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5.쇠날. 흐린 오후 / 들놀이

조회 수 1370 추천 수 0 2006.05.11 08:58:00

2006.5.5.쇠날. 흐린 오후 / 들놀이

어린이날입니다.
들놀이 갔습니다.
아이들, 공동체식구들, 마을식구들이 다 갔습니다.
민주지산 들머리 잣나무 숲 속에서 놀기로 하였는데
15일까지 입산이 금지되어 있었지요.
물한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너른 골짝에 자리를 폈답니다.
물수제비도 날리고 끼리끼리 도란거릴 적
열택샘과 정운오아빠가 상범샘을 빠뜨린다 장난을 치다
도로 물을 흠뻑 적신 일도 있었지요.
흐르는 물에 배도 띄웠습니다.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밥 때가 되었네요.
조릿대집에서 잡채가, 곶감집에서 과일과 과자가, 달골에선 샌드위치가 왔고
학교 가마솥방에선 김밥이 준비되었습니다.

종이쪽지를 찾아 사람들이 흩어졌습니다.
보물찾기입니다.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을 내놓기로 하였지요.
숨겨놓은 종이에 적힌 번호표랑 그 물건에 붙은 번호표가 같으면
선물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어제 두레상에서 의논했던 거지요.
"찾았다!"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빈손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가 이미 훑고 간 자리에서 쪽지를 잘도 찾는 다른 이도 있습니다.
생의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선물은 주인을 잘도 찾아갑니다.
마사지사가 꿈이라는 정민이에게는 박진숙엄마가 내놓은 맛사지용 접시가,
곧 미국에 가서 아빠를 만날 류옥하다는 아빠에게 줄 양말이,
신기가 가졌음 하고 내놓은 하다의 경찰용 모터싸이클은 정말 신기가 가졌습니다.
하다는 어제 밤새, 또 오늘 아침 내내 자기의 커다란 보물상자를 들여다보며
정말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이 무언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좋아하는 고모가 사준, 사랑하기까지 하는 모터싸이클을 꺼내놓고
다음은 그 큰 걸 어찌 포장하나 요리조리 가늠해보고 있습디다,
포장이 어려워 품목을 바꿔야할 만치.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하는 그런 고민에서
아이들은 또 성큼 마음이 자라났겠지요.
열쇠고리, 열쇠지갑, 공기, 팽이, 테니스공, 화장품, 브로치들이
주인을 찾아 쪽지랑 바꿔졌습니다.

"우와!"
그때,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귀한 보물 하나 나왔지요.
보따리학교의 김재형샘 가족이 오늘 나들이에 함께 했는데,
그만 돌돌거리는 물 속에 안경을 빠뜨리지 말았습니다.
어른들은 차가운 물속에 너나없이 달려들었고
한참 뒤 예상치 않은 바로 발아래서 안경은 주인을 찾아 나왔더랍니다.

날이 흐려지더니 이내 빗방울이 오락가락하였습니다.
다시 트럭을 타고 내려와
더러 쉬고 더러 축구도 하였지요.

5:30,
숨꼬방의 텔레비전 앞에 모두 모였습니다.
'mbc 생방송 전국시대'를 보기 위해서였지요.
지난 4월 20-21일 촬영을 했던 물꼬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북지역은 지난 물날에 방영이 되었는데
김천의 한 병원에 누워있던 때에 우연히 먼저 보게 되었더랬지요.
우리들이 아는 사람의 모습이 등장하니 좀 재밌었을 라구요,
10여분이 너무 짧다고 아쉬워들 하였더이다.

저녁, 이웃 상주의 유기농 농사꾼 박종관님과 보따리학교의 김재형샘,
그리고 15년 유기농농사꾼 정운오아빠랑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새벽 3시가 넘어가도록.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오늘 들놀이도 엄두를 못 내고 학교를 지켰는데,
물꼬의 생각을 나누고 비판도 하는 건강한 토론 속에
맘이 다 환해졌더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는 다르게
사람을 만나는 일은 하늘에서 내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김재형샘의 말대로
정말 어려운 시간에 찾아와 힘이 되었습니다.
"하늘님이 보내줬음 도리 없이 받아야지, 뭐."
농이 다 나왔지요.
"(그 잡지를)창간호부터 거의 빠뜨리지 않고 봐왔는데 물꼬를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대안교육전문잡지라고 표방하는 그 잡지는 어떤 까닭에선지 모르지만
대안교육 1세대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자인 물꼬를 굳이 외면했던 건 아닐까요?
그런데 이번 일에는 부모들과 동트도록 간담회를 하고 달포동안 얘기를 조율하는 등
왜 그토록 적극적으로 다가섰던가 알 길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밖에 대응하지 못하는 걸까?"
김재형샘은 민들레 43호에 실린 물꼬 글에 대해 이런 의구심이 일었다 합니다.
"혹시 그 기고글을 물꼬가 못 봤던 건가요?"
봤다면 적어도 그런 식으로 대응하진 않았겠지요.
"아하!"
그제야 물꼬가 썼던 매가리 없는 답변글이 이해가 되셨나 봅니다.
재미나게도 그 글이 물꼬를 이해하는 장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물꼬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던 걸까..."
같은 호의 잡지에 가난에서의 교육에 대해 쓴 당신의 글이 있는데
바로 거기서 얘기한 학교가 바로 물꼬 같은 곳이었다네요.
"도전받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예를 들면 무상교육이념 같은 것은 이 시대에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며
당신이 받았던 여러 도전의 경험도 전해주셨지요.
"이제 밖으로 물꼬가 스스로를 알릴 좋은 때"가 아니겠냐며
'무상교육'에 대한 물꼬 생각을 글로 옮긴 것처럼
물꼬 이념을 요모조모 정리하는 글을 쓰라 격려해주셨습니다.
민들레 건에 대해 본질이 무언가를 읽고 있는 이를 만나 기뻤지요.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곳곳에 얼마나 많은 안내자들이 살아가고 계신지요.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956 2006.5.26.쇠날. 가끔 해 구름에 가리우고 / 백두대간 15소구간 옥영경 2006-05-27 1745
955 2006.5.25.나무날. 해 숨기도 하고 옥영경 2006-05-27 1491
954 2006.5.24.물날.맑음 / 봄밤의 밤낚시 옥영경 2006-05-25 1567
953 2006.5.23.불날. 맑음 옥영경 2006-05-25 1358
952 2006.5.22.달날. 비 옥영경 2006-05-25 1386
951 2006.5.20-21. 흙-달날 / 밥알모임 옥영경 2006-05-25 1397
950 2006.5.19.쇠날 / 110 계자, 못다 한 갈무리 옥영경 2006-05-25 1395
949 2006.5.19.쇠날. 비 옥영경 2006-05-22 1503
948 2006.5.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6-05-22 1297
947 2006.5.17.물날. 맑음 옥영경 2006-05-19 1289
946 2006.5.16.불날. 맑음 옥영경 2006-05-19 1320
945 2006.5.15.달날. 맑음 옥영경 2006-05-17 1299
944 110 계자 닫는 날, 2006.5.14.해날. 갬 옥영경 2006-05-17 1554
943 110 계자 이튿날, 2006.5.13.흙날. 갬 옥영경 2006-05-14 1450
942 110 계자 첫날, 2006.5.12.쇠날. 비 옥영경 2006-05-13 1359
941 2006.5.11.나무날 / 110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6-05-13 1293
940 2006.5.1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6-05-13 1265
939 2006.5.10.물날. 비 옥영경 2006-05-11 1157
938 2006.5.9.불날. 흐릿 옥영경 2006-05-11 1196
937 2006.5.8.달날. 흐림 옥영경 2006-05-11 124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