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2.나무날. 맑음 / 민들레에 사과 요구를 하다

조회 수 1137 추천 수 0 2006.03.04 15:14:00

2006.3.2.나무날. 맑음 / 민들레에 사과 요구를 하다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는 사라지더랍니다.
그러더니 다시 졸졸 넷이 가마솥방을 들어오더라지요.
이어 류옥하다가 책을 읽기 시작하고
종훈이와 신기, 기윤이가 마주 둘러앉아 듣고 있었다 합니다.
"아이들이 참 다르지 않아요?"
사이좋은 이 아이들을 보며 열택샘이 그러데요.
1, 2기 때(올해가 3기가 되는 거지요)와 견주게 되는 모양입니다.
얼마나들 다투었으면
상설학교를 출발하던 처음, 물꼬를 취재하던 KBS의 제3지대 프로듀서가
"참 만만찮은 아이들입니다."
열 이틀을 머물고 떠나는 마지막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앞으로 어찌 살아나갈 거냐 안타까워하였을까요.

어제 오후 민들레와 잠시 통화를 했습니다.
낼 사과문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다음은 출판물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법적절차를 밟겠다는 요지였고
대표랑 잠시 오랜 친구(?)로서의 사적인 얘기도 나누었지요.
"민들레도 정말 노력 많이 했다.
원래 글에서 얼마나 누르고 또 눌렀는데..."
그러면서 그 과정을 잘 아는 편집실의 김경옥씨랑 얘기를 하라며
할 말이 없다는 데도 전화를 억지로 바꾸었는데,
김경옥씨의 혼자 하는 긴 말을 들으며 중간에 끊어버릴 수도 없고
아주 곤욕이었답니다.
"뭘 그렇게 기를 쓰고 말씀을 하십니까?"
이제 좀 고만 말하라 그랬지요."어머, 저는 민들레에서 일하면서 여태까지
'기를 쓰고' '물꼬 죽이기'식의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을
단 한명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민들레가 사는 세상은 참 결 고운 세상인가 봅디다.
이 산골에 사는 농투산이(농투성이)들하고는 달랐지요.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자람이 많았으며, 물꼬가 서투름이 많아 그렇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고 다 '받아들이면' 안 되겠습니까?"
무얼 받아들일까요,
선의의 사람들이 물꼬의 삶을 지지하며 내 준 후원금을 갈취했다는 사실을?
아니면 선한 사람들이 보태준 노동을 착취했다는 사실?
멀쩡한 아이가 이곳에서
동무들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다투고 시비를 가리는 아이로 바뀌었다는 걸?
필요할 때마다 했다는 대출을?
이러다 무식한 울 엄마 꼬깃꼬깃 모은 돈을 털어
당신 생에 한 번은 딸을 위해 뭔가 하고팠다는 선물인 제 차마저
'모든 재산이 교장 앞으로 된' 물꼬 돈으로 누리는 호사가 되고야 말지 않겠는 지요.
무엇을 받아들인단 말입니까?

민들레에 사과문을 요구하는 글을 보냈습니다.
제가 초안을 잡고 실무인 상범샘이 정리를 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저희 역시 글을 '누르고 또 누르느라'
나중엔 지쳐버려서 무게 있는 글인 만큼 잘 다듬고 보내야 했으나
거친 채로 보내게 되었지요.
그래도 자꾸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운 것은
떠난 아이들과 남은 아이들이
좋은 교류를 하고 서로 좋은 모습을 통해 성장하는 길을
막게 되는 건 아닐까,
깊이 걱정스러웠습니다.

사과문은
이런 일에 휩쓸린 물꼬의 서투름과 모자람이 참으로 큰 숙제노라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민들레와 학부모 사이에 달포가 넘는 기간 동안 오고간 조율
물꼬는 민들레 43호를 통해서야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나아가 거짓된 부모 글을 지면에 올렸음은
민들레가 그 글의 공표에 대해 지지와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기에
민들레에게 사실의 진위 여부도 모르면서 한 공간을 훼손한 책임을 묻는다,
이 글을 통해 나간 부모들하고 사이에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의도가 추호도 없으며
다만 애써서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뜻있되 가난하고 작은 공간에 입힌,
민들레가 지닌 '대안권력횡포'를 따진다,
이것이 물꼬같이 힘없는 곳에도 손발을 보태는 선한 이들에 대한 예의이며
물꼬같이 허물 많은 곳에 제 살림을 나누는 논두렁(후원회원)에 대해
물꼬가 그나마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길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만 평화는 과정 속에 있다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이 방식이 정말 옳은 길인가를 묻고 또 묻는 어려움이 남았다 하였습니다.

왜 문제의 학부모의 글(민들레 43호)에는 공개적 대응을 피하는지도
세 가지 까닭을 들었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가 하고 있는 지금의 작업이
학교와 떠난 밥알의 소통과 화해를 위해서라지만
화가 나서 막 달려 나온 이들에게서 들은 얘기를 출발점으로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이들과 외려 감정의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때로 시간이 끼어들고 나면 서로가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도 생기고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도 될 거다 하였지요.
물꼬 홈페이지에 오르는, 나간 학부모들의 악성글들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것도
민들레 인터뷰 조항에 답글을 보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인데
한 때 아름다운 기억과 배움을 이곳에서 쌓았던 아이들에 대한
물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언젠가 아이들이 다니러 오고플 때 그 길이 막히지 않도록 해야겠노라 하였습니다.
골이 깊어진 이들이 서로를 할퀴며 곤두박질하는 적지 않은 사례가
우리를 더욱 침묵케 했다,
기다리는 중에 내가 변화되고
그러면 변화된 나로 인하여 형제가 변할 날도 올 것이라는,
기다림 속에 자라난다는 선처럼
물꼬가 정말 열심히 올곧게 사는 것으로
소통을 시도해나갈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민들레의 오만과 편견을 따져들었습니다,
민들레가 지면에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한동희님의 글을 실었다는 것은
그 글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고.
인터뷰를 요청하고 답글을 바라면서
(원고료를 줄 것도 출연료를 줄 것도 아니고)
되려 범죄자 심문 조회하듯 한 전화하며(상범샘이 기가 막혀 했지요)
어떤 과정으로 물꼬를 기만했는가,
그리고 그간 민들레가 물꼬를 어떻게 대했는가를 썼습니다,
준비하다 도중하차하고 마는 숱한 대안학교의 전례들을 잘 알면서
십년도 넘는 줄기차고 소중한 물꼬의 역사를 애써 외면하고 폄하한 듯한.
민들레 6호에도 확인 없이 실은 물꼬 얘기에 항의 글을 보낸 적이 있으며,
민들레 30호에서 초등대안학교 현황을 다루면서 다른 곳들과는 달리
물꼬가 스스로 물꼬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설문지를 보내지도 않았던 사실,
그리고 이번 글을 실은 민들레가 가진 문제의 글에 대한 확신과 지지에 대해
그것이 대안교육대변자로 나서는 민들레의 횡포가 아닌가 물었지요.

"민들레의 다음호에 사과의 글을 실어주십시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물꼬에 대한 거짓된 글을 실어 독자를 혼란케 하고
물꼬가 사람들의 선의의 노동을 착취하고 후원금을 갈취한 곳으로 오해케 했으며
누구보다 물꼬에 손발을 보태고 재정을 돕는 이들의 건강한 뜻을
비뚤게 만들었다는 내용을 담아서 말입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참으로 꼴이 우스울 일이지만 법의 힘을 빌리겠다 하였습니다.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계좌추적 재산추적 통장내역, 드러나지 않을 게 어딨답니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달 여 이 서걱거렸던 시간들에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다 보여 지는 한 존재를 제외하고는
떠난 밥알들과 나누었던 소중한 날들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분명한 건 물꼬의 긴 글이 나간 부모들을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였지요.
민들레는 이 과정 안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던가,
아니라면 서로에게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했습니다.
살아가다보며 이해하는 지점도 생길 테고
어쩌다 어데선가 부딪히기도 할 테고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이어지겠지요.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다시는 보지 말자는 게 돼버립니다.
이러면 정녕 훗날 어찌 보겠는 지요.
떠나간 아이들이 이곳으로 올 길이 없어져버릴까
깊이 마음 아프다 했습니다.
이래도저래도 민들레 43호 물꼬 관련글은
민들레가 말하는 소통을 위한 시도가 아니라
밥알과 시시비비를 가리는 문제로 변질되는 길로 보이기에
물꼬는 그 길을 가지 않으려 한다 전했지요.
그러나 민들레의 행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언론, 그 무서운 매체 아니냐,
그것도 대안교육전문잡지라는,
그래서 민들레하고는 가릴 것 가려야겠다 썼습니다.

3월 9일 저녁 6시까지 물꼬 요구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달라 요구했지요.
"이래서 법이란 제도가 있는 거구나..."
"법 없이 살아서..."
공동체 식구들이며 새로 온 밥알이며
어찌 그리 아는 게 없던 지요, 그 법이라는 거요.
좋은 공부가 되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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