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계자 닫는 날, 2006.1.25.물날. 맑음

조회 수 1243 추천 수 0 2006.01.31 10:43:00

109 계자 닫는 날, 2006.1.25.물날. 맑음

< 행복했단 말을 행복하게 쓴 >

모다 갔지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어른들이 어떤 표정으로 돌아들 갔을까 궁금했습니다,
연수를 하나 떠나게 되어 일정을 같이 마무리 하지 못했으니 더욱.
함께 한 산골짝의 시간들이 무언가를 던지긴 했을까,
삶의 어느 구석 바람은 되었을까,...

보름일정에 이어 엿새 일정으로
2006학년도 겨울 계자가 다 끝났습니다.
백아홉 번째 계자는
아이 마흔 여섯에 어른 열일곱(새끼일꾼 둘 포함)이 같이 보냈지요.

얼굴을 다친 경준이 수다를 되찾아 기뻤습니다.
"한번 오면 계속 올 수 밖에 없는 최면에 걸린 것 같다.
또 떠날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
태호가 그랬네요.
다음에 다시 와도 변함없을 것 같은 이곳인가 봅니다.
첫날 점심이 안 먹히더라는 희영,
"이상하게도 별로 먹고 싶지가 않았다. 아마도 너무 숨차고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정말 아이들은 시인입니다.
"이 끔찍한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6일째 지금 쓰고 있다.
나는 이것을 쓰면서 너무 아쉽다. 이렇게 물꼬 5박 6일이 끝난다."
산오름을 돌아보며, 그리고 마지막날을 맞으며 그리 쓰고 있었지요.
"산에서제이있어서요
그리고 샘이랑 제이잇어서요
나중에 다시오고 심어요"
우리 채현이랍니다.
뚝딱뚝딱은 못도 박고 공사 비슷한 것을 하는 거라 제 깐에 설명하던 승엽,
탑 세 개가 자랑스럽던 하수민,
며칠 있으니 이곳 화장실 변기도 별로 이상하지 않더라는,
'체조인지 요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벽에 일어나 몸을 풀어서 좋았다는 하승호,
2006년 여름에 열택샘한테 하트모양 매듭을 배우러 올 거라는 호정,
산에 오른 고행이 초코파이 사탕 김치김밥 귤로 다 풀린 서윤입니다.
아이들 입에서 생태공동체니 하는 말을 도로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나오지요,
뭘 듣긴 들은 모양이네 하고.
그런 의미에서 어쩜 계자는 자유학교의 교세(?)를 확장하는 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꼬에서는 참 여러 가지를 배웠는데, 1번째는 생태공통채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
2:번 큰 일을 할 때는 조금씩 나눠서 하는 게 좋다,
3: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4 자비가 있는 자유가 뭔지이다."
서영이 그렇게 갈무리글을 남겼답니다.
예슬이는 늘 움직임의 중심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5박 6일을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큰모임을 하고..."
하나 하나의 시간을 짚고 있었지요.
"그렇게 거의 자유자재로 하면서 재미있게 노니까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현민입니다.
5박 6일 샘들이야말로 수고했노라 치하해준 준형,
경준이 얼굴에 낸 상처가 못내 미안해
"얼굴에 상처를 내서 조금 슬프다. 경준이에게 미안하다."고 전한 지준이,
"또 아침에는 이불을 꼭 개고 운동을 부지런히 할 것이다."
결심을 가져가는 반듯한 인혁이는
친구를 많이 사귀어서 좋다 그랬습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얼굴로.
예선 그렇습니다, 누구라도 친구가 없을 수 없지요.
'쏜살같이' 활 만드는 걸 보며 자신도 정말 만들고 싶었노라던 재성,
파리 모기가 붙은 끈끈이를 보고 화장실을 들어서서도 볼 일을 못 보았던 첫날,
그리고 인형극을 한 게 스스로도 너무너무 잘해서 뿌듯한 것처럼
나날이 기쁨으로 시간이 변하던 박수민,
엄마 보고파 울던 준희는 어찌 되었을까요?
마지막이라 좋기도 하고 그러나 싫기도 하답디다.
시간이란 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걸 해결해주는지요.
허니 그리 애달을 게 무엇이란 말인가요.
어찌나 잘 놀았는지
한껏맘껏이 참 재미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적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는 민수,
환하게 빛이 나던, 동막골 노래의 주인공 재이,
강아지 산책을 즐기던 희성,
집에선 그리 사이좋아 뵈질 않지만 서로 끔찍했던 현주와 현욱,
쉬워보였던 매듭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그래서 "엄마 선물은 1000원으로 사야겠다."는 재미난 해법의 승재,
지나서는 엿새를 좌르륵 꿰고 있던 규리,
5박 6일이 너무 빨리 지나가 내일까지만 더 있고 싶다는 말을 두 번이나 쓴 승주,
마냥 행복해서 곁에 있는 사람도 그만 웃고 마는 경은,
아쉽고 또한 가기 싫다는, '어머니도 보고 싶지만' 여기도 참 좋다는 동근,
선생님들 고생해서 고맙다는 의젓한 인사말을 남긴 현욱,
첫날 잘 땐 엄마가 보고 싶더니
이틀 사흘 지나며 하두 재미있어서 엄마가 별로 안보고 싶었다는 성수도 있었지요.
경민이도 컸나봅디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힘든 일이었는데
다른 때보다 요번은 쉬웠던 것 같다."
엄마는 보고 싶지만 어차피 볼 수 없으니까 재미있게 놀았다는 지혜로운 영준이.
상원이는 돌아가며 한마디로 물꼬를 규정해주었지요.
"자유학교 물꼬는 아이들 세상이다!"
뱃노래를 집에서 부를 거라며 돌아갔습니다.
'나한테 치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과도 잘 논 원영이는
어느새 큰 형아 노릇을 하고 있었지요,
새끼일꾼에 대한 꿈을 키우며.
"새끼일꾼으로 올 땐 많은 인내심을 길러서 아이들과 잘 놀아줄 것이다."
손말로 배운 노래들이 어렵고 힘은 들었으니 재미가 있더라는 철원,
새끼줄을 기념으로 가져가서 신이 난 현석,
해건지기에서 바로 밥 먹는 것이 아니라
요가나 명상을 하고 밥을 먹으니깐 더 맛이 있더라는 철순,
"익숙하면서도 낯설어 보이는 이 기분은 어디서 어떻게 밀려오는 걸까."
세익스피어의 비극 한 구절을 읊는 것 같던 재혁,
부꾸미 배운 것을 꼭 잊지 않겠다는 석중,
그리고 물꼬를 7년 동안 다닌 우리의 태우 선수가 있었지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만들어준 물꼬!"
자신이 물꼬 새끼일꾼이 다 된 듯하다 했습니다.
울면 왜 우냐, 싸우면 왜 싸우냐, 넘어지면 다치지 않았나 살폈다지요.
그런데 '싸움을 말릴 때 샘들처럼 잘 말리는 것이 아니고
반협박수준으로 말리는 것이 좀 문제'라나요.
동생들을 도우며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나간 지수,
손말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예서 기어이 배웠다는,
행복했단 말을 행복하게 쓴 동희,
"나는 물꼬가 좋다고 생각을 한다"는 연호도 함께 했습니다.
엄마가 보고픈 건 지 취미라지요, 연호는.
은영이는 갈무리글에서 이리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캠프와 달리 일도 하고 등산도 하고 활동도 하고... 그러니까 활동만 하지 않고 다른 것도 많이 한다. 여기선 매듭, 바느질, 뜨개질, 단추다루기 등을 열린교실이란 시간에 하는데 다른 데는 보통 뭘 가르쳐주거나 하지 않는다(학교나 학원 빼고).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을 줄 알았는데, 넘 재미있어서 엄마 생각을 못했다."
아, 달골 산책길의 느낌을 참 잘 받던 성규도 있었지요.
예닐곱 해 전의 원종이란 아이를 생각했더랍니다,
아침 산책길, 길 섶 들꽃메꽃의 얘기에 귀 기울일 줄 알던.
성규, 퍽이나 의외다 싶었습니다.
아하, 그럴 밖에요,
우리 만나는 날이 이 아이들 삶의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내가 나라고 말할 수 있는 이가 누구겠으며
너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또한 얼마나 되겠는지요.
우리는 서로 모르므로 함부로 말할 수 없으며,
그러나 한편 이 커다란 우주 안에서 어떤 통일을 이루고 있으므로
서로에게 이미 너무도 익숙한 존재들이 아닐런 지요.
알고, 또한 모르는 서로이겠습니다.

우리 생의 여섯 날을 같이 뒹굴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돌아갔습니다, 모다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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