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계자 나흘째, 2006.1.5.나무날.얼어붙은 하늘

조회 수 1436 추천 수 0 2006.01.06 14:10:00

108 계자 나흘째, 2006.1.5.나무날.얼어붙은 하늘

<십년 뒤에 만들어>

소한이라고 그냥 넘어가지 않네요.
기온 뚝 떨어진 아침입니다.

하나씩 요가 동작을 늘이고 조금씩 명상 시간을 늘입니다.
오늘은 손잡이 달린 컵을 그리며 아침을 열었지요.
홍관 선수, 고집 세나 봅니다.
"동그라미를 동그라미로 보지 않잖아."
아기자기하게 컵에 꽃도 꽂은 그의 그림이랍니다.
한슬이와 동휘는 눈이 빠지라고 노려보듯 그림을 그립니다.
승호는 전체 윤곽이 퍼져있습니다.
"안경 껴야할 거나 부네."
깔끔하게 선처리를 해보라 권하지요

열린교실과 보글보글과 그림자극의 하루랍니다.
재화 동희 동휘 창욱 정민이가 오늘은 대바늘을 잡았습니다.
창욱이는 바깥이 더 궁금하고
재화는 입으로 뜨고 있으며
정민이와 동휘가 아주 얌전해졌습니다.
동희는 알려주는 대로 척척하고 있더라지요.

나무곤충을 만들던 한슬 기홍 종훈이는
한 시간여 와이자 모양의 나뭇가지를 모으고 톱으로 모양을 만들어가더니
어머나, 톱날이 다 부러져버렸답니다.
샘이 의도했다는 설도 있고...
잠자리에 연필을 꽂을 수 있는 걸 만든다더니
날이 많은 줄을 안 겝니다.
그래서 손에 손에 장판 조각을 하나씩 들고 학교 밖으로 나가더니
썰매를 탔다데요.
종훈이는 장판을 잡을 수 없었던지, 몸으로 타버리더랍니다.

목공실은 아주 미어터졌다지요.
승호 주환 승현 건창 홍관 석현,
거기에 영환이와 하다도 합류했답니다.
"불합격!"
"아휴!"
"통과!"
"와아!"
열택샘이 못박기를 연습시켜 보내면 상범샘이 실전에 투입시킵니다.
"수십 번 연습 했어요."
"피나는 노력을 했죠."
주환이가 오랜 연습생활을 마치고 못박는 기술자가 되었다지요.
못 잘 박아서 칭찬을 들었다 자랑하러 한데모임에서 그가 일어났댔습니다.
오늘은 칸막이 틀을 완성했다합니다.

예진이와 예지가, 수진이가 홀로 있던 바느질에 들어갔습니다.
앞치마를 같이 만들었다나요.
열심히 천 조각을 이어 붙였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처음 부엌샘한테 맞추려던 것을 그냥 만족키로 했답니다.
한데모임에서 들고 나왔는데, 가슴팍에 단 리본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예지는 뿌듯함으로 한데모임에서 처음으로 벌떡 일어섰지요.
두 언니들보다도 손이 더 야물더랍디다.

오늘 새로 생긴 '탈'에서는 윤빈이가 혼자서 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애들이 바글바글 했는데... 요즘 나는 이상하게도 열린교실을 할 때마다 폐강의 위기를 맞는 것 같다. 기존의(기본적인) 교실들 말고 계속 다른 걸 해서 그런가? 전문 열린교실을 하나 만들든가 해야지 이건 가슴이 졸여서 못 해먹겠다.'
선진샘은 기록장에 그리 쓰고 있었지요.
여자방에서 하는데 한코두코 남자애들이 계속 기웃거리더랍니다.
"이거 내일 또 해요?"
창욱입니다.
"끼워주세요."
재화였지요.
"그런데, 이건 아주 오래 해야 돼."
"그럼 안할래요."
뒤도 안돌아보는 재화였습니다.

보글보글에선 또 다른 네 패를 나눠 자장면을 만들었지요.
넘의 집은 어찌 만드나 보고 오기도 하고
우리는 너무 더딘 게 아닌가 맘 졸이기도 하며
국물 맛이 집집이 어떤가 보러 다니기도 하였더랍니다.
동휘는 노골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선진샘한테 보내고 있었는데,
저러다 되긴 되려나 하는,
꿋꿋하게 휘젓고 있던 선진샘, 야채 싫다는 아이들의 염원에 편승해
야채를 좀만 넣어 최고로 맛있다는 동휘의 찬사를 기어이 받아냈습니다.
어느 밥상은 종훈이한테 말 시키느라 재밌어 하는 형아들과
그 형아들의 반응에 만족해하는 종훈이로 이루어져있었지요.
저들끼리 아주 영화 <말아톤>을 찍더랍니다.
"종훈이 다리는?"
"백만 불짜리!"
"종훈이 몸매는?"
"끝내줘요."
"내 몸매는?"
"돼지 몸매!"
또 어느 밥상에선 영환이가 동생들 칼질 차례며 볶는 것을 진두지휘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사유의 표정을 갖게 된 영환이형,
그는 또 어떤 청소년기를 맞을 까요...

일곱 살 종훈이 땜에 여러 차례 웃습니다.
선진샘이 물었지요.
"종훈이 누구 아들?"
"엄마 아들!"
"엄마는 여기 없잖아."
"옥샘 아들!"
"옥샘도 지금 없잖아."
"희정샘 아들!"
"왜?"
"밥 주니까."
으, 저 배신, 선진샘은 기어이 자신의 이름을 듣고 싶었던 건데...

한데모임.
그 종훈이 제 곁에 앉았습니다.
아이들은 곶감집 아궁이 불 땐 즐거움이며
낮에 보낸 시간들을 서로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모임이 저(종훈)한텐 지루했겠지요.
"옥샘! 오늘 고래방에서 하는 그 놀이는 언제 해요?"
손 번쩍 번쩍 들고 할 말은 다하면서...
"짜장면이 맛있었어요!"
"곤충 못 만들어서, 썰매 판으로 탔어요."
나무 곤충 들어가고픈 아이들이 톱이 다 부러졌단 소식에 절망하자
나중에 와서 만든다는 둥
톱이 도착하면 그때 만든다는 둥하고 있었는데,
종훈이가 혼잣말을 하는 거예요.
"십년 뒤에 만들어."
푸하하, 혼자 아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기, 동희도 일어나네요.
"태석샘을 따라서..."
빈이도 그 추종자라는데, 태석샘이 하는 발우공양을 따르는 무리입니다.
"알려줘요."
"하루에 양치를 세 번 하듯 세 번 물을 부어요."
세력을 불려볼까 한다나요.
문제의 책방, 책이 널려있지 않은가를 진행자 승현 건창이 모두에게 확인했습니다.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한명만 가, 한명만 가, 한명만 가,"
그런데 이미 애들 우르르 갔지요.
"승현아, 내 맘 알겠지?"
아주 깊이 다 알았다는,
말 안 듣는 놈들 데리고 고생한다는, 승현이의 저 표정 좀 보셔요.
그런데 책이 여섯 권이나 그냥 던져져 있더라,
자기가 잊고 그러진 않았나 아이들한테 물었는데,
옆에서 종훈이가 그랬지요.
"태석샘, 책 안 꽂아."
숨꼬방에서 아이들 읽히던 책을 말하는 걸 겝니다.
재화가 곁에서 재밌어라며 손들고 일러주라고 부추겼지요.
"태석샘은 책을 좋아해."
그러며 들은 척도 않데요.

2모둠에서 모둠 하루재기를 한데모임처럼 사회를 정해 하기로 했나 봅니다.
"제가 할 게요."
그럴 때는 또 빠릅니다, 종훈이.
"그래, 네가 사회 봐."
한 사람씩 불러 하루가 어땠나 묻고
이제 뭐하냐 샘을 봤겠지요.
"(낮은 목소리로) 노래해야지."
마치는 '자유학교 노래-2'를 말했겠지요.
그런데 우리의 종훈 선수,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부르더랍니다.
그래서 오늘의 마치는 노래는 모두가 올챙이노래를 부르는 걸루 대신했다지요.
"글집 나한테 줘. "
아직 안 쓴 아이도 있었겠지요.
"열 가지 셀 거야, 빨리 써."
"이제 얼릉 씻고 가서 자."
그래 놓고는 엄마가 보고 싶어졌던 겝니다.
또 찔찔 짰다지요.

일시간은 감기 들지 않게 체육으로 대신했습니다.
열택샘이 상설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마다 하듯이
아이들은 눈 덮인 마당을 뛰고 있었지요.
몸을 푸는 구호 소리가 한참을 들려왔더이다.

그림자극을 준비했지요.
한 패는 지난번의 <팥죽->을 그 배역 그대로 그림자인형을 만들기로 했고
또 다른 패는 엄마를 찾아 떠나는 참새의 여정을 담기로 했습니다.
한 모둠은 의견을 모으는데 씨름을 좀 하고 있는데 반해
다른 모둠은 각자 다양한 개성이 묘하게 어울리고 있나 봅디다.
"우리 끼리 서로 보여주면 연습도 되고 좋지 않을까?"
"아니요, 본 거는 시시해요"
"그래요, 손님맞이날에 공연해요."
11일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오는 날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였지요.

어제는 슬라이드로 겨울동화를 한 편 보았고
오늘은 고래방으로 넘어가 대동놀이를 했지요.
우리들의 곡식 창고에 든 쥐를 잡기위한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엄밀하게는 궁지에 몰린 쥐가 되려 고양이를 잡는 것이었지요.
올 겨울 계자는 끊임없이 쥐와 고양이 놀이가 여러 형태로 등장하리라 예감합니다.
"어, 그만해요?"
와봤던 아이들,
한 시간 가까이 뛰어다니며 대동놀이를 해본 녀석들이
짧아진 대동놀이 시간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지요.
"우리에겐 날이 많잖아."

이번 아이들의 전반적인 느낌이 유아스럽고 착하고 순하다고들 합니다,
말이야 좀 많습니다만.
(광주 애들이 하도 시끄러워 광주 가서 떠들어랬다는데
승현이 귓속말로 그러더라지요.
"광주 애들이 다 그렇진 않아요, 쟤네들이 특별한 애들이예요.")
"고학년이 없어서 그런가..."
흔히 아이들 사이에서 들을 수 있는 '재수없어' 이런 식의 말도 없다지요.
도대체 우리가 학교를 왜 보내는 겐지,
고학년이 될 수록 거칠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우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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