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21.불날. 맑음

조회 수 1096 추천 수 0 2006.03.24 11:41:00

2006.3.21.불날. 맑음

춘분입니다.
예,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요.
아이들과 해를 도는 지구의 움직임에 대해 잠깐 얘기했습니다.
비로소 봄날의 햇볕이 시작되는 구나 싶어요.

'생활과학' 시간이 있었지요.
아이들이 사랑하는 분무기를 볕 아래 들고 나가
뿌려가며 놀았습니다.
저마다 벽에 제 이름들을 썼고
저는 데이지 꽃을 그렸더라지요.
"어떻게 빨려 올라가고, 어떻게 고루 뿌려지게 되는 걸까?"
배움방에 와서는 종이 두 장을 세워두고 바람계곡을 만들며 놀았습니다.
그 사이로 바람을 불면 종이가 밖으로 나갈 거라는 예상들을 했지요.
하지만 좌우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가까워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까의 분무기의 원리와 견주어보기도 하였겠지요.
그리하야
"흐름이 빠른 곳일수록 압력이 낮고 느린 곳일수록 압력이 높다"는
'베르누이의 정리'를 아이들도 알아내고야 말았더랍니다.
실험보고서를 쓰는(그래봐야 아주 단순한) 법도 익혔네요.

단소시간엔 '군밤타령'을 불었습니다.
배우는 데 있어 아이들의 속도를 따를 수가 없지요.
아직 지공을 막고 소리만 겨우 내는 더딘 아이도 있으나
날마다 연습을 하고 있으니
4월 잔치에선 합주 하나쯤 할 수 있지 않으려나요.
아, 마을 식구며 공동체 어른들도 단소를 샀답니다.

새터포도밭에 아이들이 나갔습니다.
지푸라기를 한 짐 나른 뒤였지요.
길 아래 닭장 곁의 비닐하우스에 있던 지푸라기가
어느새 대문 쪽 '상상아지트' 곁에 쌓였데요.
새순이 나는 나무를 먼저 벗겨주었다 합니다.
포도나무는 눈 둘레가 맛있어서 벌레들이 먼저 달겨든다나요.

봄볕 좋으니 이 골짝도 다들 살만해졌나 봅니다.
아이들도 이 곳의 봄시절을 노래하고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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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6일 나무날 눈비

< 애들 >

요번에 들어온 애들이 처음엔 남자 애들 밖에 없어서 싫을 것 같았다. 처음엔 한 주 같이
보낼 때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었다. 솔직히 애들이 착하고 순해서 많이 좋았다.
우리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집에서 쉴 때 하루 동안 안 봤는데도 애들이 보고 싶었
다.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정민이네 엄마가 과자를 먹으라고 주셨다. 그래서 공평하게 나
눠먹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내 몫을 다 먹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정민이가 과
자 조각을 내밀면서 "누나 먹어." 그랬다. 그래서 어리둥절해서 "내가 왜? 동생들 주지." 그
랬다. 그러니깐 정민이가 "큰 형님이니깐 그냥 먹어." 그랬다. 고마웠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
마웠다. 난 애들이 나만 여자라서 무시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넘어졌
을 때는 애들이 괜찮냐고 물어봐 주고 웃긴 거 있을 때도 같이 보여주고, 어린 애들은 손잡
고 가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했다. 저번에 있었던 남자 애들은 별로 같이 놀고 싶지 않았
는데 이상하게 요번 애들에게 마음이 자꾸 끌린다. 애들이 날 잘 존중해 주는 것 같다.
'에이번리의 앤'을 보면 앤이 아이들이 어떤 일이 있어도 매를 들지 않겠다고 했다. 옥샘
생각이 났다. 나한테 그 말이 영향을 끼쳤다. 한마디로 애들이 너무 좋다. 싫어하고 싶어도
못 싫어할 것 같다. 그리고 행복하다. -_-
(초등 6년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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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내가 그러하듯 그대도 그러하기를...',
아이들이 아침마다 외는 명상 끝자락의 한 구절처럼
네, 그대도 행복한 봄날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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