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9.해날. 밤, 그예 비 쏟아지다

조회 수 1371 추천 수 0 2006.04.11 10:49:00

2006.4.9.해날. 밤, 그예 비 쏟아지다

멀리 아산에서 논두렁 이금실님 부부와 아이 바다가 왔습니다.
공동체에 관심이 많은 이이며,
지난 9월의 대해리문화관(고래방) 여는 잔치에도 함께 하셨더랬지요.
물꼬에서 아이들 삶을 기록할 캠코드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당신 가진 것을 나누겠다더니 예까지 걸음하셨습니다.
아이들과 야구도 하고
달골 아이들집도 구경하고
곶감집에서 저녁도 얻어 드신 뒤
대해리 좋은 봄날을 적시고 가셨네요.

볍씨를 담갔습니다.
달걀을 넣고 500원짜리 동전만큼 떠오를 때까지 소금을 풀었지요.
게다 볍씨를 담근 뒤 건져
65도씨로 끓인 물에 넣었습니다.
그러면 도열병 깜부기병 따위를 예방할 수 있다 합니다.
그것으로 논 열 마지기(마을식구 종훈네 꺼 포함)에 벼를 키울 참이지요.
첫 해는 오리농법으로,
이듬해는 우렁이농법(제대로 못해 결국 피를 열심히 뽑아내야 했지만)으로 했는데
올해는 농사부에서 어떤 방법을 쓰려나요.

달마다 한 차례 산사모임을 하나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젤 막둥이 이니 젊은 피라고는 부를 수 없는 모임이지요.
이 시대 큰 지성인으로 꼽히는 스님 한 분이 모임을 끌어가시는데
그 분이 아니어도 지혜로운 어른들이 여럿 계십니다.
4월 21일의 두 돌잔치하는 초대장도 전해드렸지요.
"잔치하네. 그래, 그 일은 잘 해결되고 있나 봐요?"
"뭐 그 일은 그 일대로 가는 거고, 또 사는 일은 사는 일이지요."
몇 어르신들은 물꼬 홈페이지를 통해
한 잡지랑 벌이고 있는 사건을 버젓이 알고 계시면서도
모른 체 해주십니다.
어른의 큰 덕목이지요, 속아주거나 혹은 모른 척 해주는 것도.
하지만 모두가 모이는 자리를 떠나 방마다 모이는 시간에선
날이 훤하도록 함께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법'자를 잘 보면 '물수 변'에 '갈 거'자야.
물 흐르는 이치랑 똑같다는 거지.
작은 돌은 넘고 큰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
법이 꼭 약자 편인 게 아니랍니다."
공동체를 살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쓸 에너지가
혹여 다른 데로 갈까 안타까워들 하셨지요.
대부분 서울 분들이어
다음은 여성영화제가 진행 중인 신촌의 한 극장으로 움직이는데,
헤어질 적 어른 한 분이 다가오더니 봉투를 내미셨습니다.
"우리가 그때 여행을 가니까..."
몇 분이 유럽여행을 가시는데 마침 4월 21일, 잔치하는 날이 출국일입니다.
가지 못해 미안타며 후원금을 내미신 거지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른 노릇인 거지요, 두루두루 아랫것들에게 잘 나누고 살펴주시는.
모임 어른 한 분이 사시는 고령에도 잠시 건너갔다 왔습니다.
마다하실까 어깨앓이를 하고 있음을 감추고
그간 얻은 큰 덕에 작은 보답으로 모셔다 드렸지요.
그 고택은 후일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건축을 공부할 재료로도 쓰임이 크겠다 싶데요.
가마도 만들어두셨더라구요.
아이들과 가서 빚고 굽고도 올 수 있겠습니다.
2학기 산오름 길은 가야산과 해인사와 그 고택과 가마로 잡아야겠구나,
혼자 마음이 바빴답니다.
복입니다.
삶의 거룩한, 신성한, 훌륭한 안내자들과 이리 가까이 숨쉴 수 있음은.
올 여름 두 달을 한국을 떠나 있을 일이 있는데,
가장 아쉬운 거라면 이 모임에 함께 할 수 없는 일라니까요
(사실은 우리 아이들의 성장사에 일부가 빠지는 게 젤루 안타깝다마다요).

김천 직지사로 오르는 길은
눈부시게 벚꽃 차고 넘치더이다.
아름다운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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