 그러니까 여섯이 한 방에서 잤고,
옆방이라고는 하나 겨우 미닫이문이 연결되어있었던 남자방엔
다섯 녀석이 잤더랍니다.
함께 만드는 행복과는 다르게
겨우 발을 뻗고 요리조리 겹치지 않게 이부자리를 펴며 자주 슬펐지요.
큰 녀석들에겐 사유공간을 주고팠습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공간이 삶을 때로는 피폐하게도 한다는 걸
오랜 가난으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발적으로 지켜내려는 가난과 반면의 누릴 풍요에 대해
지혜로이 선을 잘 긋는 깨어있음이 요구되었는데,
이리 눕고 저리 누우며 아무리 뒤척여도 집을 짓는 것 말고는
마을 안에서 해결이 되지 않았지요.
빈집이 없지야 않았으나
일년에 단 하루 편히 다녀가겠다고 세를 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도시 사람들에게 그걸 팔아 돈이 될 리도 없으니.
다시 한 학년이 시작되고 있었고
아이들은 이제 곶감집(학교 앞마을 큰마의 농가)으로 옮겼는데,
이전보다 덜 으쓱하니 오고가기는 좋았으나
여전히 좁기는 매한가지였지요.
게다 미국의 한 공동체와 교류를 앞두고 있었고
국제캠프도 열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더랍니다.
다른 문화 안에 사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겠다 싶었지요.
미루지 말고 짓자,
외국과의 교류에선 손님집으로의 구실을 해줄 테고
아이들집이 비어있을 땐
그 동안 물꼬에 좋은 그늘이 되어주었던 이들의 쉼터로 내놀 수도 있겠다,
한껏 가슴이 부풀었지요.

2. 설계

2004학년도 막바지부터
물꼬의 큰 논두렁인 민족건축인협의회 양상현 교수님(순천향대 건축학과)과 오가며
아이들집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상설학교로 출발하기 전부터도 의논은 있었던 터지요.
민건협 여름캠프 교장일을 보는 윤의식소장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물꼬의 까다로운 요구를 두 분은 지독하게 열심히 들어주고 도면을 고쳐주셨더이다.
햇발동엔 1층에 방과 거실 부엌, 그리고 화장실이,
2층엔 방 넷에 옷장방이 둘, 화장실이 들어갔고,
널따란 다락이 3층으로 얹혔지요.
창고동은 1층에 커다란 강당과 화장실 부엌이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구조로 들어섰고
한켠의 2층엔 마루와 방 둘도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햇발동과 창고동의 2층은 구름다리로 이어졌지요.
아이들 기숙사 용도인 햇발동은 건축비가 좀 들더라도
지루하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에 동의가 되었더랍니다.

3. 예산

3억 1천여만 원의 돈이 필요했지요.
12년간 달마다 200만원도 더 되는 돈을 모아야만 되는 금액입디다.
"얼마나 잘 지었길래?"
물론 튼튼하게는 지었습니다,
혹 뒤편 산이 쓸려 내려오는 일이라도 있을까 하여
(원래 깎여있던 곳에다 조금 더 흙을 쳐냈지요).
그런데 것보다는 자잘한 문제들이 겹쳐 부대비용이라는 게 솔찮이 나가서도 문제였습니다.
포크레인 기사가 공사장 곁에 있는 넘의 멀쩡한 산소를 건드려 난리가 나고
공사차량으로 오가느라 농로가 망가졌다고 당장 길 해내라는 이장의 엄포가 나오고
그 와중에 덤프트럭 두 대가 부딪히기도 하고...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사였지요.
그 자리에 집을 앉힐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공동체중심마을이 될 달골의 들머리이므로
어려운 시작이 다른 집을 지을 때 훨 수월한 방법이 되기도 할 거다,
그리 위로 삼았더랍니다.
"우리 아이들집이 생겨!"
이보다 더한 위로가 또 어디 있었을 라구요.

4. 건축비는 어떻게 마련했는가

1989년 태어난 물꼬에는
1994년 첫 계절학교를 하며 십년 뒤의 새로운 학교를 꿈꾸던 그때부터
십수 년을 넘게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이라는 후원인이 있어왔습니다.
"단 한푼도 허투로 새지 않게 잘 쓰겠습니다."
어려운 시간이 왜 없었을 라구요.
잘 꺼내 쓰고 넣을 수도 있었겠으나
감히 그런 맘 품지도 않았더랬습니다.
그렇게 모은 후원금으로 2004년에 처음으로 2400여 평의 땅을 마련했고,
그 땅에서 포도농사도 천여 평을 더 지을 수 있었지요.
그 땅을 우리는 달골이라 불렀고,
앞으로 물꼬생태공동체의 메인빌리지가 들어갈 자리로 꿈을 모았습니다.
집을 앉히기 시작할 당시 물꼬가 쥐고 있던 돈은 1억 7천여만 원이었지요.
거기에는 지난 세월 물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자유학교 벽돌쌓기'라는 이름으로 적금을 넣어
한 사람마다 1백만 원씩 마련한 돈도 들어있었고
(김경옥 신상범 김희정 윤혜신 이은정 류행숙 임유빈 김명신 이유정 목지영 허윤희 옥영경/
빠진 이름자가 없기를...),
그리고 물꼬 품앗이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계절자유학교의 수익금도 들어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한푼 두푼 용돈을 보탠 것에서부터
숱한 논두렁들의 헌신이 있었던 거지요.
"나머지 1억 4천여만 원은 어쩌지?"
"한꺼번에 다 지어내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돈을 마련하며 지어가지 뭐."
그러나 그렇게 될 때 건축비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걸 알고는
어떻게든 한꺼번에 다 지어내자 하게 되었지요.

5. 49일 물구나무서기-특별건축기금마련

나머지 1억 4천여만 원의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
2005년 11월 7일부터 12월 26일까지 '49일 물구나무서기-특별건축기금마련'을 했지요.
"몇 날을 뒤척이다 도저히 길이 없어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뗍니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려는지...
바램이 차고 넘치면 이루어진다던가요.
짓던 집을 마저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아이들을 하늘처럼 섬기며 나눠주신 품, 갚아나가겠습니다."
물꼬랑 십년을 만났는데 직접적으로 도와달라는 이런 편지 처음 받았다며
오랜 품앗이로 일한 뒤 논두렁이 된 황연님이
혹 사고라도 난 걸까 태산 같은 걱정으로 몇 해만에 전화도 해오고
그 마음처럼 떡하니 큰 돈을 보내준 것을 시작으로
예제 마음들이 밀려들었습니다.

정상열 곽지원 윤춘수 장은현 박윤실 김소희 황연 김민희 공철식
김미지 김호성 양은희 목지영 우명순 호남경 윤기수 정선희 김용관
백은영 김점곤 주영만 송말희 유대상 천유상 조문경 대구 고세이
염동훈 염수진 염수민 차용걸 김영숙 홍정희 김령 최경화 곽재혁
홍사숙 성옥주 이호정 추수연 권이근 박성현 정무열 정승렬 서성희
최하번 최하림 최다온 이광식 박주훈 신선희 박명안

그 시간에 함께 했던 분들의 이름자이지요.
어느 분도 넉넉해서 낸 거라 생각지 않습니다.
전화요금을 미루며 여기 더 필요할 거라 내주신 분도 있고,
대학 마지막 등록금을 보탰던 것을 잊지 않고 이리 갚아준 후배도 있고,
역시 대학 때
다달이 생활비를 조금(아주 조금) 보태준 것을 이제 이리 돌려준 이도 있으며,
초등학교 때 이곳에서 공부를 했던 아이가 커서 시간제일을 하며 번 돈을 보태기도 했고,
대학 1년 때부터 품앗이 일꾼으로 손발을 보태고
이제 아이 어머니가 된 후배가 살림을 쪼개 보태기도 했지요.
지금은 아이가 어리지만 언젠가 아이를 보낼 생각으로
훗날의 내 아이의 학교를 위해 힘을 보탠 이,
함께 모임을 했던 선배가 어데서 소식을 듣고 손을 펴주기도 했으며,
초등 두 아이가 계절자유학교 왔던 인연으로 만나
그 아이들 다 커버려 물꼬 덕 볼일도 없는데 큰 돈을 선뜻 내준 분도 계시고,
누군지 짐작할 만한데도 조금이라 미안하다며 이름 없이 보내준 이도 있고,
이웃마을에 살며 물꼬가 열심히 살아서 고맙다고 보탠 이도 있으며,
굵직한 품앗이였고 이제는 교사로 발을 디뎌 논두렁이 된 이도 있습니다.
이 작은 학교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어렵게 사는 한 어른이 필요할 때 힘이 되고 싶다 꼬깃꼬깃 마련한 것도 있지요.
또, 계절학교를 오는 아이도 있고
계절학교를 다니고 이제는 품앗이일꾼이 된 이,
그리고 지금 물꼬 상설학교를 다니는 아이도 있습니다.
오래전 계절학교에 아이를 보낸 적이 있던 부모,
아이의 입학과 함께 물꼬 공동체식구를 꿈꾸는 부모,
십년 전 물꼬 방과 후 공부 연극터에 역시 아이를 보냈던 부모도 있고,
집안 어르신에, 선배에, 후배, 고교 동창에, 중학교 은사님,
이제는 정년퇴임하신 전직 초등 교장샘,
물꼬의 십여 년 논두렁들도 여럿 더하셨습니다.
그리고
겨우 논두렁 명단에서 이름 석자나 알 뿐 안면식도 없는 분들이
선뜻 내밀어주신 것들이 있었지요.

"불쑥 내민 손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잡아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물구나무 서는 내내 우리가 무엇이어서 이런 그늘을 다 누리는가
묻고 또 물었다지요.
이름자 하나 하나 읽고 또 읽으며 목울대가 뜨거워졌더이다.
간간이 들리는 물꼬 소식에 어떻게든 손을 보태고 싶었을,
마음이 예 있는 더 많은 분들이 있을 것을 또한 압니다.
아주 큰 부자라 한들 도울 수 있으면 고맙고
아니면 그만일 뿐 서운하다거나 야속타 생각지 않습니다.
혹여 마음이 그러하실까 조심스러우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태산 같은 마음이 무어라 말이 되지 못하나이다.
생은 길기도 하여서 물꼬가 그대에게 힘이 될 날도 있지 않겠는가가 위안이었지요.
잊지 않겠습니다,
아이들, 하늘처럼 섬기는데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다사로운 날들로 넘치소서."

그렇게 2천여만 원이 보태졌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지요.
이곳에서 날마다 체험하는 기적의 한 자락이었습니다.

6. 그리하야

친구 선배 후배 집안어르신들로부터 무이자로 6천여만 원의 빚을 얻고
(이자를 준대도 천만 원인들 어찌 구해질까냐며 물꼬의 힘이라고들 하였지요)
물꼬생태공동체에서 하는 수익사업인 계절학교 한 해 수입부분이 더해지고
그러다 힘에 부쳐 2천여만원의 은행대출(시공업체가 보증을 서 줌)도 받아
3억여 원이 마련되었지요.
마지막으로 건축을 맡은 정의훈님과 오세경님이 1천여만 원의 이윤을 포기함으로서
(물꼬 후원으로 돌려주셨습니다)
3억여만 원으로 공사를 마무리하게 되었더랍니다.
2005년 8월 하순에 첫 삽을 떴는데 2006년 4월 하순까지 시간이 흘렀네요.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시공자를 만나
흔히 다시 짓고 싶지 않을 만치 한다는 고생을 비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집,
참 예뻤지요.

12년, 얼마나 많은 손이 닿았고 정성이 닿았고 헌신이 닿았던 지요.
다 빚입니다.
아이들을 하늘처럼 섬기며 물꼬사람들이,
또 숱한 사랑으로 길러진 우리 아이들이 갚아나갈 겝니다.

고맙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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