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4. 흙날. 매서운 추위. 가족들살이 이튿날

조회 수 1165 추천 수 0 2006.02.06 17:20:00

2006.2.4. 흙날. 매서운 추위. 가족들살이 이튿날

< 가족들살이 이튿날 >

겨울 아침이라고 일곱 시에야 해건지기를 하러 모였습니다.
국선도로 몸풀기와 짧지 않은 명상 시간을 가졌지요.
돌아가며 준비하기로 하여 아침 당번들은 밥상을 차리고 있었습니다.
밑반찬이며 주전부리들도 나눠서들 가져오셨더랬지요.

'쿵더쿵'시간,
아이들이랑 모두 모여 돌림노래와 주고받는 노래를 부르고
모둠마다 작은 연극을 하였습니다.
즐겁다고들 하였지요.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보여주는 성과에 놀라고
아이들의 거리낌 없는 움직임을 보며 정작 어른인 우리가 얼마나 닫혀있는가도 보고
다른 의견 속에서 조율해나가는 과정 안에서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기도 했다,
윤춘수아빠 이금제엄마 김호성아빠 이광열아빠랑 정운오아빠 이은영엄마가 그러셨네요.
"목적의식을 가지고 힘을 합친다면
시간이나 돈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가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구나..."
이광식아빠는 그러시데요.
"흔히 연출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그것에 맞추어서 움직이는데
너무나 느슨하게 역할만 주어지고 알아서 하고 즐기면서 하는 방식이 참 좋았어요."
곽보원엄마입니다.
"학교 다닐 때 해본 적도 없고 연극하는 아이들은 특별한 아이들이었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게..."
전승경고모도 한마디 보탭니다.
겸손한 이들이 잘 '읽는' 법이지요.
참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마주보기 2',
공선옥님이 쓴 '먹고 사는 일의 엄중함'이란 짧은 글 한편을 낭독하였습니다.
결국 요리 한 번 해보지 못한 양면후라이팬과
정신없이 사느라 글 한 줄 쓰지 않았던 겨울이었기에 쓸 일없었던 무릎덮개를 통해
반생명적인 우리 삶에 대한 반성의 글이었지요.
"...뭐가 저리도 많은지, 저것들 사쟁이느라고 지난해도 그렇게 쎄가 빠지게 돈을 벌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내 인생이 그렇게 물건들 사들이는 데 허비되다니. 그것은 분명 내가 그 물건들을 소비한 것이 아니라 그 물건들이 내 인생을 소비한 것이다. 아, 생명 아닌, 일개 물건들이 생명 달린 사람의 시간을 소비하다니. 내 생명이 저 물건들에 담보 잡히다니. 양면후라이팬과 무릎덮개, 옷과 신발과 그릇과... 그리고 집이 아닌 아파트는 '건물'이.
물건들만 내 생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일테면 '돌아다니는 것'도 그렇다. 생계를 위해 움직이는 것 이외의 장거리 여행은 확실히 반생명적이다. 생명유지에는 필수인 공기를 오염시키는 자동차를 타고 다녀야만 한다는 한계 이외에도 나는 그 여행 중에 너무 많은 것을 보아버렸고 너무 많은 것을 들어버렸다. 너무 많은 볼 것들이 한꺼번에 내 시각을 자극하면 나는 어지럽다. 너무 많은 들을 것들이 내 청각을 자극하면 나는 들은 것 모두를 오히려 잊어버려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본 것, 들은 것들의 무차별적 공격으로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먹고 사는 일, 최소한의 생명행위, 생존을 도모하는 일 이외의 그 어떤 일도 함부로 도모해서는 안된다. 죽을 때까지 생존을 위한 노동 이외의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행위에 함부로 뛰어드는 것을 경계할 것. 그것만이 내 생명을 내가 온전히 지키고 가꿔나가는 길인 것만 같다.
...나는 나를 지켜야 한다. 정직하지 않은 삶을 살라고 유혹하는 것들로부터. 본질적이지 않고 장식적인 삶을 부추기는 것들로부터. 나는 더 이상 양면후라이팬과 무릎덮개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하고 "먹고 살기 어렵다"는 언술에도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나는 다만 생존해 나가야 한다.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내년에도, 한없는 나의 노동으로 내 생명을 이어나가야 한다. 생명에 한없이 천착하기, 그리하여 한없이 정직해지기, 삶은 정직하지 않으면, 술수로는 결코 이어나갈 수 없는, 명명백백하게 엄중한 것이므로."

자신의 삶에서 익힌 것들을 10여분동안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십자수 사업을 정리한 얘기, 신용카드의 실체, 버스기사의 안전교육,
모형 조립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 응급 처치법, 조직론, 입체 튜울립 종이접기, ...

보글보글방도 있었지요.
그림동화도 한 편 같이 읽고,
만두도 빚고 반죽을 뜯어 넣어 수제비도 만들고 김치부침개도 부쳤습니다.
손으로 공양 발로 공양이 이어졌네요.
추위도 추위고 완성된 일 하나를 하기엔 버거운 시간이라고
학교 안팎을 정리하는데 쓰기로 하였지요.
아이들이랑 장작을 옮기고
연탄재들을 실어내 달골 진흙탕에 부수기도 하였습니다.
"구석구석 너무 신경 써서 지었더라."
"너무 예뻤어요."
"다락이 정말 넓데요."
달골 아이들집을 들여다보고 와서 감탄들을 늘어놓았지요.

저녁밥을 먹은 뒤엔 아이들과 대동놀이를 하였습니다.
땀날 때까지 뛰었고 꼬리를 잡으러 몰려다녔으며
마녀가 사는 성에도 다녀오고 갖가지로 핀 꽃들 속을 누비기도 하였지요.
몸으로 마음 모으기를 하며 숨을 고르고 나왔답니다.

'마주보기 3'.
물꼬에서 밥알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놓고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어디까지가 의무인가,
그 의무는 어떻게 유들이를 가질 수 있으며,
그 밖에 2006학년도의 특수상황은 어떤 게 있는가를 살폈습니다.
"'마음씀'이란 낱말이 내내 맴돌았어요."
김호성아빠가 잠자리로 가는 길에서 그러셨지요.

입춘입니다.
마지막 바람이 맵기가 이만저만 아니 한 겨울 마지막 문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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