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28.불날. 눈발

조회 수 1153 추천 수 0 2006.03.31 08:59:00

2006.3.28.불날. 눈발

춘삼월에 눈입니다.
이른 아침 쌓인 눈이 우리를 맞았지요, 해 나자 금새 녹아내렸긴 했지만.
눈발이 종일 날렸습니다.

국선도로 열던 해건지기를
오늘 아침부터는 춤시간에 하던 몸풀기를 하기로 합니다.
짝을 지어 놓으니 놀이 같아 더 신나나 봅니다.

'생활과학'입니다.
"설탕은 왜 달까?"
설탕과 소금을 가져와 돌아가며 혓바닥 여기 저기 올려보며
혀가 느끼는 맛에 대해 알아보았지요.
유리창에 매달려 입김에 대해 이것저것 캐보기도 하였습니다.
"왜 갈수록 입김이 유리창에 잘 서리지 않을까?"
짐작하고, 해보고, 결과를 정리하며 보고서들을 썼지요.

아, 드디어 국화샘(미죽샘)이 오셨습니다.
영동 저 끝에서 이 끝까지
올 봄도 불날의 이 한 시간을 위해 달려오십니다.
새로 들어온 녀석들은 1기들의 처음처럼 매화점을 그리고
선배들은 모란을 그렸지요.
나이 많으신 미죽샘은 암시렁도 않게 말씀을 턱턱 하기도 하시는데,
또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이 잘 받지요.
"얘는 왜 이렇게 안돼?"
종훈입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저는 또 저대로 열심히 그리데요.
"아직 어려요."
아직 1학년이니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냥 보시라 슬쩍 말씀을 넣어드렸지요.
"붓을 왜 자꾸 그렇게 써."
정민이가 붓을 마구 짓누르며
또 물감을 온통 물에 풀어대버려서 한소리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은 국화를 마친 뒤
물꼬의 삶에서 물건을 대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좋은 시간을 가졌네요.
어쨌든 다들 참 기특하지요,
늘 해오던 대로 '명상하드끼'가 된다니까요.

눈 내리거나 비 오면 일 대신 판굿을 하지요.
사실 아직 판굿이라 부를 건 아니고
그저 풍물을 익히고 있습니다.
김세종제 춘향가 가운데 첫 대목을 익히고 있고,
장구끈 매는 걸 익힙니다, 무슨 의식을 치루듯.
먼저 세 차례 매고 풀기를 보여주고
선배 셋에 후배 둘씩을 붙여주었지요.
"옳지 잘하네, 신기야, 한 번만 더 해보자."
2학년 류옥하다가 1학년 신기를 잘 다독이며 해나갑니다.
6학년 나현이는 1학년 종훈이 이름을 서른 번도 더 불렀겠습니다.
"종훈이 잘한다."
"신기도 잘해."
나현이와 류옥하다가 질세라 주고받고 있네요.
이어 2학년 창욱이는 나현이한테서,
6학년 승찬이는 류옥하다한테서 배우고 있습니다.
5학년 령이는 4학년 동희와 3학년 정민이를 맡았지요.
"재밌게 가르쳐줘요."
"혼도 안내요."
스승 령이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답니다.

가마솥방에선 엄마들이 모여 양념고추장을 만들었습니다.
주말에 캔 쑥은 쑥버무리가 되어 아이들 새참으로 나왔지요.

가정방문이 있었습니다.
정민이네에 갔지요.
학부모들이 마을식구로 사니 이럴 짬이 다 납니다.
맛난 저녁도 먹고
그 아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알지 못하는 시간들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 아이가 하는 움직임을 바라보는 데에 더한 이해가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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