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7.쇠날. 맑음

조회 수 1161 추천 수 0 2006.01.31 10:59:00

2006.1.27.쇠날. 맑음

< 예도 설이 온다지요! >

경주 옆 건천에서 한 경교풍(경북교사풍물모임)연수(1.23-26)를 다녀왔지요.
계자 일정이 아직 남았는데도 걱정 없이 걸음을 내뛰게 해준 공동체 식구들,
그리고 태석샘 지영샘 선진샘한테 고마움 더 크게 전합니다.
전교풍(전국교사풍물모임) 연구위원샘들도 합류했댔지요
(동철샘이랑 연자샘도 만났답니다. 이야, 반갑데요, 그런 데서 뜻하지 않게 만나니.).
대선배 금회북춤의 배관호샘, 설장구의 유대상샘, 소고춤의 이동철샘의 이름자에
드디어 쇠의 정기효샘을 더했습니다.
아이들과 판굿을 어찌 좀 잘해볼까 하고 처음(?) 쇠를 잡으며
아, 넘들이 십년에다 또 십년을 더하는 공력을 쌓을 때
난 대체 뭘 했더란 말인가 통탄을 더해 두들겼지요.
왼편 엄지 손톱이 다 갈렸는데,
그게 꼭 실력신장을 증거 하는 건 아니다마다요.
그런데, 남도가 어찌 그리 춥답니까.
문짝이 넷이나 되는 한옥 방은 쇠가락보다 추위를 더 몸에 붙여주었지요.
따라간 아이가 아침마다 한 시간여 해주는 안마로 버팅기며 보냈습니다.
임열샘(우리 임열택샘이 아니라)이 대나무로 열채를 많이도 깎아주셨지요.
공동체식구들과 2006학년도 입학하는 아이들한테 좋은 선물이 될 겝니다.
"이 자리가 어떻게 끝이 나지요?"
"놀다가 하나 둘 자러 가는 거지."
"그 다음엔요?"
밤새도록 쉬다 치다 쉬다 마시다 한다는 대동굿의 마지막이 정녕 궁금도 하여
마지막 밤은 끝끝내 잠들 수가 없었더랍니다.
그 모든 뒤치다꺼리를 다 하고 있는 전교풍의 오지영샘 보며
공동체는 저런 이가 살려가지 싶었지요.
정작 공동체를 일구며 산다는 우리, 어깨 힘들어갈 것 하나도 없습니다요.
귀한 연을 또 엮고, 길고 긴 인사들을 하고 나왔지요.
무주를 들러 왔는데,
건천에서 무주까지 네 시간을 넘게 차를 끌고는
기어이 쓰러져 다음날 정오에야 일어났네요.
세상 속으로 들어가 이상한 음식에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잠 안자고 망가져
산골에 지쳐 돌아온다지요.
그리고 산골에서 몸 만들어 다시 세상으로 진출하는 겁니다.
실제,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세상과의 고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지요.
불교의 연기관도 바로 그런 것일 테고.
그럴수록 제(자신) 축이 중요하겠습니다.

설을 쇠러 나가는 다른 식구들과 자리바꿈을 합니다.
2월 하고도 3일이 돼야 들어들 올 겝니다.
이번 참엔 꽤나 긴 시간이네요.
나가는 이들이 남은 이를 위해 마음을 구석구석 썼습니다.
가마솥방엔 희정샘이 마련한 설음식들이 한 광주리고
젊은 할아버지는 벌써 간장집 아궁이에 불을 한소끔 지펴놓으셨지요.
이 야삼경까정 방이 뜨끈뜨끈합니다.
열택샘도 상범샘도 학교 안팎 손이 안 가게 단도리를 잘 해두었습니다.
그런 꿈을 꾼다지요,
우리들이 이룬 생태마을공동체에서 어른들을 모시고 살며
명절에 멀리 사는 피붙이들을 맞는,
동막골에 군인들이 들어서던 그 첫 장면처럼 말입니다.
바램, 네, 차고 넘치면 이루어집니다!

식구들이 다 빠져나간 저녁입니다.
"설거지는 네가 해야지."
"그러죠, 뭐."
"아니다. 많을 땐 내가 하고 적을 땐 네가 하자."
"설거지는 돌아가면서 하면 되겠다. 안 그래요?"
아이가 설거지를 하는 저녁입니다.
"연탄도 갈아야잖을까?"
"내가 할게, 내가 할게, 제가 할게요."
자신이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 때
아이들 저들 삶도 훨 신명나지 않나 싶습니다.

"3시다, 3시!"
아이가 한 밤에 잠이 깼습니다.
"그러네. 평소에도 엄마는 이 시간에 자."
"그러니까 맨날 늦게 일어나지!"
"그거야 요새 아프니까 그렇지, 예전엔 늦도록 일하고도 일찍 일어났잖아."
"그러니 잠을 많이 자 줘야지. 와서 같이 자."
"알았다, 알았어."
자야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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