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2.달날.잠시 흩날리는 눈 / 마을 회의

조회 수 1185 추천 수 0 2005.12.16 19:48:00

2005.12.12.달날.잠시 흩날리는 눈 / 마을 회의

드세네요, 날이.
배움방으로 들어오는 보일러 물이 그만 얼어버렸습니다.
단도리를 하느라고 했을 텐데도.
열택샘 기락샘 상범샘 젊은 할아버지가 죙일 붙었답니다.

"집을 잘해놨대..."
구석구석 야물게 지었더라며
면장님과 산업계장님이 달골 아이들집도 보고 차도 한 잔 나누고 가셨습니다.
"나는 다락방이 참 좋더라."
아이들 오십은 들어가서 눕겠더라며 부러워하셨지요.
곧 돌고개 국유림에도 간벌할 계획이 있다며
젤 먼저 예 연락을 주마십디다.
고맙습니다.

대해리 동회가 있었습니다.
"상촌 어디는 말이야 들어와서 9년이 되도록 마을 주민이 못됐는데 말이야..."
대해리에서 거의 유일한 물꼬 안티맨 이장님, 기어이 속내를 드러내시데요.
그러거나 말거나 마을에 들어와 살면 마을 주민이지요, 뭐.
"서로 잘 지내면 좋지."
슬쩍 다른 어르신들이 얼버무려주십디다.
투표가 있었습니다.
탄약재처리시설추진위에서 각 마을로 넘겨진 일이지요.
화학무기폐기시설이 놓이고 이미지 보상차원으로 돈을 받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 싸움도 돈 몇 푼 더 받자고 반대하러 다닌 겁디다.
그러면 우리같이 전면적으로 시설을 막아보자고 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들러리 노릇한 셈이지요,
혹여 그리 되는 게 아닐까 우려했던 대로.
"쉽게 말해서 데모를 계속하겠다면 동그라미(그것도 돈 들어),
그만하고 돈 받자면 가위표..."
그걸 왜 막아야 하는가는 없고
결국 이야기는 이리 흐르데요.
정말 사람들은 그 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고나 있는 걸까요?
나라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더냐,
이쯤에서 돈이나 더 받자,
벽은 너무나 단단하고 까마득했지요.
"우리 다 죽고 난 뒤 벌어질 일이라고 땅 다 죽여 놓는 데도,
이 터전에서 농사짓고 아이들 키울 건데, 우리 그래도 되는 겁니까?"
기어이 한 마디 했다가 아주 포탄 세례를 받았습니다.
우리 동네 유식한 김인식할아버지(얼마 전에 물꼬의 또 다른 안티맨임을 안),
시골 사람을 아주 우습게 생각하네,
우리는 몰라서 그러는 줄 아느냐 한 마디 하시고
이장도 얼른 그 바람타고
여는 대학 나오고 배운 사람 없어,
우리는 우리들 사는 대로 살 테니까 꺼져(뭐 말하자면 이랬다는 그겁니다)라는 거지요.
깨갱했습지요.
새마을지도자로 여자 이름 하나 올리는 것도 안된다는 동네 정서니...
그래도 여덟이나 가위표를 던져주어 위로 좀 되었더랍니다.
어쨌든 빨리 물꼬 남자 어른들 무장시켜 마을로 진출해야한다니까요.
회의 끝내고 할머니들이 불러 건너가니
"같이 오며가며 잘 지내면 좋지 뭘..."
게까지 큰 목소리 건너갔던지 위로를 하시고
밥이며 국 서로 내밉디다.
따뜻하게 밥이나 잘 먹고 가랍디다,
가져다줘도 줘야 할 텐데,
이리 와서 못먹고 가면 되겠냐고.
그 맛에 또 엉덩이 붙이고 살아가는 거지요.
귀농했다 쫓겨나는 선배들 얘기를 귀 딱지 앉도록 들은 가락이 위안이 되기도 했겠지요.
늘 '여기 살았다'는 과거형이 현재보다 강해서
고향 떠나 멀리 가 있는 이들이 더 유세하는 곳,
지금 이곳에서 가마니를 하나 들어도 맞들어줄 이가 중하단 걸 모르는 겁니다.
십년을 살아도 이방인일 것임을 각오야 했지만,
마을 어르신들이 죄 그런 것도 아니고
어디고 꼭 한 둘은 삐딱거리는 이들이 시골에는 있더라고들 하니,
또 무심한 듯 살아가 보는 거지요.
오죽 했으면 제가 미국에 머물 적 식구들이 게까지 전화해서
우리 이 동네에 정말 뿌리내려야 하냐 했을까요.
하하하,
그래도 이건 이긴 싸움입지요,
세월, 그거 누구도 비껴가지 않으니.
우리, 젊거든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거든요, 예서.
우리 동네 일이니까 나서지 마라, 우리끼리 할 거다,
뭐 그렇게 대놓고 이장님이 말하고 있겠지만
히히, 내년 섣달에 또 나가지요,
그때는 여기 전입된 가구 우두머리 다 끌고 나갈 참입지요.
왜냐하면, 그게 '주민'의 권리이자 의무거든요.

김현덕엄마 들어오셨습니다.
밥알모임까지 한 주간 머무시며 부엌일 맡으시니
희정샘이 다리 뻗을 수 있겠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816 108 계자 엿새째, 2006.1.7.흙날.저 청한 하늘 옥영경 2006-01-08 1283
815 108 계자 닷새째, 2006.1.6.쇠날. 꽁꽁 언 대해리 옥영경 2006-01-08 1420
814 108 계자 나흘째, 2006.1.5.나무날.얼어붙은 하늘 옥영경 2006-01-06 1443
813 108 계자 사흘째, 2006.1.4.물날.흐림 옥영경 2006-01-05 1377
812 108 계자 이틀째, 2006.1.3.불날.맑음 옥영경 2006-01-04 1187
811 108 계자 첫날, 2006.1.2.달날.맑음 옥영경 2006-01-03 1273
810 2006.1.1.해날 / 물구나무서서 보냈던 49일 - 둘 옥영경 2006-01-03 1220
809 2006.1.1.해날.맑음 / 계자 샘들미리모임 옥영경 2006-01-02 1174
808 2005.12.31.흙날.맑음 / 잊고 있었던 두 가지 옥영경 2006-01-02 1156
807 2005.12.30.쇠날.맑음 / 우리들의 어머니 옥영경 2006-01-02 1249
806 2005.12.29.나무날.맑음 / 젊은 할아버지가 내신 밥상 옥영경 2006-01-02 1258
805 2005.12.28.물날.맑음 / 할아버지의 봄맞이처럼 옥영경 2005-12-29 1180
804 지금, 당장, 평화롭기, 정작 나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2005.10) 옥영경 2005-12-28 1277
803 혹 다른 삶을 꿈꾸시나요? (2005.10) 옥영경 2005-12-28 1305
802 2005.12.27.불날.날이 풀렸다네요 / 해갈이 잘하라고 옥영경 2005-12-28 1239
801 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옥영경 2005-12-26 1375
800 2005.12.26.달날.맑음 / 자리를 털고 옥영경 2005-12-26 1180
799 2005.12.24-6. / 눈과 바람이 채운 학교에서 옥영경 2005-12-26 1140
798 2005.12.23.쇠날.하염없이 눈 / 매듭잔치 옥영경 2005-12-26 1261
797 2005.12.22.나무날.밤새 눈 내린 뒤 맑은 아침 / "너나 잘하세요." 옥영경 2005-12-26 1254
XE Login

OpenID Login