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6.나무날. 흐린 것도 아닌 것이

조회 수 1291 추천 수 0 2006.04.10 09:22:00

2006.4.6.나무날. 흐린 것도 아닌 것이

아이들이 두 돌잔치를 위한 초대장을 만들었습니다.
대해리의 여러 풍경을 그려 넣기도 하고
자기가 스스로공부를 해나가는 연구 주제를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담았지요.
좀 늦기는 하였으나
하룻밤을 앓고 난 신기도 멀쩡해져서 들어왔답니다.
아이들도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제 몫의 일들을 맡아 이리 해낼 때
우리 배움터와 우리들의 삶터가 하나라는 생각을 더 굳건히 하게 되고
그 방식이 이 학교의 큰 특징이다 되짚어지지요.

점심때 젊은 할아버지를 앞세우고
태어난 병아리들을 보러갔습니다.
한켠에선 다른 암탉이 알을 품고 있고
태어난 여섯은 암탉을 좇아 다니고 있었습니다.
"날개가 이제 제대로 생겼어요."
우리는 모두 닭장에 쪼그려 오래 그들을 지켜보았지요.
그런데 종훈이가 때늦게 달려와 바깥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는데
그만 다른 닭들이 울을 나가게 되었더랍니다.
아이들의 핀잔과 류옥하다가 툭 친 팔에 종훈이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지요.
류옥하다, 그 종훈이를 얼르고 달래고
그 무거운 몸이 올라탄 자전거를 오르막에서 밀어도 주고 있데요.
저녁엔 주말농장까지 자전거들을 타고가
다슬기를 잔뜩 종훈이에게 잡아도 주었답니다.
신기와 류옥하다는 어제 보건소에서 나오시던 몸이 불편한 동네 할머니를
댁까지 바래다 드렸다는데,
놀러 오랜다고 오늘은 그 댁에 다녀도 왔다나요.
정민이의 스스로공부 연구주제는 대해리의 곤충이지요.
류옥하다가 책을 읽다 곤충채집상자 만드는 쪽을 발견해서 가져다주자
정민이는 상자를 열심히 자르고 붙였습니다.
그런데 곁에 구경하던 종훈이와 신기한테
그 책에 나오는 헬리콥터와 부메랑을 만들어주기로 했다나요.
나중엔 헬리콥터 대신 아예 그 채집 상자를 주기로 하였답디다.
아름다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것을 어른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이곳이지요.

김천에서 야생화를 가꾸는 이준경님 부부가 다녀가셨습니다.
보려 했으나 도통 만날 수 없었던 '겨우살이'를
한 가지 건네주고 가셨지요.
개나리가 암술 수술 위치에 따라 장주화 단주화로 어찌 나뉘나,
꺾어오던 개나리꽃을 벗겨 보여도 주시고
왜 이 나라 개나리들이 열매를 맺지 못하였던 지도 알려주셨더랍니다.
"야생화 슬라이드를 한 번 가져와서..."
그렇게 걸음을 또 약속하고 가셨네요.
15년여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땅을 통해 만난 정운오아빠의 이웃들이
고스란히 물꼬의 연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는 게 좀 더 재밌을까 하고..."
열택샘은 요새 피아노를 배우는 일로 한창 재미가 나나 봅니다.
달골 큰엄마가 샘이지요.
달골 햇발동의 방들엔 모서리에 잘 생긴 선반이 놓였는데,
새 집이 뿜어내는 탁한 기운을 없애려 숯주머니를 얹으려고
김점곤아빠가 멋있게 짜셨지요.
마을식구 엄마들은 어제 가마솥방에 둘러앉아 그 주머니 바느질을 했구요.
오늘은 드디어 표고목에 종균 넣던 일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마을식구들이 도왔지요.

저녁에 '호숫가나무'가 있는 날입니다.
한 편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내 마음에 어떤 물결을 만드는지를 살펴보았고,
다음엔 침묵과 묵언의 의미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왜 침묵하는가?'
생각을 더 깊게 하기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때도,
그리고 강한 뜻을 전달하는 방법으로도 한답디다.

한데모임인 '두레상'이 이어졌지요.
이은영엄마는 표고를 30주 샀다며 종균을 넣는다 하고,
곧 오골계도 키울 거고 나중에 산양도 소도 산다며
5개년 계획이 잡혔노라 선언하였습니다.
이금제엄마는 텃밭을 일군 기쁨을 전하며
언제쯤 먹으려나 싹도 나지 않은 고랑을 쳐다보며 목을 뺀다셨지요.
서로 추천도서, 권장 도서들을 가마솥방 동네방네판에 적고
누가 그 책을 가졌나를 밝혀 빌려 읽기로 하였습니다.
집집에 오는 정기간행물들도 돌려가며 보기로도 하였지요.
귀농통문이며 녹색평론, 정농회보, 흙살림회보 같은
농사와 생태, 그리고 교육관련 잡지들이 많습디다.
디지털농업, 농민신문, 전원생활도 챙겨 보는 게 어떨까 의논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동놀이에선 몸의 부위를 가지고 놀기로 하였지요.
손으로, 엉덩이로,
똥패와 오줌패가 한바탕 붙었더이다.
점심엔 야구시합도 있었는데,
놀이가 넘쳐나는 이곳이랍니다.
정말이지 나날이 즐겁게 살아가려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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