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29.물날. 맑음

조회 수 1125 추천 수 0 2006.03.31 09:00:00

2006.3.29.물날. 맑음

꽃밭에 수선화가 곱게도 피었습니다.
봄꽃들이 앞 다투어 차오르고 있답니다.

물꼬의 가치관, 학교 이념을 아이들과 찬찬히 나누었습니다.
한 달을 살았으니 귀에 들릴 만하겠다 싶었지요.
"오늘은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스스로공부'들을 끼리끼리 떠나는 아이들을 앞에 놓고
움직임을 물었습니다.
어느새 계획 세우는 게 요량이 생겼습디다.

오후에 아이들은 수영을 다녀왔고 저녁엔 장구를 쳤지요.
책방에선 교무실도움꾼 이금제엄마가 며칠째 책을 정리하고,
정운오아빠는 고장난 자전거의 부속을 빼서
종일 자전거를 고쳤습니다.
아이들이 내일 콩 심을 밭도 쟁기질 해주셨지요.
김점곤아빠와 농사부식구들은,
그제는 집집이 돌아가며 감자를 심고 비닐을 덮더니
어제는 논에 불을 놓고 류옥하다네 외가에서 온 나무들을 달골에 심고
오늘은 학교 큰 마당에 쌓인 나무를 잘랐습니다.
저녁엔 공동체식구모임이 있었지요.

얼마나 많은 손들이 물꼬를 만들어 가는지요.
부산 상범샘네서 책이며 문구류와 먹을거리가 왔고
서울 동희네서 책들이 내려왔고
희정샘네서 옷이며 쨈이,
정운오아빠의 친구분댁에서 고무통이며 항아리들 화분들이,
류옥하다 할머니댁에서 커다란 항아리째로 된장이,
신기네서 곶감과 항아리, 그리고 표고목 150주가,
신기네 할머니댁에서 메주 10장이,
전남 곡성 길농원에서 김주광님이 유기농 사과 두 상자(지난 번에도 한 상자가)가
한 주 동안 물꼬에 들어온 물건들이랍니다.

이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답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자전적 영화겠지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출연한 두 소년을 찾아가는 이야기니까요.
1990년 이란 북부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코케 마을로
감독인 아버지와 그의 아들이 길을 떠납니다.
지나는 이들을 태워주기도 하지요.
"세상이 이런데 뭘 사오세요?"
"죽은 사람은 죽은 거고 산 사람은 또 먹고 살아야..."
집들은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지만
머리를 감고 화분에 물을 주고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무너진 더미에서 주전자를 찾아내고 카펫을 꺼내고,
월드컵을 보기 위해 안테나를 설치하고,
결혼을 하고 토마토를 나누고 이웃을 거드는 이들이 화면을 채웁니다.
아, 산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요.
그 영상들만큼이나 아이들의 대사도 강하게 남았더랍니다,
하느님이 죽인 게 아니라 지진이 죽인 거라 자기 해석을 내놓거나
따님은 행복하겠다, 이제 숙제를 안 해도 되니까, 라고 위로하고
모기가 형은 왜 안 괴롭혔냐구 엄마가 화냈다는
(괴롭힌 이들은 집을 나와 있어서 무너진 지붕으로부터 살았거든요) 말이며
많이 컸다는 인사에 사람은 다 큰다고 대꾸하던 말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물꼬가 최근 겪었던 한 잡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에도
네, 이 산골의 삶은
연구세심(年久歲深) 흐르는 강물처럼 그리 흘러가고 있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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