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5.해날. 맑음. 들살이 닫는 날

조회 수 1134 추천 수 0 2006.02.06 17:23:00

2006.2.5.해날. 맑음. 들살이 닫는 날

< 가족들살이 닫는 날 >

108배를 하며 아침을 맞았습니다.
'오름과 내림'을 두었던 작은 산오름 시간을
'마주보기 4'로 대신합니다.
사는 일에 말이 필요한 부분이, 어른들이므로 더욱, 참말 많습니다요.
왜 무상교육인가,
물꼬의 살림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학교와 밥알들의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살폈습니다.
"물꼬는 배움값이 없습니다, 무상교육이지요.
자유학교물꼬는 논두렁들이 하는 후원과 물꼬생태공동체의 지원을 받아 살아갑니다.
밥알, 즉 학부모는 논두렁이 되어 학교를 도웁니다."
밥알 1기의 김상철아빠는 마지막에 물꼬를 떠난 밥알들이
결국 무상교육에 대한 다른 이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떠났다 했습니다.
물꼬는 소통에 실패했던 거지요!
물꼬의 샘들은 학교로부터 어떠한 재정적 도움을 받지 않습니다.
계절학교와 농사를 지어 살아가는 '물꼬생태공동체'(자유학교 물꼬가 아니라) 그늘에서 살고
그곳으로부터 달마다 5만원의 용돈을 받으며 살지요.
밥알은 아이를 보내며 낼만큼 냈고 할 만큼 했다 하고
학교는 다른 논두렁들처럼
후원회원으로서 학교의 존재에 동의하는 후원회비를 받았을 뿐
교사임금용으로, 교사생활비로, 아이들생활비로, 혹은 학교재정을 위해
받은 바가 없다 합니다.
코미디지요.
"달골 아이들집만 해도 그렇습니다.
10년 동안 준비했고, 기숙사를 짓는 것도 들어있다고 밥알들은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밥알 김정희엄마가 얘기를 이어갔네요.
"밥알들한테 보태라고 할 생각 손톱만큼도 안했습니다.
넘들도 하는데 애들 맡기는 부모들은 안 하냐,
더러 그렇게 말하는 이들을 만나며 뒤에 가서야 다만 인지상정에 대해 생각했지요."
상범샘이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밥알들한테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물꼬 아이들집을 짓게 된 과정까지도 나오게 되었네요.
"학교의 실체가 있어도 이 정도의 논두렁인데
실체가 없었던 그 시절에 논두렁이 얼마나 되었겠습니까.
선배 후배, 만나는 부모들이며가 조금씩 보탰지만,
그나마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모은 것이 대부부이었고,
그리고 계절학교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인건비를 고스란히 모았던 거지요."
떠난 밥알들과 학교가 길게는 두 해, 짧게는 여섯 달을 서로 고생하고 헤어졌는데,
좋지 못한 말이 무성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아이 때문에 왔다고 했는데,
그 아이들과 학교, 아이들과 교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건만,
늘 어른과 어른들이(밥알과 학교가, 밥알과 교사가) 다투고 있었습니다.
더 좋은 길을 찾았으면 그 길을 걸으면 될 것이며,
아직 진창을 헤매고 있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라면
이곳보다 더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위해 쓰시기를 바랍니다.
뭐 하러 이 아름다운 생을 미움과 노여움으로 보낸단 말입니까.
학교와 교사도 이제 상처가 아물기를 바랍니다.

새로 밥알이 되려는 이들은
무상교육에 대해 충분히 이해된 듯(살아봐야지요)했지요.
"1기 때도 2기 때도 처음엔 그랬어요."
희정샘과 상범샘이 증언합니다.
"학교의 고고한 이상을 흔들지 맙시다.
그건 그대로 두고
우리가 대신 실제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할 수밖에 없는 재정적 부분을 맡아서..."
김호성아빠와 이광식아빠 정운오아빠 이광열아빠에 이어
모든 분들이 동의하고 나섰지요.
재정지원부이자 생산공동체에 대한 구도를 희미하게 잡아봅니다.

"계절학교만 하면 속편할 텐데..."
물꼬에서 해왔던 여러 형태의 갈등들을 들으며 정운오아빠가 참 답답해합니다.
그러게요,
그건 실제 물꼬 공동체 식구들이 가끔 주장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공동체 애들만 키우자니까요."
이것은 물론 훗날 자유학교물꼬의 모습이긴 합니다.
우리 울타리 안에서 우리 애들 키우는 거요
(우리끼리만 좋은 게 아니라
이 길이 옳다면 곳곳에서 또 그리 만들면 되겠지요).
거기에는 부모가 필요한 아이들도 들어와 있을 겝니다.
당장 새 학기에도 그런 아이가 있으며
그 다음 학기엔 입양된 아이도 함께 합니다.
"교세 확장! 우리교의 전 우주화!"
그렇게 농담을 하지만
정말 물꼬는 이 시대에 이 시대랑 반하는 이념과 행동법을 가지고
굳이 이 짓을 왜 하려는가,
그것에 대한 고민이 물꼬를 이해하는 과정이 되지 싶습니다.

"처음 마음에 품었던 약속들을 지켜주십시오."
"1-2년 지나며 혹 떠나더라도 떠날 때 떠나는 바로 그 까닭을 말해주세요
(다른 이상한 이유들 들먹이지 말고)."
갈무리,
학교 실무자들의 부탁이 있었지요.
아주 무겁게 시작했던 모임이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나누며 헤어질 수 있었지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아니 사람들이 갈등하는 본질을 읽어갈 수 있었을 것이며,
다시 정말 왜 물꼬에 아이를 보내려는가를 살피는 시간이었을 겝니다.
하지만 지금은 입학에 생각이 집중돼 있어 안 들리고, 못 보는 것들이 많을 테지요,
마치 앞으로 살날에 대한 준비보다 결혼식에 집중되는 이 시대의 결혼처럼.
남은 건 결국 '사는 일'입니다.
또 다른 갈등들이 생길 것이나
분명 더 성숙하게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겝니다.
설혹 헤어지더라도 말입니다.

산오름을 못한 아쉬움을 뒤로
모두 돌아갔습니다.
차를 몇 대 움직이지 않고 서로서로 돌아가는 길이며
차를 밖에 세워놓는 조심스러움들도 인상적이었지요.

창욱이가 다쳤습니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놀다가 화살촉에 맞았지요.
많이 아플 겁니다.
시간이 꽤 걸리겠지요, 아물려면.
우리가 쓰잘 데기도 없는 말과 일에 매달리지 않고
아이들이나 잘 건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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