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4.흙날. 맑음 / 달골 햇발동에 짐 들이다

조회 수 1272 추천 수 0 2006.03.05 10:23:00

2006.3.4.흙날. 맑음 / 달골 햇발동에 짐 들이다

너 살아 있었구나
봄나무여
나 너와 함께 이 땅에서 오래 참으리라

이기철님의 '나무'를 읽습니다.
마음이 데워집니다.
봄나무들 뜨겁게 새 날을 시작하는 이곳입니다.

밥알 반짝모임이 오늘 짐이 들어간 달골 거실에서 있었습니다.
6일의 '첫걸음예'(입학식)를 어찌할까,
3월 살림을 어떻게 살까들을 의논했지요.

김천 직지사편에서 이쪽으로 고개를 넘어오자면
저수지가 예쁘게 보이는 곳에 숯가마가 하나 있지요.
저녁답에 김천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반짝모임 시간까지 빠듯한데 학기가 시작되면 정신없을 것이니
가마속은 엄두를 못내도 제대로 샤워라도 한 번 하자고 30분을 쪼개봅니다.
샤워장이라고는 두어 평인데
사람들은 샤워 꼭지 세 개에 서 있거나
큰 고무통 곁에서 둘러앉아 때를 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비누칠을 하는데 아무래도 오른팔이 영 시원찮습니다.
마음은 바쁘고 팔은 말을 듣지 않는데
누군가 손이 닿지 않는 쪽 등을 덜컥 와서 밀어줍니다.
대중탕을 거의 가지 않는 데다
요새는 서로 등을 밀거나 하는 풍경이 보기 힘들다 들었던 터라 의아했지요.
'아, 등을 서로 밀어주자 소리구나.'
가만 있었지요.
그렇게 개운한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지요.
그리고 돌아서는데 당신은 벌써 밀었노라십니다.
"올 해 몇이셔요?"
"육십 너이."
젊은 할머니시지요.
그 마음이 고마워, 한동안의 속상함이 겹쳐
샤워기 아래서 눈물을 떨구며 몇 분을 섰더랍니다.
그렇게 따뜻하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눈물 많은 날이네요.
칠흙 같은 밤,
사람들이 다 내려간 뒤 달골 집 벽을 기대고 서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자유학교 벽돌쌓기라는 이름으로 모았던 돈이 들어갔고
품앗이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계절자유학교의 수익금도 들어가 있고
아이들이 한푼 두푼 용돈을 보탠 것도 있고
그리고 숱한 논두렁들의 나눔이 있었습니다.
집짓기 막바지엔 '49일 물구나무서기-특별건축기금마련'으로
마음을 낸 이들의 뜻도 담겼지요.
돈 들여 머릿돌 세울 수는 없어도
집을 짓게 되면 그들의 이름자를 새겨두겠다 다짐했더이다.
1994년 첫 번째 계절자유학교를 다녀오면서부터
12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 일이었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 일이었지요.
두 동 사이로 구름다리가 걸쳐지는 날
"물꼬 아이들집('햇발'동이라 부르겠습니다)은 어떻게 세워 졌는가"를 기록하며
그 이름자들 하나 하나를 읊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다른 동 하나는
'창고'(노래부를 창에 북고자를 써서 노래부르는 북)동이라 부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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