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16.나무날. 눈

조회 수 1150 추천 수 0 2006.03.17 13:30:00

2006.3.16.나무날. 눈

밤사이 나리던 눈은 한낮까지 곱게도 내리더니
다사로운 날씨에 눈비가 되었습니다.
콩이 굴러다니는 동화 한편으로
올 한 해의 중심생각 공부를 시작했지요.
나무날과 쇠날 오전마다 이루어집니다.

이번 학기 국선도 첫 수련시간이 있었습니다.
단지 잠시 몸을 다루는 교과목의 하나로 지난 학기에 처음 넣었던 시간이었는데
일상적인 수련과 이어가는 것이 매력 있는,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지요.
지난 학기부터 애쓰신,
뭘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과 교감을 이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홍종찬샘과 이진우샘에다
영동대 국선도학과 김기영교수님,
제자 한 분(오늘은 못 오셨지만)도 같이 자리를 하시지요.
학교 아이들 아홉에 동생들 둘,
마을 식구들 여섯에 공동체식구 여섯도 고래방에 듭니다.
수련을 하고 나면 밀려드는 진한 감동이 오늘도 이어졌지요.
오랜 세월을 이리 같이 수련하자시는데,
크나큰 선물이다마다요.
기꺼이 걸음을 내주시는 이 분들을 보며
또 '살자, 살자!' 힘을 냅니다.

일을 하기로 한 시간에 눈 비 올 때면 풍물을 해왔지요.
이번 학기도 '우리 가락, 우리 소리'라고 알렸습니다.
마침 눈이 비로 변해 일을 나가지 못하게 된 농사짓는 아이들이니
방에 모였겠지요.
"호남의 남원이라 허는 고을이 옛날 대방국이었다..."
판소리 한 자락도 익히고
민요도 하나 배웠답니다.

모임 하나를 같이 하는 박종순님이 광대한 몽골을 담은 사진 둘을
3미터는 족히 될 길이의 액자로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며칠 전에 받았으나 오늘에야 풀 짬이 생겼네요.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을 연상케 하는
참으로 적절한 물꼬의 선물이다 싶었지요.
인사동 한 전시회에서 보고는 탐을 내었더니
벌써 녹색병원에 기증되어 있어 몹시도 아쉬웠던 작품이었는데
굳이 새로 만들어 기꺼이 새 학년 선물로 주신 겁니다.
고맙습니다.

국악기제작촌의 이석재 대표님이 유지태님이랑 다녀가셨습니다.
작은 생활공동체를 꾸려가는 분들이시지요.
주문한 아이들 장구를 실어오면서
학교에다 장구 두 개도 기증해주셨습니다.
지난번 찾아뵈었을 때 물꼬의 저간의 사정을 풍문에 들으시고
한 말씀 한 말씀이 해주신 게 위로가 되었지요.
"그렇다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각서를 쓰고 할 수도 없는 일들이고..."
세세히 아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마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그렇더라도 결국 그런 방식을 택한다면
우리 사는 것이 세태랑 무에 다르겠냐"셨더이다.
작년에 아주 어려운 일을 겪으셨다더니
그래서 그리 강건해지고 생의 큰 통찰을 얻으셨나부다 짐작했지요.
비스무레한 생각을 하는 이들을 만나는 일은 용기를 돋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곶감집에 세 든 정민이네와 신기네도 집들이를 하였습니다.
학교 앞마을 큰마 어르신 몇 분도 보고
오랜만에 보건소장님도 얼굴 뵈었지요.
"집을 어찌 이리 잘 고쳤어?"
어르신들이 모다 한 마디를 보태셨습니다.
베란다라며 바깥 마루로 방도 하나 달아내고
씻는 곳과 아궁이 부엌을 이은 바람벽도 세우고
아이들 살 적 옷방으로 쓰이던 곳을 입식 부엌으로 만들어
살기 어찌나 좋게 만들어놓았던 지요.
"옥샘이 집 바꾸잘까 봐 겁난다니까."
자립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정운오아빠가
물꼬의 큰 사부가 되고 있는 요즘이라지요
(어제는 간장집 아궁이도 벽난로로 만들어주셨지요).
아이들은 마루에서 축하노래도 불렀습니다.
장닭도 시도 때도 없이 울며 덩달아 축하를 해주었지요.
곶감집 식구들이 이곳에서 같이 오래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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