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4.불날. 비

조회 수 1154 추천 수 0 2006.04.05 09:55:00

2006.4.4.불날. 비

봄비입니다.
이 비 그치면 벙긋벙긋 살구꽃도 복사꽃도 피어오르겠지요.
느티나무 아래서 15분을 서성이고 나서야
달골에서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흐려서 늦잠이라도 잔 걸까 했더니
땅콩죽을 더디 먹었대던가 다시 끓여 먹었대던가 그러데요.

저수지에 가서 하자던 생활과학시간이 내리는 비로 미뤄졌습니다,
우산 쓰고 못할 것도 아니나
우리들에겐 맑은 봄날도 많을 것이니.
과산화수소수 실험 하나를 안내만 해도 시간은 성큼입니다.
관찰기록장도 챙겨야지요.
아이들이랑 콩나물 앞에 갔습니다.
"수북해졌어요."
"5-6센티미터는 자랐어요."
찬 날씨로 한 주면 먹을 수 있다던 콩나물이 더뎌 애를 태우더니
그 만큼 기쁨도 배가 되었더랍니다.
낼은 물을 갈아주자 하였지요.
콩밭에도 갔습니다.
밭고랑 사이를 거닐며 조용히 노래들을 불러주었지요.
아이들은 행복하다 하였습니다.
그런 아이들과 어떻게 행복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국화(한국화)시간은 꽃잎이 더해졌지요.
꼴새가 납니다.
샘이 함박꽃 견본 그림을 하나 그려주셨는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아이들이었지요.
단소샘은 오늘 부산에 공연이 있습니다.
우리끼리 하자던 연습인데,
대구에서 찾아오신 손님들로 상범샘이 들어갔지요.
날이 흐리니 습기를 머금어 소리가 더 잘 나더랍니다.

비 오니 일하는 오후시간은 '우리 소리 우리 가락'입니다.
이제 장구를 매는 시간보다 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판소리도 했겠지요.
아마도 춘향가 사설 가운데 젤 긴 대목이지 싶은 첫 아니리를
아, 아이들은 다 외워버렸답니다.

달골에서 한데모임을 합니다.
큰엄마가 진행해왔던 시간을
불날 저녁은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에 하도 저들 얘기가 길어
하루를 여는 좋은 아침 시간을 갈등을 전하느라 보내기 아깝다 하니
옥샘이랑 달골에서 만나야 한다데요.
불날 저녁은 짬이 된다 했더랬지요.
사실 아이들이 더 기다리는 건 '무서운 이야기 12탄'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루를 돌아보고
할 말이 많다고들 벼르더니,
웬걸요, 저들 안에서 이미 다 풀어졌던가보데요.
"형, 해!"
"할 말 없어."
"한다며?"
"잊어먹었어."
4월의 한데모임 중심생각, '나는 오늘 무엇으로 행복하였는가'를 나누고
칭찬 이어달리기를 하고
그리고 한줄 쫘악, 하나씩 하나씩 안으며 밤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행복을 다른 이들과 나누자 다짐도 하였지요.

김점곤아빠 정운오아빠 그리고 공동체남자어른들이
비 내리는 큰 마당에서 오전에 표고목 작업을 계속했지요.
감기가 옳다구나 하고 찾아들지나 않을 런지...
정운오아빠는 15년 유기농 농사꾼답게
앓는 것도 자연에 맞춰하시나 봅디다.
비 오면 가끔 드러눕는다시데요.
체끼가 있다는데, 가라앉았나 모르겠습니다.

여성문화잡지인 <우먼라이프>라는 월간지에서
김수상기자님과 조영재사진기자님이 다녀가셨습니다.
2시쯤 오셨던가요,
아이들 사이에서 가마솥방에서
그리고 달골도 올라 햇발동과 창고동도 들여다보고 가셨지요.
아이들이 행복을 나누는 말들을 곁에서 들으며
같이 행복한 마음이 퍼졌던 듯도 합디다.
공동체식구들이며 마을식구들의 훌륭함을 침이 마를까 읊으셨더이다.
"상설 출발 2년 만에 저런 큰 집을 올리시고.."
달골집들의 웅장함과 그간 여러 사람들의 애씀에 감탄도 아끼지 않으셨지요.
"가시는 길 놀래지 마시길,
너구리도 여럿 다니고
노루도 더러 뛰어다니거든요."
물꼬에 힘이 될 큰 어른 두어 분도 소개해주고 가셨지요.
4월 21일 잔치에 걸음해 주십사 하였습니다.
낼 이른 아침부터 단양 취재가 이어져 있어 밤 10시가 다 되어 떠나셨는데,
길이 수월키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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