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2.해날. 구름이랑 해가 번갈아

조회 수 1078 추천 수 0 2006.04.04 09:47:00

2006.4.2.해날. 구름이랑 해가 번갈아

1
해가 지면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겠습니다
빵이라도 쪄서 팔고
그 돈으로 술이라도 사놓고
기다리는 사람 되어 길목을 쓸겠습니다
슬픔을 보이면 끝입니다

2
소슬한 바람이 종이 끝에 내려 앉습니다
나도 귀퉁이 한 끝에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습니다
우박처럼 몰아치는 시간과
바람만이 성큼성큼 종이 위를 쓸고 지나면서
아, 하얗게 한낮을 건드립니다
오고 있는 것은 없고
지나가는 것도 없습니다
헌데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합니다
나는 죄짓지 아니하는데
허공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죄를 짓습니다
미처 오지 못한 것은 없고
가고 오지 않는 것도 없습니다

이병률님의 시 '소식'을
얼마 전 안부를 물어온 김수상님의 인사로 다시 읽습니다.
"저는 많은 길을 돌아 다시 제자리입니다. 밥의 일은 늘 발목을 잡는 일이어서 다시, '글쓰는 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5월호 <위크엔드>섹션이 충북편입니다. 맨 먼저 생각나는 분들이 자유학교 분들이어서 이번에 꼭 뵙고 취재하고 싶습니다."
99년 책 한권을 내게 되었을 때 한 잡지에 서평을 써주셨던 분입니다.
그 전 물꼬를 취재 오겠다는 전화가 첫 만남이었는데,
혹여 잦은 언론과의 만남이 사람들한테 괜한 환상을 심는 건 아닌가 걱정하던 때라
거절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몇 차례 여러 일로 귀한 연이 이어졌더랬습니다.
언제 꼭 물꼬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셨지요.
"봄입니다. 이곳 대구는 꽃이 한창입니다.
꽃 보기가 민망한 생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아, 정작 꽃 보기 민망한 생은 예 있다지요.
그러나,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멀리서 벗과 다를 바 없는 분이 오신다 하니 봄소식이다마요.

"병아리 보러 가요."
아이가 성화입니다.
어제 두 마리가 세상으로 나왔는데
오늘은 네 마리가 줄지어 나왔답니다.
저리 나고 또 가는 생인 것을
무에 그리 미움을 안고 살 것이니이까.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살 일입니다.

먼저 학교에 닿은 창욱이 나현이 령이 동희 류옥하다랑
저녁 달골에 오릅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언제나 노래입니다.
깔아놓은 잔디며 징검돌도 보고
창고동에 와 있는 무쇠난로도 들여다보았지요.
우와, 정말 사람들 말마따나 무슨 거대한 로봇 같다더니...

마을식구들이 돌아왔습니다.
대해리로 들어오는 걸음들에 묻혀 들어온 것도 많았지요.
종훈이네서 생선도 한 상자 왔고
령이네서 조개나물 거미바위솔과 앵초들도 왔답니다.

살아 숨쉬는 것치고 수런거리지 않는 존재가 있을 지요,
이 봄밤.
바람은 어찌나 달고 단지요.
개구리들이, 저 많은 개구리들이 도대체 어디들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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