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4.15-6.흙-해날. 밥알모임

조회 수 1325 추천 수 0 2006.04.18 12:15:00

2006.4.15-6.흙-해날. 밥알모임

봄바람이 묵은 겨울먼지를 털어내고 있는 대해리입니다.
밥알모임이 있었습니다.
고요하게 바라보기를 한 뒤
'삶의 기도' 가운데서 한 구절을 읊으며 밥알모임을 시작했지요.

인내하게 하소서.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닫게 하고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이게 하소서.

...

용기를 주소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주시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

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일 줄 알고
지켜야 할 비밀은 끝까지 지키게 하소서.

사람과의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하소서.

나이가 들어 쇠약하여질 때도 삶을 허무나 후회나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지혜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을 좋아하게 하소서.

삶을 잔잔하게 하소서.
그러나 폭풍이 몰려와도 쓰러지지 않게 하시고 고난을 통해 성숙하게 하소서.

...

언제 어디서나 사랑만큼 쉬운 길이 없고
사랑만큼 아름다운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늘 그 길을 택하게 하소서.

3월 학교재정보고가 있었지요.
이제부터 서무행정은 이금제엄마가 맡기로 하셨습니다.
우체국에 모였던 후원회비 200여만 원은 그간 손을 대지 않아
거기서 50만원씩 달마다 학교 살림을 보태니
앞으로 석 달은 더 빠듯하나마 적자 없이 꾸려질 수 있겠다 합니다.

학교와 공동체와 마을식구들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특히 농사를 중심으로.
이어 두 돌잔치 준비가 어디까지 되어 있는가를 확인하고
당일 움직임도 나누었지요.

민들레건의 진행에 대한 교무실의 보고도 있었습니다.
지금 상범샘이 하고 있는 작업이
후원을 받아 살아가는 공간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는 글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속에 실은 민들레를 향한 것이지
결코 나간 학부모, 아니 그 글과 관련된 학부모에 대해
(공동체를 떠난 김경훈님 가정은
자신은 부류가 다르니 '나간 학부모'라 표현하지 말아 달라 부탁해 오신 적이 있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하려는 게 아니라는 확인이 있었지요.
"물꼬는 불리하다니까..."
모뎀으로 하는 인터넷 연결에다
학교식구가 인터넷을 끼고 사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현재 밥알들이 이곳에 사니 홈페이지를 들여다볼 일도 없고
겨우 바깥은 세 아버지(한 분은 컴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가
우리 쪽에서 인터넷을 상대하는 전부가 아니냐고들 웃기도 하였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제 좀 고만하지 합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가 에너지를 좋지 못한 일에 쓰기를 원치 않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이른 결론에 이르는 길일까요?
몇 마디의 보고 수준으로 마치려던 이야기가
'민심을 들어보자'는 정운오아빠의 제안으로 조금 길어졌습니다.
중재요청이니 하는 것도 결국 우리 에너지를 허비하는 거라며
혹 우리의 뜻과는 달리 중재요청이 법원소송으로까지 갈까 걱정하고
그러지 않기 위해 이제 다 던져버리자 하던 한 엄마가
출판사에 대해서만큼은 강경해야지 않겠냐로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했습니다.
물론 우리들은 이 건에 대해 열두 번도 더 생각을 뒤집고 또 뒤집지요.
한 아빠는 언론의 속성을 들먹이며
잡지사를 향해서 만큼은 이번 기회에 관계를 바로 잡아야지 않겠냐십니다.
또 양쪽과 다 관계 맺고 있고, 또 그 시간을 같이 보낸 밥알에 대해서
어떤 축을 가지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았느냐,
새 밥알 몇 분이 넌지시 의견을 내기도 하였지요.
"우리의 좋은 밤을 이런데 허비하지 맙시다."
그래요,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나겠지요.
그러며 날이 가고 우리는 별 뾰족한 수도 없이 살아가는 거지요.

아이들이 배움방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시계는 이미 삼경도 지났는데 다시 밥알들끼리의 모임이 있었고
가마솥방에서 가볍게 포도주 한 잔,
그리고 전승경고모가 준비한 '쫀드기'잔치도 있었습니다.
"난로 왜 벌써 치웠어요?"
그렇다고 어디 불이 없나요.

이튿날,
달골 창고동 청소가 대대적으로 있었고,
정운오아빠는 비닐하우스 만들었던 그 봉을 끄집어내와
자유학교 물꼬 간판 자리를 용접하였지요.
대문 안쪽 수선스럽던 짚들은 새터 포도밭에 깔렸습니다.

그리고 발야구.
청화요리 내기였답니다.
스물일곱 그릇의 청요리가 먼 곳에서 배달되어왔지요.


마당 남새밭가에 작은 살구나무가 있습니다.
발야구를 하고 돌아와
그 꽃그늘 곁에서 연잎차를 마셨지요.
지나던 소사할머니가 곁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일어나셨습니다.
해거름엔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데 앞집 할머니 지나다 걸어오셨지요.
1997년 가을 처음 대해리 들어왔을 적
이래저래 돌봐주셨던 이장님의 이모님이여 우리들도 그리 부릅니다.
"아이구, 불편하게..."
쭈구려 불 때는 양이 시원찮은가 봅니다.
"좋아요."
"그 불편한 게 좋아?"
"이러구 살려고 들어왔는데 그럼요."
"하기야 불편한 게 좋은 거야, 불편하니까 귀찮아서 그렇지."
오늘 동네가 다 떠들썩하여(발야구소리에)
마을에는 학교가 무슨 잔치하나 부다, 집들이 하나보네 하는 소문이 돌았다나요.
"에이, 무슨. 우리가 할무이들 없이 뭘 할 수 있어? 놀아주셔야 잔치가 되지."
"암만, 그렇지."
술을 한 잔 걸쳐 목소리도 크셨지요.
"여는 어째 이리 마늘이 잘 자라?"
"이모님네는 마늘 좀 심으셨어요?"
"이거 얻어다 먹으면 되지 뭐 하러 심어."
"그래서 맨날 맨날 얼마나 컸나 살피시는구나?"

산골살이의 봄날이 참말 다사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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