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30.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28 추천 수 0 2006.03.31 09:01:00

2006.3.30.나무날. 맑음

"농사는 종합예술이다!"
'콩이랑' 시간이 꼭 그랬지요.
정운오아빠가 도움샘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콩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어떤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하는가 따위들을 먼저 들었습니다.
가마솥방으로 건너가
일찍 심을 수 있는 완두콩과 강낭콩을 물에 불려놓고(효소를 더해서)
콩을 깨우는 노래도 부르고 주문도 외웠지요.
콩이 심심할까봐 감자도 같이 심자셨습니다.
어제 쟁기질(사실은 경운기로)한 간장집 뒤곁밭은
이랑이 꼭 열이 만들어져있었지요.
자기 이름을 쓴 푯말을 꽂자는 제안으로
배움방에선 한바탕 그림판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다른 이가 쓰고 있는 접시를 자기가 쓴다고
말도 없이 훽 가져가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자주 그러해서 싸움이 이는데,
찬찬히 일러주니 잘 받아들이고 미안하다 합니다.
그렇게 같이 살아가는 일을 잘 익혀 가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토끼풀뿌리가 있는 곳의 흙(뿌리혹박테리아가 사는)을 떠와서
흑설탕을 섞어 버무렸지요.
"흙 한 숟가락에 2억여 마리의 미생물이 산대."
정운오아빠가 들려주는 콩과 흙의 세계에 아이들은 입이 딱 벌어졌답니다.

점심을 먹고 일시간도 콩이랑 시간으로 썼습니다.
자기 이랑을 정해 푯말을 박고
감자와 감자 사이에 완두콩과 강낭콩을 심었지요.
두둑에 옷도 입혀주었습니다.
콩단, 부엽토, 낙엽 따위를 긁어다 덮었지요.
정운오아빠가 하루를 쏟으셨네요.
배우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배움의 세계가 놀라웠습니다.

국선도 샘들이 오셨지요.
오늘은 수련이 끝나고 김기영교수님이 몇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국선도에 대한 이론수업쯤 되었겠지요.
이곳이 저력이 느껴진다는 덕담도 주셨습니다,
아이들에게서도, 물꼬의 전체 기운에서도.
그리고
이런 작은 공동체가 지금의 이 세계를 살려나갈 모델이 된다고 확신한다셨지요.

서울서 논두렁 오정택님이 커다란 난로를 달골 창고동을 위해 보내셨습니다.
"정말 잘 생겼어요."
짐을 내린 남자 어른들이 소식을 전했는데,
저도 아직 보지 못하였지만
양평의 댁에 들렀을 때
우리도 바로 저런 거 만들어 달라고 한 그 모델의 기억대로라면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큰 벽난로 수준일 거라 짐작만 하지요.
낼 꼭 짬을 내 달골에 댕겨와야겠습니다.

김점곤아빠와 열택샘은 흙살림연구소를 다녀왔지요.
영동에서 유기농으로 과수농사를 하는 이들과 함께 갔답니다.
순환하는 농사에 대해 좋은 안내를 받고 온 모양입디다.

두레상이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가마솥방에서 잠시 사전모임도 하였지요.
아이들에게 민주적의견수렴의 과정을 어떻게 보일 것이냐,
어떻게 모두가 재미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인가,
적절하게 역할들을 어찌 하는 게 좋을까,
지난 번 모임에서의 아쉬움을 어떻게 극복할까,
대동놀이를 어른들이 고단하더라도 하는 게 좋겠다,
그런 얘기들을 하였습니다.

'호숫가나무'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오늘의 중심생각이었네요.
이제 달포가 되어갑니다, 같이 새로이 꾸려진 물꼬 3기가 출발한 지.
"재밌게 사는 걸 도통 모르고 살다가 동희 덕분에 물꼬에 오게 되었는데..."
이금제엄마의 말에 대뜸 아이들이 외쳤습니다.
"대동놀이요!"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는 시간이었고
재미도 있던 시간이었지요.

정운오아빠의 진행으로 '두레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자치모임, 반상회같은 거니
마을식구들 가운데서 돌아가며 진행을 맡자 하였지요.
"류옥하다네 외가에 잔디를 뜨러 갔었는데
가족 같고 친해진 것 같고... 같이 일도 하면서 더 친해졌던 것 같고..."
지난 한 주를 보내며 마음에 들고났던 생각들을 꺼내는 거울보기로
정운오아빠는 그리 말문을 열었습니다.
곽보원엄마는 일요일 하루 김천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아이들 얘기를 하며
참 공부 하기들을 싫어하는데
여기서는 참말 재미나구나, 재미나겠구나 싶다며 부러워하였습니다.
지난 주 나왔던,
자전거 탈 게 없다던 아이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였나를 전하자
이제 주차문제가 생겼다는 류옥하다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자전거(주차)집으로 가는 길이 워낙 거치니 아이들 일시간에 땅을 고르기로 했고
어른들은 세워두면 쓰러지는 자전거를 위해 주차대를 만들어주기로 하였지요.
농사부와 교무실, 가마솥방(텃밭농사포함), 달골 햇발동, 배움방,
그리고 마을식구들이 사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생활에서 필요한 얘기 몇 가지,
4월 21일의 학교 문 연 날 잔치 준비에 대한 생각들을 모았고,
점심시간에 징소리에 맞춰 모여서
같이 둥글게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불러보자는 제안이 통과되었지요.
"계속하세요."
재밌다며 나현이는 정운오아빠의 진행을 계속 강력추천하였네요.

대동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시계는 9시 30분을 가리키는데.
학교 아이들 아홉에 동생들 둘, 공동체어른들 여섯,
마을식구들인 김점곤아빠 정운오아빠 이금제엄마 박진숙엄마 이은영엄마 곽보원엄마,
손 보태러온 밥알 전승경고모까지 죄 고래방으로 건너갔습니다.
"재밌네요."
어른들이 더 신이 났더랍니다.

이렇게 나날이 살다 나이가 들어가겠지요.
때로 사는 일이 참 멀다 했더니
사는 일이 또 무에 그리 멀겠는가 싶습디다.
내가 그러하듯, 우리가 그러하듯,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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