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15.물날. 맑음

조회 수 928 추천 수 0 2006.03.17 13:30:00

2006.3.15.물날. 맑음

훈풍이라지요.
바람이 어찌나 달콤한지 가만히 앉았지를 못하겠는 날이었습니다.

8시 20분 해건지기, 그러니까 몸을 풀고 명상을 합니다.
9시에 단소도 불고 읽어주는 동화책도 듣고 손풀기도 한 뒤
스스로공부를 제 몫으로 가지고 가는 첫 시간이 되었네요.
"오늘 어떻게 움직이실 건가요?"
선배들이 먼저 계획을 들려주니
3기 아이들도 규모가 서는 모양입디다.
책방으로들 가데요.

물날마다 이번 학기도 하기로 한 국선도가 갑자기 시간이 바뀌게 되어
나무날마다 하자던 수영을 오늘로 옮겼습니다.
대해리 뒷산 저수지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헤엄치기가 목표인 수영은
이번 학기도 김천의 실내수영장으로 가지요.
강습은 한 시간이지만 앞뒤로 충분히 놀 시간도 확보하였습니다.
지난 섣달 아이들을 싣고 가다 눈길에서 작은 언덕배기를 구른 뒤로
아이들 태우고 하는 운전을 어려워하자
달골 큰 엄마가 오후를 내 주셨지요.
수영은 논두렁이기도 한 림동진님의 도움이 컸답니다.
안병준샘이 역시 아이들을 맡아 주셨네요.
지난 학기엔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 샘이 무섭다더니
이번 아이들은 샘이 너무너무 좋더라나요.
아이들이 편한 모양입디다.
'험하게 소리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잘 움직여서?'
좋은 샘은 좋은 아이들이 만든다니까요.
그러면서 멀리 떠난 아이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놀이를 할라치면 재밌을 준비가 되어있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무서울 준비가 되어있던,
선생을 너무나 행복하게 만들던 녀석들...
마칠 녘, 멀리서 '자유학교 노래 1'이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수영장 귀퉁이에 아이들이 늘어서서 부르고 있었지요.
샘이 들어보자 하셨겠지요.
그런 데서 들으니 또 다른 감동이데요.
차를 두 대 움직이는 것도 피하고,
가르치는 샘을 배려해서도 그렇고,
1학년 신기와 종훈이는 아직 기회도 많다고 학교에 남았는데,
오후 내내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나요.
"뭐했어?"
"음... 인형놀이도 하고..."

어른들은 어제까지 포도밭 정리를 하고
낼부터는 감자 심을 밭을 고른답니다.
오늘 안에서는 책방 정리에 곽보원엄마 이은영엄마가 애를 쓰셨네요.
김점곤아빠 정운오아빠 박진숙엄마 이금제엄마도
마을에서 같이 살며 학교와 공동체 일을 나눠 도와주고 계십니다.
몸을 써서 일을 해본 분들이라 일머리를 잘들 아시니
공동체식구들도 답답해라 할 것 없이 일이 되는 모양입디다.
달골 큰엄마 또한
마음 쓰지 않고 아이들의 저녁시간을 맡길 수가 없어 얼마나 큰 힘인 지요.
내가 쓰일 수 있다니 기쁘다,
그렇게 준비해왔던 그였습니다.
마을식구들에게서 떡이며 뻥튀기 파김치가 들어왔고
인천서 이광렬아빠가 조기를 200마리나 보내오셨지요.
궁한 살림이 이렇게 또 살아지나 봅니다.

공동체식구모임이 불날 저녁에서 물날 저녁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민들레 건을 안으로든 밖으로든 한바탕 정리를 해야지 하던 시간이지요.
일전에 물꼬를 돕는 변호사 한 분이
민들레의 명예훼손 건에 대해 의견을 보내오셨습니다.
그는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는 물꼬의 뜻,
왜 떠난 학부모들과 싸울 생각이 없는지를 잘 이해하고
다만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기고자의 글을 실은 출판사 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었지요.
민사라도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면 판결도 길지 않는 모양이지요?
"과도한 금액이 아니라면?"
속으로 2백만 원쯤 생각했지요.
"한 2천만 원 정도?"
세상에, 우리가 사는 량이 일반적인 세상살이랑 예서도 차이가 납디다.
"우리 돈도 벌게 생겼네."
우스개소리들도 했던 지난 주 모임이였는데 성큼 한 주가 흘렀지요.
이곳에서 사는 나날의 삶이 생명으로 넘쳐나니,
그래서 속이 절단날 것 같은 잡지 민들레 같은 글을 보고도
아이들이 있으니까, 같이 어깨 겯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으니,
한결같이 응원하는 이들이 있으니,
무엇보다 굵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구들이 있으니
이토록 무심하게 흘려보낼 수 있구나 싶데요.
소송을 해야만 한다던 강한 의견도
시간이 흐르고 사는 일에 힘을 얻다보니
다들 그 글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진다 합니다.
하기야 글이 어느 정도 들을 만 했어야지요.
공동체 식구들이 그래도 뭐가 나아도 낫구나, 어른이구나 싶데요.
맞아요, 밉자고 뎀벼 드는 일에는 이길 재간이 없는 게지요.
그건 어떤 논리로도 설득이 안 되는 거니까.
"소송은 둘째 치고라도 언론중재위는 거쳐 놓아얄 것 같은데..."
정정보도를 위해 언론중재위를 어떻게 거치는 게 좋을지
낼 변호사가 보내줄 조언 글을 본 뒤에 다시 거론하자 합니다.
음... 글쎄요,
우리는 죽자는 일에 에너지를 쓰지 않을 게 틀림없고,
더구나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있는 이곳의 삶에서 식구들은 고요하니
(물론 말이 되는 일에야 귀를 기울일 테지요)
가장 바람직한 길을 잘 찾아가지 않을 지요.
날이 가며 "쯧쯧, 얼마나 못났으면..."하는 생각으로
처음에 글을 보며 분노했던 마음조차 이젠 아깝기 이를 데 없거든요.
미움과 화가 자기 생을 움직이는 마음들에 진한 연민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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