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계자 나흗날, 2006.1.23.달날. 맑음

조회 수 1398 추천 수 0 2006.01.31 10:22:00

109 계자 나흗날, 2006.1.23.달날. 맑음

< 우리의 노래는 희망의 노래다 >


신나는 리듬에 달콤한 멜로디
우리의 노래는 희망의 노래다
노래하자 우기부기 희망의 이 노래를
젊음이여 명랑하게 너도나도 이 노래를
마음껏 부르면서 다 잡는다, (딴)!

재이는 동막골 노래 가사를 써서 돌렸습니다.
그래요, 우리의 노래는 희망의 노래라지요.

아침 해건지기, 달골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간밤엔 어둔 길을 헤쳐가 등대처럼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았고
훤한 이 아침은 모습을 다 드러낸 마을이 떡 하니 버티고 선 걸 봅니다.
아침 연기 피어오르는 집집이 들어선 작은 마을을 앞뒤로 거느리고
학교가 들어서 있습니다.
거기서 물꼬의 꿈을 키워가지요.
생태공동체마을, 아이골(아이들 나라), 새로운 세상...

열린교실.
"열택샘!"
"새앰!"
'매듭'교실을 연 열택샘은 입이 닳는 줄 알았답니다.
동희 민수 경은 신기 희영 경준 영준 승재 서영이가 함께 했지요.
민수랑 희영이는 묻기를 두 차례 넘기지 않고 해 나가고,
끝나갈 무렵쯤엔 꼬맹이들도 매듭의 매력에 그만 푹 빠졌더랍니다.

'쏜살같이'.
정운오아빠가 마련한 특별교실이지요.
미리 커다란 과녁판도 준비해 오셨댔습니다.
"아유, 우리는 짐 된다니까..."
"그래서 바퀴까지 달아줄라고. 한쪽 구석에 밀어 넣어놓게."
신기가 달래 나온 녀석이 아닙니다.
면박을 주어도 피해가지 않는 법이 없는 아버지라지요.
현석 철원 석중 철순 재성 승주 준희 준형 승엽이가
활과 화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다
과녘의 동그라미에 색칠을 했답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조금 밖에 없어서 아쉬움이더니,
돌아가며 한 사람에 두 발씩 활을 쏘며
점점 과녁에 맞는 화살 수가 늘자
세상에서 젤 재밌는 교실에 돼버렸지요.
"신궁 탄생!"
가운데를 다섯 번이나 맞힌 현석이었더랍니다.
그렇게 '제1회 자유학교 물꼬배 전국양궁선수권대회'의 토대를 닦았지요.

'한코두코'.
아이들이 좀 지루하다 싶을 즈음
선진샘은 목도리를 상품 삼아 오목대회를 열었습니다.
재혁과 태호가, 박수민과 은영이, 호정이와 지수가 맞섰네요.
규리가 부전승으로 올라 은영이와, 재혁이가 역전승해서 지수와 붙었고,
은영이와 지수가 대결한 판은 지수가 승리했지요.
그 지수가 선진샘과 목도리를 놓고 마지막 경기가 있었답니다.
"근데 이겨버렸다!"
그리하야 선진샘이 직접 뜬 목도리는 여전히 샘께 된 게지요.

'한땀두땀'엔 예슬 서윤 재이가
대동놀이에 쓸 띠 하나씩을 만들어 놓고는
규방의 수다를 이어갔다 합니다.

'점자'교실도 있습니다.
연호가 홀로 들어가 자음 모음 찍기에 글자 찍기를
글쎄, 50여분이나 무지 재밌게 하였다지요.
'자유학교 물꼬-김연호'
연호 글집에 세이샘이 기념으로 점자를 찍어 붙여주었답니다.

'단추다루기'엔 상원이 수민이 류옥하다가 들어갔네요.
볼수록 씩씩한 상원이는 할 일 다하고 나서야 놀러나가고,
독립심 강한 하수민은 샘이 어느 틈에 도와준다 나설까 경계를 하고,
대단한 열의를 변함없이 지닌 하다는 열정적으로 단추랑 잘 놀고는
엄마따라 어디 간단 핑계를 대며 슬쩍 정리도 않고 나와 혼이 났지요.

태우 원영 현주 지선이는 짚을 다루었습니다.
다뤄본 경험들이 있어 쉬 새끼를 꼬드라지요.
모두 손바닥 바알갛게 되도록 열심히 했답니다.
큰 마당에서 '꼬마야 꼬마야'가 한참을 울려퍼집디다.

진돗개 장순이네 집을 고치는 '뚝딱뚝딱'에는
지준 성규 채현 현민 하승호 현욱 성수 인혁 동근 희성 경민가 있습니다.
와글와글하는 아이들 속에
영문 모르는 장순이는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있네요.

바쁜 날입니다.
바로 보글보글방이 이어지지요.
승주 재혁 서윤 서영 신기 원영이는 떡볶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욕심을 부리다 결국 음식을 남겨 지영샘의 일장연설이 있었고
뭔가 얘기가 계속 걸린 서윤이는 비닐집으로 가 지영샘과 단독면담도 있었다나요.
호떡집에 불, 아니면 떡볶이집에 눌은 양념이라니까요,
조용할 날 없는 집들입니다.

열일곱이 신청한 호떡은 협박과 회유를 넘어 넘어 아홉으로 줄었답니다.
"6인분만 오니 우리, 배고플 지도 몰라."
그나마 3차 윽박이 먹혀든 거라지요.
태우 현욱 승엽 동희 철원 연호 성규 현석 준형이가 살아남았습니다.
"힘들었지만, 엄마도 이만큼 힘들 것 같다."
준형이는 후라이팬 하나를 맡아 끝나도록 샘들을 잘 도우고는
큰 깨우침처럼 그랬답니다.
"다시 보게 될 정도로 기특했어요."
미리형님이 그러데요.

부침개는 승재 영준 채연 지준 재성이가 부치고 있습니다.
"아이, 매워."
"나는 더해."
양파와 파를 썰며 눈물깨나 흘렸다지요.
지준이가 심부름도 칼질도 꽤나 잘 하더랍니다.
"승재랑 영준이는 어디 갔어?"
둘은 어느새 사라지고 사라지고 하고,
재성이는 큰 형아처럼 넌지시 지켜보고 있더라지요.
아, 그런데 감자구이패들한테 부침개 나눠주는 걸 잊어
두고두고 원망의 소리가 컸답니다.

미녀 3인방 호정 지수 희영이는
사람이 적은 걸 서로 누리며 여유로이 맛탕을 만들었다지요.
"나는 여섯 번이나 물꼬에 왔는데 아직도 요리할 때는 떨리고 있다.
한번의 실수가 여러 사람에게 번지니 말이다."
희영이가 그랬지요.

경준 태호 하수민 현민 재성이는 수제비를 끓였는데
태호와 경준이 감자와 당근을,
수민 현민 재성이가 양파와 호박을 썰었답니다.
태호가 연신 칭찬의 메아리를 울려
그 끊임없는 수다에도 모두가 기쁘고 말았다는 소문입니다.

경민 석중 민수 준희 하승호는 부꾸미를 지졌습니다.
국화도 좋고 진달래도 좋았을 걸,
이 겨울은 뭘 고명으로 올렸을 라나요.
준희가 심부름을 잘도 하더라, 칭찬이 자자했답니다.

김치볶음밥은 철순 규리 상원 성수 은영이가 볶았습니다.
썰기 볶기를 어찌나들 흥미로워하던지요.
상원이는 음식 나눠주는 일에, 철순이는 야채 써는 일에
아주 신명을 내더랍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황토숯불감자구이!
그런데 황토가 그만 얼어서 산소용접기로 녹이는 동안
감자는 다른 나무로 구워먹고 숯검댕을 온 얼굴에 묻히고 돌아다녔다지요.
황토를 바르고도 굽는데 시간 많이 걸려
다른 모둠한테 얻어먹고 다니는 탁발이 더 즐거웠더랍니다.

모다 풍성하게들 먹었답디다.
즐겁기도 하였겠지요.

어제의 인형놀이가 오늘의 인형극이 되었고
그리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내가 정말 상상력이 넘치는지
놀부 부인을 정말로 옛날사람으로 만들어놨어요."
희영이처럼 한껏들 만족해하고,
"다른 모둠이 좋아해서 좋았어요."
지선이처럼 극을 올려놓고 뿌듯해들 했다지요.
무대에 올라 나름대로 긴장하는 아이들이 재미나더라고 하고
얘기를 좀 고치기 위해 오가는 말들도 웃음거리였답니다.
4모둠 할멈을 맡은 태호가 연기상을 받을 만치 잘하더라지요,
인형도 재밌게 만들었고.
아니, 그런데 어떻게 재밌게 만들었다는 거지요?
어떤 시간을 공유하지 못한 사람은 이럴 때 표난답니다요.

대동놀이는 오제미를 던지며 긴긴 겨울밤을 지샐듯했답니다.
신기와 재혁의 뛰는 모습부터 자지러지게 했던가 봐요.
"세상에 이렇게 응원 안하는 애들은 처음이야."
새끼일꾼 수진이형님은 저이들때와 다른 게 못내 아쉬웠나 봅디다.
이것도 어떤 변화겠지요,
응원의 열기가 경기하는 것 못잖게 재밌는 일이란 걸 잊어버린.

늘 누군가 가고 누군가 오는 법이지요.
아궁이 지킴꾼 정상열아빠가 떠난 자리로
품앗이 둘과 새끼일꾼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역시 오길 잘했구나, 다시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지금은 없는 고향만큼이나 먼 이곳까지 부득부득 찾아오게 되는
똘망똘망한 작은 눈망울들의 반김, 언제 찾아와도 만날 수 있는 편안함..."
근영샘과 창원샘이 일정에 없이 계자 남은 날을 위해 들어왔지요.
"이제 물꼬 들어온 지 어언 9년!"
저렇게 잘 큰 우리의 자랑 새끼일꾼 수진이형님도
제 자란 세월 어느 시간 즈음 물꼬도 켜켜이 있노라 증언해줍니다.

오늘밤은 정운오아빠가 아궁이를 지키신다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836 2006.1.27.쇠날. 맑음 옥영경 2006-01-31 1161
835 2006.1.2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6-01-31 1085
834 109 계자 닫는 날, 2006.1.25.물날. 맑음 옥영경 2006-01-31 1244
833 109 계자 닷샛날, 2006.1.24.불날. 맑음 옥영경 2006-01-31 1131
» 109 계자 나흗날, 2006.1.23.달날. 맑음 옥영경 2006-01-31 1398
831 109 계자 사흗날, 2006.1.22.해날. 맑음 옥영경 2006-01-23 1584
830 109 계자 이튿날, 2006.1.21.흙날. 맑음 옥영경 2006-01-22 1325
829 109 계자 여는 날, 2006.1.20.쇠날. 마르다 만 빨래 같은 하늘 옥영경 2006-01-21 1346
828 2006.1.19.물날. 싸락눈 스치다 옥영경 2006-01-20 1096
827 2006.1.18.불날. 맑음 옥영경 2006-01-20 1007
826 2006.1.17.불날.맑음 옥영경 2006-01-19 1027
825 108 계자 닫는 날, 2006.1.16.달날.흐림 옥영경 2006-01-19 1196
824 108 계자 열 나흗날, 2006.1.15.해날. 달빛 고운 밤 옥영경 2006-01-19 1418
823 108 계자 열 사흗날, 2006.1.14.흙날. 맑음 옥영경 2006-01-15 1402
822 108 계자 열 이튿날, 2006.1.13.쇠날. 가랑비 옥영경 2006-01-15 1219
821 108 계자 열 하룻날, 2006.1.12.나무날. 늦은 밤 우박 옥영경 2006-01-14 1396
820 108 계자 열흘째, 2006.1.11.물날. 맑음 옥영경 2006-01-14 1261
819 108 계자 아흐레째, 2006.1.10.불날. 맑음 옥영경 2006-01-11 1572
818 108 계자 여드레째, 2006.1.9.달날. 녹아드는 언 땅 옥영경 2006-01-10 1325
817 108 계자 이레째, 2006.1.8.해날. 아직도 꽁꽁 언 얼음과 눈 옥영경 2006-01-10 13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