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13.달날. 눈보라 사이 햇살이 오다가다

조회 수 1029 추천 수 0 2006.03.14 13:27:00

2006.3.13.달날. 눈보라 사이 햇살이 오다가다

'첫만남' 시간이 있었습니다.
처음처럼 마음을 가다듬으며 한 주를 여는 시간이지요.
몸도 풀고 명상도 한 뒤였답니다.
숟가락패와 젓가락패로 설거지를 할 모둠도 나누고
먼지풀풀 시간 공간마다 청소할 패도 나누었습니다.
예전엔 이런 일에 참 시간이 걸리더니
선배들은 해봤다고 제 하고픈 걸 고집피우지 않고
(나현이랑 령이랑 류옥하다가 얼마나 많이 컸던 지요)
새로 들어온 아이들은 또 유순하게 받아들입니다.
고맙습니다.
일단 해보겠다는 거겠지요.

우리말 우리글 시간에는 지난 쇠날의 산오름 갈무리를 했습니다.
덕유산에서부터 삼도봉, 다시 우리가 갔던 우두령 까지를 그려놓고
우리가 보낸 시간들과 있었던 일들 짚으며
마음에 들고 났던 것들을 꺼내 얘기도 나누었지요.

오후엔 읍내에 춤을 추러나갔습니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버스를 타고 영동역까지 갔지요.
거기서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건널목도 확인하고 다시 생활체육센터로 가는 길을 일러주며
첫 나들이 길을 밝혀주었습니다.
말짱하던 하늘이 아이들이 건물로 들어선 뒤 눈보라 날리더니
또 영동역으로 다시 돌아올 적 멈춰주었지요.
꼭지점댄스(요새 유행한다는)를 신나게 추고
다시 저들끼리 버스를 타고 대해리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학기 달날 오후는 늘 이리 보낼 참이라지요.

난계국악당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
저녁 8시에 떠났는데 대해리 들어오기까지
평소에 35분이면 오는 길을 시간 반 들여 왔답니다.
눈이 퍼붓다 멎은 모양인데
상가리를 지나 묵은점을 오르는 작은 고갯마루,
차가 몇 대 줄줄이 엉금엉금 가고 있었지요.
앞에 가던 두 대 건너 봉고차가 무리하게 방향을 튼다 싶더니
이런, 맞은 편 길 벽에 가서 꽈당 부딪혔습니다.
한 바퀴를 돌더니
다행히 금새 수습하고 가던 길에 들어서서 길 가에 차를 세우데요.
다른 차들은 계속 나아가는데
어, 그 지점에서 제 차 역시 미끌 하는 겁니다.
앞의 그 차도 유턴을 하려든 게 아니라 미끄러졌던 거지요.
머리가 쭈빗섭디다.
금새 4륜으로 바꾸고 천천히 갑니다.
그런데 묵은점을 지나 고개를 도는데,
바로 앞차가 맞은편 길로 미끌 하며 가로로 길을 막는 겁니다.
제발들 별일 없게 해주세요,
오는 차들도 가는 차들도,
길에 선 모두를 위해 되내고 되내었더랍니다.
그 차는 다행히 상황을 거두고 한 귀퉁이로 방향을 틀어 깜박이를 켜고 섰고,
제 차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지요.
다행히 맞은편 길이 비었으니 마음이 좀 낫긴 한데
온 몸에 긴장이 들었습니다.
지난 섣달에 눈길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미끄러진 경험도 있으니
무섭기까지 하데요.
아주 조금씩 나아가다 지름길인 신우재를 포기하고 황간으로 돌아야지 하는데,
황간 굴다리 이르기 전 앞에 가던 트럭이 이리 미끌 저리 미끌 하고
맞은편에 줄이어 오던 차들도 거의 멈추다시피 섰습니다.
저는 얼어붙었는데,
제 뒤에 있던 차들에서 사람들이 내려
그 차를 뒤에서 잡기도 하고 여러 안내들도 했지요.
'아, 사람들...'
눈시울이 붉어졌지요,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같이 '살자'는 겁니다.
트럭을 돕던 사람들은 이제 제 차로 와서
어이 어이 가라 방법을 일러주었지요.
그 트럭은 결국 약간의 오름인데도 길을 포기하고
방향을 틀며 내림쪽 길로 돌아섰지요.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공동체에 들어와 잠시 살던, 택시운전 하는
김경훈아빠도 그 길을 오갈 텐데,
아이구, 정말 별 일 없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다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기를 간절히 간절히 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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