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계자 닷새째, 2006.1.6.쇠날. 꽁꽁 언 대해리

조회 수 1417 추천 수 0 2006.01.08 12:21:00

108 계자 닷새째, 2006.1.6.쇠날. 꽁꽁 언 대해리

< 신기란 놈이 도대체 누구야? >

새끼일꾼 수민이형과 유리형을 따라 오늘은 품앗이 내영샘이 나간 자리로
응급실에 갔다던 신기가 돌아왔지요.
벌써 아이들이 만든 분위기가 있으니
있지 않겠다 안하겠는지요, 몸도 아직 시원찮을 테고.
그래도 아이들이 잘 살펴주고 안으로 들여주니 금새 화안해졌습니다.
"오늘 쟤 어디서 잘 거예요?"
류옥하다가 신기는 덩치가 작으니
자기가 간장집에서 데리고 잘 수 있다 합니다.
그림자극을 하러 들어갔더니
어느새 일찍부터 함께 해왔던 아이처럼 섞여있었지요.
"누가 도와줄래?"
"제가 돌볼 게요."
잠자러 갈 무렵이었던가요, 주환이가 그랬지요.
"어, 형 다시 봤어."
동휘가 외쳤습니다.
"살값이다!"
누군가 곁에서 덧붙였지요.

열린교실이 깊어갑니다.
아이들도 닷새째를 맞았네요.
새로 생긴 '단추탑'에
한슬 건창 승현 동휘 영환 류옥하다가 함께 합니다.
"집에 기념으로 들고 갈 것부터 만들고..."
작은 통나무를 자른 찻잔 받침을 목공실에 가서 구해와서
차근차근 쌓기 시작하고
현애샘이 곁에서 글루건을 쏘아줍니다.
한껏 모양들을 내지요.
"남자 아이들이라 막 쌓을 줄 알았는데,
들여다보면 분홍색 위에 투명한 단추에 진주단추..."
현애샘은 마냥 신기한가 봅디다.
일어서는 제게 다시 이 교실 열어야 한다고 당부당부하는 아이들입니다.
저녁, 곁에 다가와 영환이도 더 높이 쌓겠다 하고,
한슬이도 한껏맘껏 시간에 하면 안 되냐 조르데요.
지나던 아이들이 요리조리 들여다보며 다음 열리교실에 들어올까 합니다.

목공실이 추운 날씨로 배움방 안으로 들어와야 했지요.
모두가 다른 교실로 떠나버리고
승호가 나흘내리 살아남았습니다.
오늘은 저 혼자 바퀴달린 칸막이를 샘 둘과 갈무리를 했더랍니다.
"동휘가 빗살모양으로 하자고 했는데
있는 대나무가 짧아 이렇게 형태가 바뀌었고,
이 손잡이는 제가 하자 그랬는데,
열택샘이 휜 나무를 구해주어..."
한데모임에서 끌고나와 자랑스레 했지요.

한코두코는 빼먹어서 구멍 숭숭 뚫리기도 하고
코가 늘어나 넓어지기도 하는 가운데
그래도 단은 올라가 길이가 늘어납니다.
다른 아이들은 완성하면 보여주마 하는데
주환이가 제 스스로 뿌듯하여 자꾸만 만지작거리길래
한데모임에서 높이 들고 자랑 좀 해달랬지요.

탈에는 종훈 예지 창욱이가 빈이를 좇아 들어가 있습니다.
어린 녀석들이라 한 시간만 신문을 붙이자 했다네요.
"그래요, 너무 지겨우면 힘들어서 못해요."
창욱이가 얼른 말을 받고 있었지요.
빈이는 네 겹이나 붙였습니다.
가만히 앉아 오래도록 하는 일을 참 잘하는 아이입니다.
졸망졸망한 녀석들이 소담하게 앉아 붙이고 있는 양이 어찌나 예뿌던지요.
"나는 초코파이 안 좋아해."
"산오름 가서 먹어보면 생각이 변할 걸."
또래들끼리 앉혀놓으니 그들만의 대화를 엿듣는 재미도 컸지요,
단추탑 곁에서 했거든요.
"왜 들어왔어?"
탈 가지고 놀려구 들어왔다데요
"말리고 있어서 안돼."
한데모임에서 다른 아이들이 보여 달랬더니
샐쭉하게 잘난 체를 하던 조무래기들입니다.

곤충패들은 나무를 구하러갔지요.
적당한 가지들을 구하러 숲에 들어갈 생각입디다.
"우리 산에 갈 건데..."
산에 간댔는데도 재화가 들어간 걸 보면
정말이지 하고팠던 모양이지요.
너무나 좋아하고 즐겼다합디다.
여러 번 곤충을 만들고 싶어 했던 정민인
오늘 드디어 새로운 아이들이 신청할 수 있어 함께 했으니 좋을 밖에요.
그런데 계곡을 오르다 얼음을 타며 놀기도 하였는데,
그만 기홍이가 젖었던가 봐요,
류옥하다가 데려다 주러 내려와서 그 길로 그만 단추탑에 쏘옥 가버렸네요.
달골 포도밭 곁에 베어놓은 나무들을 울러메고
가족들 수만큼 곤충을 만들고 싶다며 아이들이 내려왔습니다.

저 알아서 감는 아이들도 있지만
여직 머리 한 번 안감은 녀석도 있기 마련이지요.
"괜찮아, 괜찮아."
서울에서야 하이얀 셔츠로 단 하루를 못넘기지만
예는 한 주는 꼬박 입을 수 있을 걸요.
그래도 오늘 즈음은 머리 좀 감겨야겠지요?
점심 때건지기를 끝내고 대대적으로 머리를 감깁니다.
개운해하던 아이들은
젖은 머리 나풀거리며며 찬 마당에서 공을 뻥뻥 차대고 있었답니다.

그림자극을 마무리 하는 날입니다.
고전하고 있다는 1모둠에 지원을 나갔지요.
휘익 나가서 돌아댕기던 창욱이도 담을 만들고
석현이도 또 다른 모양으로 담을 더합니다.
재료를 맡고 있던 재화가 이제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신기를 돕고
신기는 제목 글씨를 파고 있습니다.
안하겠다던 동휘는
없던 대사를 한 마디 만들어놓으니 신이 났지요.
창으로 든 햇살은 어찌나 밝던지요,
좋은 빛이 되어 아이들 연습을 도왔지요.
처음 해보는 아이들도 이제 규모가 생기는지
제법 제 움직임을 가늠하고 있더이다.
2모둠은 한 번 했던 연극이니 더 여유가 있어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뜨개질도 하였다지요.

일 시간,
모든 아이들이 그러했듯 처음 나무를 나른 신기,
의욕에 차 있었겠지요.
"신기야, 조심해."
"신기야, 조금만 해."
"신기야, 안 무거워?"
샘들도 처음 들어온 아이니 더 살폈을 겝니다.
그런데 우리의 종훈 선수,
"신기란 놈이 도대체 누구야?"
하며 쟤 어디서 왔나, 왜 지금 왔나, 꼬치꼬치 캐물으며
위기의식을 보여주었다 하지요,
게다 나이도 동갑이라 하니,
제게로 향한 사랑이 달라질까 걱정한다고들 진단했지요.

한데모임을 시작하기 전
소희샘의 깜짝교실이 있었더랍니다,
초상화.
아이들이 줄을 좌악 섰지요.
맨 먼저 완성된 모자쓴 석현이는
그 모자를 다시 쓰고 스케치북을 배 앞에 세워
우리들을 향해 자랑했지요.

훌륭한 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 어른모임, 아이들 해건지기, 손풀기,
이른 아침부터 제가 진행해야하는 모임을
앓고 있는 어깨와 등이 심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샘들이 자연스레 맡아서 움직였지요.
아주 오래 함께 일해 온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겸손은 얼마나 큰 미덕인지요,
중뿔나지 않게 중심으로 잘 집중하고 있는 젊은 샘들의 헌신이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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