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21.쇠날 / 두 돌잔치(+달골 아이들집 안택굿)

조회 수 1493 추천 수 0 2006.04.27 20:18:00

2006.4.21.쇠날 / 두 돌잔치(+달골 아이들집 안택굿)

어쩜 저리 맑을 수가 있을까요?
“인력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니까...”
더러 물꼬 일을 하며 듣는 소리지요.
어제 싸락눈까지 몰고 와 거칠게 우던 바람이
언제 그랬냐며 생글거리는 한낮입니다.

아이들은 오전에 다른 쇠날처럼 공부도 하였지요.
‘콩이랑’ 시간도 갖고
살짝 판소리와 단소, 손말도 연습하고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해 맞이 준비모임도 하였습니다.
“그래, 의논들 좀 해봤어?”
매듭도 하고 공기도 하고 씨름도 하고 종이접기에
그리고 책도 읽어줄 거랍니다.
정운오아빠 김점곤아빠 홍사숙샘이 국제규격의 씨름장을 만드셨는데
(에구, 좋은 날 다 놔두고 하필 싸락눈 나리는 어제 말입니다),
아이들은 그 옆에 커다란 책상을 하나 놓고 판을 벌인다 합디다.

달골에선 이른 아침부터 홍사숙샘을 시작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지요.
행사안내장은 일찌감치 서울의 논두렁 전영화님이 챙겨 보내오셨고
거기도 살구꽃잎 날리고 있었습니다.
남자어른들은 서부영화에나 나옴직한 해우소 문도 달고
이곳저곳 정리며 마무리 청소를 합니다.
홍사숙샘은 해우소 청소를 도맡으셨는데
그런 어르신의 움직임(정운오아빠: “낮은 자세로 말야.”)이 모두를 고무시켰다지요.
가마솥방에선 닭계장에 야채부침개에 콩나물무침 오징어무침에
과일샐러드도 버무리는데 또 무엇이 더해질 라나요.
살구나무 아래 차방에는 수정과며 식혜며 여러 종류의 차들도 보이고,
상상아지트 둘레엔 책도 팔고 친환경농산물에 들꽃과 분재를 파는 장이 섰습니다.
어느 틈에 단장된 아치형의 대문 간판 아래에는
엄마들이 곱게도 그린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지요.

5시.
사람들이 들어섭니다.
몇 차례의 잔치를 해보니 그렇데요,
얼굴에 도장 찍고 가려는 이들은 일찌감치 다녀가고
놀자 하는 이들은 정작 7시가 넘어 옵디다.
또 어떤 어르신은 저 앞에서 주차를 맡은 이가 차를 세우면
깍듯이 시키는 대로 하는가 하면
어떤 어른은 그 말 무시하고 굳이 학교 앞에까지 차를 끌고 오기도 하데요
(‘관’에서 나온 이들일수록 더해요).
영동교육장님의 축전이 닿고,
새로 취임한 면장님도 오시고,
서울의 큰 논두렁 오정택님과 친구분들이,
영동의 큰 논두렁 정구복님네, 상촌군의원님도 오시고,
황간에서 같이 낚시를 다니는 분도,
읍내에서 국선도 수련을 하는 이들도,
영동에서 학습지를 하는 모임에서도 찾아오고,
물꼬의 큰 안내자 흥선스님,
생태교육운동센터의 이근행님도 오시고,
용화에서 같이 국악 공부하는 분들,
양강에 귀농해 살며 해마다 이 잔치를 오는 가족들,
영동농민회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분들,
대구에서 구미에서 부산에서건너온 큰 논두렁이기도 한 선배들,
그리고 문화연대에서 5월 행사 섭외겸 답사와 축하를 위해도 오셨습니다.
3기 아이들의 친척들도 대구며 서울이며에서,
김천에서 먹을 거리를 공급하는 이들,
계절학교 오는 의정부의 희성이네도,
이웃마을에서 건너 마을에서 산 너머 마을에서도 오셨지요.
누가 그러더이다.
“잔치가 오는 이도 맞는 이도 군식구가 하나도 없네.”

달골에서 집의 안녕을 비는 안택굿을 먼저 하자 합니다.
그런데 물꼬의 논두렁이자 선배들이며 이번 행사를 끌어갈 큰 축인 풍물패들이
어째 몇 되지를 않는 겁니다.
요새 그 강사풀제라는 걸로 단원들이 모두 학교 수업을 다나가고 있다데요.
먹고 사는 일은 늘 발목을 잡는 일이니
별 수가 없을 밖에요.
그래도 달성다사농악의 배관호샘, 부산추임새예술단 조도근샘,
대구교사풍물모임의 유대상샘 같은 대표님들이
수업을 바꾸기도 하고 빼기도 하며 모두 자리를 하였으니
일이 됐더라지요.
그분들 아니라면 넷으로 그런 소리를 어찌 울릴 수 있었을까요?
소리, 참말 짱짱하데요.
‘거장’이라 하지요, 이럴 때.

임산의 어느 논둑에서 날아오르마던 패러글라이더는 소식이 없습니다.
5시부터 날아오르길 시도하고 있댔는데...
한 시간여 뒤 터벅거리며 구미교사풍물모임의 정기효샘과 임열샘이 학교에 닿았다지요.
도저히 안되더라고,
대신에 ‘자유학교 물꼬 두 돌잔치’라고 쓰인 패러글라이더의 모습을 찍어왔습디다.
“다른 주말에 다시 하자.”
사람을 태워줄 수도 있다하니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그래도 학교 마당에 이런 걸 했습니다, 하고 보여주면 좋았을 걸...”
모두 못내 아쉬워하였지요.

달골을 내려온 풍물패는
학교 대문 간판 아래서 문굿을 합니다.
두 돌동안 애썼다고,
앞으로도 복되라 바람을 실으며
마당을 한 바퀴 돌아 식사하시던 어른들 앞에서 걸판지게 놀았답니다.

어둑해질 무렵, 북소리 울리고 고래방 앞에서 국선도 시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마당 한가운데 준비되어있던 의자로
사람들이 모여들데요.
저 밑바닥에서 힘을 느끼는 시간이었지요.
“코드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국선도학과 김기영교수님의 말씀처럼
국선도와 물꼬는 서로 맥이 닿는 부분들이 있나 봅니다.

해 넘고 어둠 자욱하자 기온은 금새 뚝 떨어졌습니다.
여기 저기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7시 30분에 시작할
고래방의 어울판(공연)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밥알들이 어찌나 날아댕기던지요,
패러글라이더가 거기서 날고 있었다니까요.
그때 서울에서 오정택님이 실어온 케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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